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김용원, 두 인권위 상임위원은 사퇴하라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1년 11월25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했다. 이전처럼 새로운 인권 기준을 제시하거나 인권과 관련한 조사 결과나 권고를 발표하였기 때문이 아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명백히 국가권력이 중무장해 시민들을 고의로 살상한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

“시진핑, 푸틴도, IS도 인권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

“(사무총장이 관여한 것은) 자신이 인권위원들의 상관인 것처럼 하는 무식하거나 오만방자한 행동.”

언론을 통해 보도된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의 발언들이다. 혐오세력들이나 할 법한 이런 발언들이 국가인권위원회 회의 때마다 심지어는 국정감사장에서도 거침없이 쏟아진다. 인권위원회 직원이나 사무총장에게 무식하다느니 막말을 해대고 심지어는 인권위원장에게까지도 인신공격을 한다.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보다는 자신을 인권위원 자리에 앉힌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입장을 옹호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발언을 거듭한다.

어떻게 만들고 지켜왔는데…

김용원 상임위원은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이 발생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박정훈 대령의 징계에 반대하더니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이 사건을 기각하게 만들었고, 군의문사 유가족들을 특수감금죄 등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22년간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던 규칙을 부정하고, 인권위원 3인으로 이루어진 소위원회에서 한 사람의 위원만 반대해도 사건을 기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 진정사건들은 무더기로 기각될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차별침해 구제 역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을 “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요건에 비춰보면, 두 상임위원은 부적격자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활동가들이 온몸을 던져서 만들어냈고, 지켜온 인권기구다. 2000년 연말과 2001년 연초는 유난히 추웠다. 수은주는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30년 만의 폭설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 혹한의 추위에도 천막 하나 없이 침낭 한 장, 비닐 한 장 덮고 버티면서 인권활동가들은 독립적인 인권기구를 주장했다. 그런 덕분에 행정, 입법, 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권기구가 탄생했다. 2008년 연초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는 방침에 맞서 명동성당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여 철회시켰다. 그러면서 지켜온 국가인권위원회다.

인권위원은 대통령(4인)과 대법원장(3인), 국회(4인)가 지명 또는 선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이들이 인권위원의 요건에 적합한 인물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이들을 인권위원으로 지명 또는 선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게 요즘의 상황이다.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이상 이번 기회에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여야 한다. 가장 먼저 인권위원 지명 또는 선출 절차부터 손보는 게 맞을 것이다.

공감 모르는 그들은 자격이 없다

지난 11월25일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5주년이었지만, 축하할 수 없었다.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너무도 망가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었던 인권활동가들이 ‘온전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자며 긴급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충상, 김용원 위원은 당장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라. 같이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법조차 모른 채 모욕과 혐오를 인권으로 착각하고, 망언과 독선으로 일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를 망가뜨렸다. 두 위원이 하루라도 더 머물수록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들로부터 더 외면당하게 된다. 인권침해와 차별로 인해 우는 사람들의 아픔에도 공감할 줄 모르는 당신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자격이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두 위원은 즉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직을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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