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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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진실 추구가 여전히 소중하다 우리 사회는 12월3일 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경험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계엄·내란을 겪었다. 그 밤에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계엄해제를 위해 국회 본청까지 뚫고 들어간 국회의원들의 용기와 지혜로 계엄은 해제되고 내란 종식의 가닥을 잡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계엄 포고령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언론사들의 취재 보도가 가능했고, 계엄 세력들은 시민들의 소통을 막기 위해 통신을 통제하지는 못했다. 만약에 계엄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언론을 제대로 통제한 상태에서 시민들의 저항을 반국가세력의 난동으로 몰고, 북한의 준동이 있었다는 가상의 상황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는 수십 년 전의 암흑시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니면 초유의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사회를 지키는 데 진실의 전달과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경험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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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태산명동에 서일필?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 요란했지만 결국 쥐 한 마리로 인한 소동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쥐도 없는 사례가 있다. 소위 뉴스타파의 윤석열 대선 후보 명예훼손 보도 사건이다. 뉴스타파는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6일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김만배의 주장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아 당시 윤석열 검사가 주임검사인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의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의혹이 있음을 제기하는 보도였다. 검찰은 2023년 9월1일 김만배와 나눈 대화를 뉴스타파에 제공한 신학림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7월 김만배, 신학림,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보도 기자 한상진을 윤석열 대선 후보 명예훼손 건으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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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공영방송의 독립성, 제도로 보장해야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많다. 공정하고 깊이 있는 진실 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보편적 가치의 생산 등 이윤 추구가 우선인 상업 매체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적 기능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다. 그중에서도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진실의 전달은 공영방송의 핵심 기능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이라 자부했던 KBS의 보도 기능은 추락하고 있다. 2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바꾼 이사 구성을 이용해 사장 교체를 강행하고, 그 사장이 비판적 프로그램을 폐지 또는 변경하고 진행자를 교체하는 등 전횡한 결과 KBS 신뢰도를 추락시키더니 보도 기능마저 왜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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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대통령실 취재는 보장되어야 대통령실, 국회, 행정부, 정당 등 정치조직과 더불어 공공기관과 경제사회단체들까지 기자실 또는 기자단 제도를 운영한다. 기자단은 19세기 언론이 전문화되면서 고정적인 출입처가 생기고, 개별 언론사로 대응하기 어려운 취재원의 비밀주의 타파를 위한 조직화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순기능이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기자실, 기자단 운영과정에서 보도자료에 의존하며 오히려 기자들의 취재 의욕이 줄어들고, 출입기자들이 취재원과 유착돼 취재원의 비밀주의에 동조하거나, 취재원이 비판적인 언론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변화된 언론 환경을 고려할 때 기자단은 폐지되거나 그 운영의 근본적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현실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악용 사례만 축적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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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사법부가 지켜낸 방송 공공성 유지되어야 지난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은 임명 당일 전격 작전을 치르듯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하거나 임명했다. 5인 합의제 기관의 기본 구성도 못 갖춘 기형적 2인 체제의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이사진 후보들을 제대로 검토할 여유도 없이, 심지어 후보들의 결격사유 여부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전격 결정했다. 그래서 대통령실에서 낙점한 명단에 따라 찬반 투표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명되거나 추천된 이사들 중엔 과거 공영방송 탄압에 일역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도 포함돼 있었다. 방통위와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사 교체 실패로 이루지 못한 MBC 장악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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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방문진 이사 교체’만을 위해 이진숙 임명했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송부 요청 하루 만인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전격 임명했다. 그 둘의 첫 주요 업무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과, KBS 이사 추천이었다. 대통령은 그 다음날 추천된 KBS 이사를 임명했다. 말 그대로 전격 작전처럼 진행됐다. 이진숙, 김태규 2인만의 의결로 공영방송 이사를 결정하는 게 5인제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취지에 적합하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더군다나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는 방통위가 대통령이 직접 선택 임명한 방통위원들만의 표결로 사장 선임부터 주요 경영 행위에 영향을 미칠 공영방송 이사들을 결정하는 것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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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대통령은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할 수 없을까? 대부분의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도 임기가 남은 방송통신위원장, KBS 사장 등을 해임하는 무리수를 두며 방송을 장악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MBC에서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악의 도구로 동원되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하고 난 후 임명된 이동관 위원장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3개월 만에 사임했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5개월 만에 사임하고 방통위원장에 차출된 김홍일 위원장은 6개월 만에 사퇴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을 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그의 임기는 얼마일지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국무위원급인 방통위원장 자리가 방송장악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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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방송 독립성 제도적 보장, 한시가 급하다 공영방송은 공적 자산이다. 