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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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홍범도, 이것은 역사논쟁이 아니다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은 결국 역사논쟁이 아니라 역사를 재료로 삼은 정치투쟁이다. 논쟁 와중에 어디에도 새로 발견한 사료를 보니 이렇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이가 없다. 과거 자료를 다시 검토해보니 이런저런 해석이 가능하다거나, 아니면 대립하는 해석적 관점들 중에서 한쪽이 이런저런 이유로 타당하다는 주장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홍범도가 누구를 왜 만났고, 무슨 당적을 지녔냐는 이야기 끝에 흉상 이전을 말하는데, 시민은 어린 육사 생도들과 함께 갑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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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서로 싸우지 좀 말자 여름휴가 어디 다녀오셨냐고 묻는 분들께 이렇게 답한다. “아세모글루의 신작 <권력과 진보>요. 어떤 번역에는 애쓰모글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쨌든 <권력과 진보>라니 무슨 진보정당 집권플랜처럼 들리지만, 실은 기술의 발전 경로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자고 주장하는 책이랍니다.” 그렇다. 휴가는 짧고, 각자 읽다만 책들도 있겠지만, 지금 <권력과 진보>를 함께 읽고 싶다. 휴가철을 맞아 관행적으로 대통령실이 내놓았던 독서목록조차 기대할 수 없게 돼버린 마당에, 우리라도 읽고 또 읽어서 이 어지러운 세상에 혼란을 덜어보자는 심정으로 권유한다. 특히 챗GPT가 어쨌고, 인공지능(AI)이 저쨌다고 외치는 선무당 같은 책들은 버리고, 테크주냐 소재주냐 떠들어대는 약장수 책들도 치우고 일단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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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바다 건너서 벌어지는 일들 학생 시절 ‘어퍼머티브 액션’을 우리말로 뭐라 하면 좋을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소수집단을 위한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 정도로 옮기면 뜻이야 통하겠지만, 이는 정치적 함축과 정책적 효과를 전달하기 위해 해석적 개념을 나열한 번역이기에 낙제점을 면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의미의 밀도와 외연성에 있어서 어퍼메이션과 유사한 울림을 갖는 우리말을 찾으려 애쓰다가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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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수신료 제도를 놓고 공론조사를 하자 한국방송공사(KBS)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당장 방송사 수입이 격감하리란 전망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영방송 제도가 동네북처럼 이리저리 두들겨 맞아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그게 ‘공중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진정한 위기가 있다. 이 땅에서 공영방송은 사소해지는 수준을 넘어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존재로 전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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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음모론은 어떻게 사라지나 당신은 속고 있다. 당신이 아는 사실은 조작된 것이다. 당신이 몰랐던 그들이 은밀하게 세상사를 조작하고 있다. 흔한 음모론이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믿을 수 없다고 부정하고픈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속한 것일지 모른다. 세상사 음모가 끝도 없다지만 당신이 음모론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 케이블 뉴스 방송사인 폭스는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퍼뜨려왔다. 투개표 결과를 조작한 당사자로 지목된 투개표 업체인 도미니언은 폭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인 끝에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음모의 당사자로 지목된 불명예를 합의를 통해 해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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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야구보다 못하는 것 우리끼리 잘하는 줄 알고 어화둥둥 좋아하다가, 국제무대에 오르면 세상 부끄러운 게 야구만이 아닐 거다. 어느 분야가 어째서 그럴지 미리 안다면, 배우려는 자세로 나중에라도 잘해보자고 다짐하며 준비라도 할 텐데. 국제무대에 오르기 전에 함부로 결과를 장담하며 떠드는 자세 때문에 예정된 실패를 겪는 걸 넘어 수치스러운 행태마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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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부끄러운 문필 공화국 글값이 싸서 문제라고 한다. 인터넷 매체에 기고하는 글은 물론이고 주요 일간지에 한 바닥을 써도 품삯이 형편없다고 불만이다. 뜨거운 정치 평론이나 시론은 그나마 인사치레를 겸해서 대우를 받기도 하는데, 쿨하게 쓴 분석이나 서평은 오히려 대접이 싸늘하다. 번역은 말할 것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론매체에 기고문을 준비하면서 조사를 많이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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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언론의 다짐이 문제가 아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지난 칼럼에서 내가 언론사의 수익모형이고 지불장벽이고 말하기 전에 이용자에 대한 자료분석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쓰면서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직접 듣기도 했고 전달받은 이야기 중에 그동안 언론도 할 만큼 해 봤는데 소용없더라는 말이 있다. 비판도 아니고 변명도 아닌 그 말에 살짝 위악감이 든다. 나야말로 ‘너희들 사장이랑, 어이,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어이, 뭐 다 했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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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자료기반 언론개혁 나는 늙어가는 공영방송론자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의 시대가 열렸지만, 나는 아직도 시민들에게 무료로 고품질 방송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고품질 방송이란 공정한 뉴스, 역사 드라마, 코미디, 국가대표 스포츠 중계, 재난 정보를 포함한다. 이런 내가 공영방송 사업자에 실망하는 이유는 내용이 공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술적 혁신에 실패해서 디지털 역무를 제공하는 지상파 플랫폼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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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팩트’보다 중요한 것들 미리 써놓은 글인데 어떡하나. ‘미디어비평’ 마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이태원 압사사고 사태로 세상 참담하다. 써둔 글의 취지가 비판적이라 표현이 뾰족해서 도저히 그대로 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 써야 하는데, 아침에 정신없이 읽고 본 바를 언급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곤혹스럽다. 독자께서는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서둘러 마감한 꼴이라 그렇다고 양지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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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어설픈 굿판의 정치 선무당 굿판 같다. 애초에 이게 이럴 일이었나 싶으니 더욱 그렇다. 칠금령 소리 요란하고 장구재비 엇모리장단이 경쾌한데, 정작 공수를 주는 무당들의 사설이 혼란스럽다. 나라님 비속어 발언이 문제인지, 남의 나라 권력을 망령되이 불러서 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굿을 의뢰한 당사자야 무당의 입을 보며 애가 닳겠지만, 구경꾼들은 호기심 반 염려 반으로 이 판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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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우영우’와 기묘한 적막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그냥 보내기 어려워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그 뒷이야기들도 극중 에피소드처럼 소소한 감동을 준다. 비행기 안에서 <증인>이란 영화를 울면서 보고 문지원 작가를 찾아갔다는 제작자 이야기가 그렇다. <증인>에 나온 자폐 어린이가 성인이 된 세상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쓸 수 있겠다고 제작자에게 응답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도 있다. 오백년 된 소덕동 팽나무는 어쩐지 새로운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 얻은 천년기념물 지위를 자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