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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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윤석열씨, 그만 감옥 갑시다 38년 전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다 죽었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그건 38년 전처럼 누군가 고문을 당하다 죽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을 거다. 사찰과 도청, 검열과 강제납치와 고문이 일상이 될 것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간첩으로 조작되고, 의문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아니 지금쯤 전쟁이 났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씨는 아직도 경호를 받으면서 관저에 숨어 있다.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다고 하니 거기를 거점으로 권토중래할 날을 기다리는 것일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탄핵 인용이 아니라 기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지지 세력을 모아서 내전이라도 벌일 기세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윤석열씨 당신은 이미 내란범이고, 외환범이다. 지금처럼 관저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죄만 더 커진다. 다수의 국민들은 ‘내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윤석열의 체포, 구속을 바라고 있다. 그래야 법치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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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추억의 내란, 현실의 내란 1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1년 같은 하루’의 나날들이다.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2시간 만에 국회는 계엄 해제를 결의했다. 아찔한 장면들이 여럿 있었고, 긴박한 시간이 이어졌다. 밤 12시경 국회 앞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그 밤중에도 여의도 국회로 달려오고 있었다. 시민들은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섰고, 출동한 계엄군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6시간 만에 윤석열은 계엄 해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12월7일,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1분50초. 누구는 라면 물 끓는 시간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담화에서 그는 “절박한 심정”을 강조했다. 무엇을 사과할지 모르면서 사과하라니 사과했다던 기자회견과 같았다. 비상계엄이 엄청난 일임에도 국민들에게 겨우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이 죄송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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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윤 정권 퇴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지난 11월9일 세종로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총궐기대회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집회를 연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대학교수들도 연이어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온라인에서 국민투표(https://outvote.kr/)를 진행 중인데, 11일 현재까지 2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미 10%대로 떨어졌다. TK 지역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확연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에 열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울 마지막 기회였지만, 형식적인 사과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자초했다. 누구도 그가 남은 2년6개월의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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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그때는 애국이고, 지금은 수치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에 대해서, 국가범죄에 대해서 성찰하라고, 그때 그곳에 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을 가지라고, 그래야 인간존엄성을 향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그렇게 읽었다. 그래서인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나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철야농성을 벌이는 동두천 소요산 입구가 먼저 생각이 났다.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 중에는 국가가 나서서 미성년 여성들까지 달러 돈벌이에 내몰았던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군 위안부’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한국군 위안부’도 있었고, ‘유엔 위안부’도 있었고, 지금도 ‘미군 위안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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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송두환, 조희연의 이임사를 보면서 요즘은 인권 수난 시대다.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덮고 가자는 대통령과 정부의 관료들이 맨 앞에서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인권을 경멸하는 인사를 거침없이 진행한다. 입법·사법·행정부 등 국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차별을 시정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창조론 신봉자’를 세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공산혁명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대로 그의 인식에는 ‘정교 분리’도 안 되어 있다. 인권 관련 단체나 인사들만이 아니라 보수언론조차 임명을 철회하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비판과 조언을 들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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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경제단체들은 공포를 조장하지 마라 최근 재계의 입장문들을 보면 재벌을 비롯한 경제계가 우리 사회의 약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 확실해지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 8월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국내 중소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 망치는 노조법 개정 반대’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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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대통령 사람들’로 망가지는 인권기구들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인권단체가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기레기와 인권장사치는 위원장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상임위원이 한 말이다. 김용원 상임위원의 막말과 혐오발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죽하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중에 강제 퇴장을 당하고, 국회의원들이 ‘김용원 탄핵법률’을 만들겠다고 할까?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가 있는 날이면 막말과 혐오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칠게 표현하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는 강변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의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구조마저 마음대로 변경시키거나 자신이 해야 할 사건 처리를 미루고는 했다. 군인권보호관이면서 군 사망사건의 피해자 가족마저 고소하는 짓도 저질러왔다. 도리어 자신의 인권 침해적인 언사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까지 해왔다. 인권 의식이나 인권적 태도는 기대할 수도 없다. 그릇된 신념에 가득한 독선을 언제까지나 보고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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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민주유공자법’ 제정 미룰 수 없다 지난 6월10일, 6월 민주항쟁 기념식이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해에는 정부 책임자들이 불참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으니 작년보다는 나았다고 할까? 한덕수 총리는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룩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지구촌의 자유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했다는 말도 전했다. 그런데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민주주의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와는 반대로 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총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민주화를 통해서 제거하려 했던 권위주의 시기의 통치 행태와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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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참사의 아픔 끌어안는 오월의 어머니들 매년 5월18일을 앞두고 광주에 간다. 올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주간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광주 전역에서 진행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을 때는 5월17일 밤에 금남로에서 펼쳐지는 전야제 행사다.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는 44년 전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투쟁을 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집단 발포가 시작된 1980년 5월21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계율 중에는 불살생(不殺生)이 첫 번째다. 생명 있는 존재들을 존중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울려 퍼진 그날, 광주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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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22대 국회는 ‘생명안전 국회’가 될 것인가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때도 정부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익숙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인천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슬픔을 딛고 국민의 마음을 모아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재해와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안산과 목포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모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추모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주무장관으로부터 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이날 나온 대통령의 추모 말이나 한덕수 총리의 말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은 모두 맹탕이었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바라던 말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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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다시 노란 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 오는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주기를 맞아서 추모전시회, 연극제, 영화 상영회, 북토크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곳곳에서 연다. 당일에는 안산과 인천에서 기억식과 추모식이 열린다. 그렇지만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으로 인해 언론에서도 10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답답한 마음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된 영화 극장 개봉과 공동체 상영회를 알리는 대량 문자를 발송했다. “10주기 시민위원으로 참여하겠다” “잊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문자도 있었다. “(이제) 일선으로 돌아가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들 생활하시고, 그만 세월호 우려먹으시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열심히 활동했던 사람이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잊으려 했지만, 이 문자는 계속 남아서 주머니에 든 가시처럼 마음을 콕콕 찔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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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당신의 안녕을 묻는 행진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 걸린 깃발들에 ‘진상’만 남고, ‘규명’은 없다. ‘책임자’는 있는데, ‘처벌’은 없다. 거센 바람에 올이 풀려나가버린 깃발들은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거기 선 붉은 등대와 이제는 빛이 바랠 대로 바란 등대의 노란 리본이다. 10년 전 팽목항은 뉴스의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배로 1시간 반을 달려가야 하는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팽목항에는 중앙대책본부를 비롯해 수많은 몽골텐트가 가득 들어차 있었고, 혼란스러웠다. 시신이 이곳에 들어오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유가족들이 하나둘 떠나고, 마지막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지키던 곳에는 컨테이너 박스 4동이 낡은 모습으로 서 있다. 거기에 304명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들을 기억하자는 ‘4·16기억관’도 있다. 방파제를 들렀던 사람들이 이곳을 지금도 찾는다. 거기에는 “너무 늦게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와 같은 말이 적힌 방명록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