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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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1934년 노스다코타와 2023년 한국 현 당대표 리스크에 전 당대표 리스크까지 겹친 더불어민주당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아마도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말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오가는 것이 “오랜 관행”이고 “올 게 왔구나,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영길 전 대표는 처음에는 이정근씨의 개인 비리이고 본인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기자회견 후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1억원에 가까운 큰돈을 누군가가 그를 위해 쓰고도 본인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이 미담 같은 이야기는 이재명 대표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만큼의 신빙성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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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자살론’으로 본 한국 사회 한국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누군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는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 등장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도, 가난을 견디지 못한 모녀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도,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도 목숨을 버린다. 도덕적 흠결이 드러난 정치인도, 횡령 혐의를 받는 기업인도,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연예인도 목숨을 버린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야당 정치인의 주변 인물들 중에는 벌써 다섯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무엇이 한국인들로 하여금 이리도 서둘러 목숨을 버리도록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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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다시 생각하는 이중화, 고령화, 민주주의 8년 전에 경향신문에 썼던 칼럼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장기 추세를 뒤집어라” 2015년 5월8일자). 그 글에서 나는 세 개의 거시 트렌드가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그것은 각각 이중화, 고령화, 현행 민주주의의 한계라고 썼다. 이중화란 조금 복잡한 학술 용어이지만, 익숙한 단어로 바꾸면 양극화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 하나하나가 모두 풀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더 고약한 것은 이 세 트렌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문제를 풀어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은 더 이상의 도약이 어렵고 서서히 침몰할 것으로 보았다. 이 문제를 풀어내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7년이라고 예측했는데, 근거는 고령화로 인해 부양률의 급상승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2022년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풀고 장기 추세를 뒤집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썼는데, 8년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다음 정부’란 문재인 정부였다. 당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었는데, 불과 7년 사이 작년에는 0.78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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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불체포특권과 민주주의 더불어민주당의 스텝이 자꾸만 꼬이는 것은 민주화운동 경험에서 얻어진 정치적 자산에만 매몰되어 매일 실천하는 것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쟁취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천하는 민주주의 말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손을 들어줄 생각도 없다.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민주화는 오랜 세월 민주당의 주력 상품이었다. 민주주의적 소양이 부족하다면 더 큰 비판은 민주당 몫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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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횡재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보니 듣던 대로 휘청한다. 작년 같은 달보다 족히 30만원은 올랐는데, 며칠 전 생각지도 않게 연말정산 폭탄을 맞은 뒤끝이라 이달 월급은 허공으로 사라진 기분이다. 나보다 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를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해 난방비 지원에 쓰자고 제안했고, 야당은 법안을 발의하거나 혹은 정유사들에 기금 출연 요청을 한다고 한다. 누가 나 대신 난방비 내주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이게 맞는 건가 좀 따져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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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새해가 밝았는데도 희망을 말하는 이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라 세계 공통의 문제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나고 나면 나라마다 실력차가 드러난다. 어떤 나라는 위기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 더 견고해진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고, 어떤 나라는 회복 불가능하게 뒤처진다. 한국은 대체로 위기에 강한 편이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는 유로 마켓에 쌓인 산유국의 오일 달러를 역이용해 중화학 강국의 기틀을 쌓았고,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때는 무너지는 대기업의 빈자리에 기술집약적 벤처기업을 육성해 평소라면 어려웠을 산업구조조정을 이루고 인터넷 강국으로 거듭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책은 결국 정치가 뒷받침한다. 같은 위기라도 나라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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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화물연대 파업과 합의의 가치 “노사는 우리에게 중재를 요청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끼리 합의가 안 돼서 일단 우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면, 그때부터는 철저히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파업이나 직장폐쇄는 즉시 멈춰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최대한의 제재를 가합니다.” 