즉 정치권력도, 자본도 아닌 사회 일반의 자산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오로지 시민을 위해 기능하려면 특정 세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공영방송이 집권 세력의 전유물이 되는 아픈 현실을 경험해야 했다. 일차적으로 그 피해는 독립성을 지키려는 방송 구성원들이 감당해야 했다. 해직, 징계, 좌천, 직무와 무관한 전보 등의 희생을 치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진실 보도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그 궁극적 피해자는 우리 사회였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 침탈을 막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건 방송제도 논의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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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대통령 기자회견 유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이기도 하거니와 22대 총선에서 대패를 한 뒤라서 시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그동안 불통으로 비쳤던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임하는 자세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70여분 동안 145명의 기자가 참석해서 20개 언론사의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으니 나름 형식을 갖췄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그런데 형식에서나 내용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형식을 살펴보자. 대통령실은 주제 제한 없는 질의응답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치 분야 30여분, 외교와 경제, 사회분야를 각각 10여분씩 진행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결국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집중 질문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추가 질문의 기회도 거의 없었다. 대통령의 일방적 해명을 듣는 기자들의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MBC, JTBC, 채널A, MBN 등이 분야별로 시간 배분한 형식이나 제한된 질문 기회만 주어진 기자회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질문 기회를 145명의 기자에게 일일이 다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계열인 조선일보와 TV조선에는 질문 기회를 주면서 대표 공영방송인 MBC에는 기회를 주지 않은 것까지도 적절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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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왜곡된 언론 현실, 야당이 되돌려놔야 총선이 끝났다. 여당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위성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포함 108석,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175석, 조국혁신당은 12석의 국회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정권심판론을 원용하면, 유권자들은 정권을 심판했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은 것은 어느 한 요인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부당한 언론 장악 과정이 적지 않은 몫을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공영방송의 교두보로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임했고, 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의 임명은 거부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위원만으로 5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운영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해불가다.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하고 여권에 유리한 이사로 교체했다. 다수를 점한 여권 성향의 이사들은 사장을 해임했다. 신임 사장은 절차도 지키지 않고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단협에 규정된 국장임명동의제를 거치지 않고 국장 임명을 강행했다. 그리고 심지어는 세월호 참사 10주년 특집 다큐를 불방시켰다. 공영방송 KBS의 박민 사장은 점령군 사령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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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희화화 길을 선택하려나 선거 기간에는 심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를 별도로 구성하여 운영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학계, 시민단체 등의 추천 위원으로 선거 방송의 공정성을 엄정하게 심의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선방위가 외려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호사가들의 술안주 거리도 못 되는 사안을 심의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MBC는 2월27일 일기예보 소식을 전하며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이례적으로 1㎍/㎥까지 떨어졌음을 알리면서 ‘1’을 시각적으로 크게 강조하였다. 1의 색은 당연히 파란색이었다. 미세먼지가 가장 좋은 상태를 나타내는 색이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란색이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기호 1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MBC가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고 비난하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추천 몫인 최철호 선방위 위원은 허위 사실에 의한 이미지 조작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신속 심의를 요구했다. 그리고 선방위는 중징계 필요성이 있을 때 진행하는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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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미래가 현실을 좌우? <백 투 더 퓨처>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상과학 영화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상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으로 그냥 즐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어이없는 현실이 있다. KBS 제작1본부장은 <다큐 인사이트>에서 4월18일 방송 예정했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 방송을 6월경으로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KBS 안팎은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연기 지시 이유 중 하나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올해 총선은 4월10일 치러진다. 4월18일 세월호 특집을 본 시청자들이 4월10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투표로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의 결과다. <다큐 인사이트> 예고편과 보도자료도 통상 방영 이틀 전 나간다고 하니 <다큐 인사이트> 제작 과정이 영향을 미칠 리도 만무하다. 결국 혹여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과잉충성’이 빚은 소극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기시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