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 정상이 되어가고 있는 방통위

지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인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법적으로 5인체제인 위원회가 오랜 기간 3인체제가 유지되고, 지금은 심지어 2인체제다. ‘3인’체제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장을 해임 건의하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했다. 그리고 여당 성향의 이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그렇게 해임과 임명을 통해 구도가 뒤바뀐 KBS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을 해임 의결하고 박민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부당한 해임과 부적격자 임명이라는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 모두를 재가했다. KBS나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를 바꾸고, 이를 통해 사장을 교체하는 것은 대표적인 공영방송의 위상을 흔드는 일이다. 3인 비상체제로 그런 중요한 일들을 의결하는 것이 과연 정상이었을까.

‘2인’체제에서는 11월16일 회의를 통해 YTN과 연합뉴스TV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국내에 둘뿐인 보도전문 채널이다. YTN은 공기업들이 대주주이자 주요 지분을 가진 공영방송에 가까운 위상을 지닌 방송이다. 연합뉴스TV도 국가기간통신사 위상을 가진 연합뉴스가 설립한 보도전문 채널이다. YTN 대주주인 공기업들의 지분을 사적 자본에 매각하라는 기재부의 방침은 내부는 물론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하지만 강행됐고, 노동 탄압 등 사회적으로 논란 많은 유진그룹이 낙찰자가 됐다. 연합뉴스TV 2대 주주인 을지학원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소액주주 지분 0.827%를 사들여 최대주주 변경을 시도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변경승인절차는 그 마지막 방점을 찍는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획기적 변동이 없는 한 이런 중요한 일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둘’이서 결정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5인체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붕괴된 것은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따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를 임명 거부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리고 무려 7개월7일이 지난 11월7일 내정자는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위원회는 여당이 제기한 최민희 내정자 결격 사유의 유권해석을 법제처에 의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제처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법제처도 직무유기다. 또 5월30일에는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한상혁 위원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 심사에서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소명되지 않은 혐의로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정무직 공무원인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다. 결국 여권 우위의 3인체제 위원회가 8월까지 지속됐다. 그리고 8월25일부터는 심지어 2인체제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설치법상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독립성이 중요하고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 위원 구성에서 야당의 추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 추천 위원의 임명은 거부되고, 심지어 국회 추천 위원은 모두 공석이고, 대통령이 추천한 2인체제의 위원회로 전락했다. 대통령 하부기관이 된 것이다.

방송통신정책을 담당하는 최고 국가기관인 위원회가 기형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임명권자이다. 야당 추천 후보자의 법적 결격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으면 임명했어야 하고, 야당과 소통하며 국회의 위원 추천을 촉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기형적인 위원회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러니 대통령 추천 몫인 2인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통해 대통령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은 국가 운영이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이제 이런 상황에서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각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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