몇 년 전 유럽의 사회적 대화 실태를 연구하기 위해 방문했던 스웨덴 국립중재위원회에서 들은 말이다. 스톡홀름 감라스탄 남쪽 허름한 건물 안 사무실에서 커트 에릭손 국립중재위 법률부장은 엄청난 얘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 세계 최고로 노동권이 존중받는 나라에서 노조를 이렇게 엄격하게 대한다니 약간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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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패륜과 애도라는 정치적 기획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는 패륜인가 애도인가. 공개하자고 주장하거나 유족 동의 없이 공개를 감행한 쪽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고 하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패륜이라거나 ‘미친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명예훼손 등 법적인 쟁점이나 2차 가해와 프라이버시 등 인권 쟁점은 지난 며칠간 많은 조명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부분은 공개하자거나 공개하지 말자는 주장에 깔려 있는 정치적 기획이다.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정치적 기획이 가진 의도와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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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보수 정부의 가장 큰 위험 벌써 세 번째이다. 보수 정부에서 위험이 핵심적인 사회현상으로 등장하는 것 말이다.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에도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지금과는 양상이 달랐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던 수많은 사고는 회유 혹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취약한 사회 인프라로 인한 일상의 위험은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때의 광우병 사태와 4대강 사업, 박근혜 정부 때의 세월호 참사, 그리고 윤석열 정부 들어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이제 고질화해가는 보수 정부의 패턴처럼 느껴져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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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아마겟돈의 가능성 푸틴이 더 이상 수세에 몰릴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현실이다. 아직은 큰 가능성은 아니지만 침공 초기에 비하면 훨씬 커졌다.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병합하고 투표를 통해 합병 찬성을 받은 것은 언젠가 있을지 모를 핵무기 사용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을 가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이고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 개발을 지속할 기회와 이유를 동시에 제공했다. 온통 우크라이나에 시선이 쏠린 사이 북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은 느슨해졌고, 복수의 서방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있을 뿐 아니라 5만명 수준의 북한인을 러시아군에 참전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기회라면 핵 개발을 지속할 이유도 한층 더 분명해졌다. 1994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700개를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러시아·영국과 맺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에 이전했고, 그 대신 서방이 안보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양해각서의 당사자인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그냥 핵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러시아는 그리 쉽게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부터 김정은은 핵 개발을 중도 포기하고 결국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 사례를 깊이 새겨왔다고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절대 핵 개발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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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드러낸 한국의 정책역량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국내 반응은 ‘배신’이라는 한 단어로 모아지는 듯하다. 때로는 동맹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살벌한 표현도 들린다. 친환경 전기차에 주어지는 7500달러 보조금에서 당장 한국산 차가 배제되게 생겼고, 이것은 결국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이 1000만원이나 비싸지는 셈이 될 것이라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인 현대차·기아는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전체에도 커다란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대립에서 한국은 분명하게 미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전후해 현대차 100억달러와 삼성전자 170억달러 등 한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미국 내 투자 약속까지 이어진 직후임을 감안하면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조롱하고 나섰고, 영국을 거쳐 미국을 방문 예정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빈손으로 귀국할 경우 또 한 번의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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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당헌 수난시대 87년 체제가 문제인 줄 알았다. 선거법이 문제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디테일 속에는 악마도 천사도 함께 있다. 개헌 없이 지금의 법률하에서 정당만 제대로 운영해도 한국 정치를 훨씬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포퓰리즘 같은 일시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나간 세 번의 대선에서 주별 득표율을 합산해 대의원 수를 할당하고 지역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선거인단은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중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정당의 당헌이다. 공화당도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정당이 사적 이익집단이 아닌 공적 기구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모든 시민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당헌 자체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한국도 법률 개정 없이 얼마든지 비슷한 내용의 당헌을 도입할 수 있지만, 한국의 정당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디테일 속에 천사가 있지만 불러내지 않는 것이다. 반면 디테일 속의 악마를 활용하는 방법은 갈수록 노골적이 된다. 이런 일은 양대 정당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탓할 일도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