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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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헤어질 결심 이제 와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분석심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카를 융(1875~1961)의 결별 이야기는 지금도 전해 내려온다. 프로이트가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빈의 정신과 의사로만 갇혀 살던 시절, 융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한, 빈 바깥의 넓은 세상에서 찾아온 고마운 후학이자 동지였다. 둘은 서로를 아끼고 따르면서 공공연히 학문적 부자 관계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둘의 학문적 견해가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하던 1909년, 융은 빈에 있는 프로이트의 집을 찾아 논쟁을 벌였다. 격렬한 논쟁 끝에 융은 호흡기에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서재에 있던 책꽂이에서 나는 커다란 굉음을 들었다. 융은 프로이트에게 말했지만 프로이트는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융은 이제 곧 다시 한번 소리가 날 것이라고 예언했고 또다시 굉음이 났다. 이날 이후 프로이트와 융은 다시는 화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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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북한 위성과 전쟁억지력 북한이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표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지난 5월과 8월의 두 차례 실패를 솔직히 인정했던 점, 그리고 미국 등 제3국의 관측 결과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지난 5월 서해상에 떨어진 잔해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 위성에는 조잡한 수준의 구형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는 점, 설사 카메라 수준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실시간에 가까운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위성이 5~6대는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북한이 이 위성을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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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인공지능의 선거 개입, 대책은 있나 어느새 대학은 학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자연스레 내년 봄학기 강의 준비를 생각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인공지능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급적 객관식이나 단답형 문제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학생들의 깊은 사고를 유도하기보다는 단순히 암기하도록 만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채점하는 입장에서는 수십명이 제출한 장문의 논술형 답안을 채점하는 것이 훨씬 더 번거롭다. 하지만 학생들의 공부의 깊이와 생각의 전개를 평가하는 데에는 논술형이 낫다. 그러나 다음 학기부터는 이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논술형 기말보고서를 내줄 경우 학생들 중 일부는 틀림없이 인공지능에 써달라고 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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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한국의 안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국제 뉴스에서나 보는 남의 일일 뿐이다. 사람이 많이 죽고 다쳤다고 하니 마음이 아픈 정도랄까.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이 전쟁도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안보지형을 바꾸고, 따라서 우리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음모론’으로 시작해보자.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일은 지난 10월7일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71회 생일이었다. 우연일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와 그 일행은 올해 알려진 것만 해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푸틴 생일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용병 기업 바그너가 하마스 전사들의 훈련을 도왔다고 하고, 아이언 돔을 무력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사이버 공격 또한 러시아와 관련된 해커그룹이 주도했다는 정보가 있다.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정보이지만, 러시아도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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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연구자가 느꼈던 문재인 정부의 통계 전문적인 학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던 박사과정 시절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주장과 증거’였다. “너의 주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라. 주장이 없으면 말하지 말아라. 타인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주장은 반드시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증거가 분명치 않은 주장은 가짜다.” 지도교수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려면 통계 활용은 기본이다. 잘 만들어진 통계자료는 한국 사회에 대한 수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잘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 부족, 역량 부족, 의사결정권자의 부적절한 요구에 가로막힐 수 있다. 제대로 된 연구자라면 간단한 분석 몇 가지만 해도 자료를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 금방 감이 온다.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자료를 구하든지, 어쩔 수 없이 그 자료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약한 주장만 제시하고 자료와 주장의 한계를 밝히는 것이 연구자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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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야당의 비판이 힘을 잃는 이유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평가는 박하기 그지없었다. 공식 논평만 보더라도 미국을 대신해 중국 때리기 최전선에 내몰리면서 얻은 것은 대중국 수출 감소와 경제위기뿐이라든가, 한국이 외교의 먹잇감이 됐다든가, 나라의 미래를 ‘시계제로’에 빠뜨리고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든가, 심지어 ‘한반도 핵전쟁의 공포를 조장’한다고까지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이르면 말은 더욱 거칠어진다. 민주당 의원 몇몇은 후쿠시마로 건너가 일본 시민들과 함께 항의 집회도 했고, 이재명 대표는 ‘제2의 태평양전쟁’이라고까지 했다. 본인이 임명한 장관들이 국회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는 잠잠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뜬금없이 소셜미디어(SNS)에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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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묻지마 범죄, 사회적 고립을 치유해야 30년 전 처음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갔을 때의 일이다. 미국 대도시에 있는 대학들은 거의 예외 없이 범죄의 위협 속에 살아간다. 내가 진학한 대학이 대표적 사례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가로세로 각 10블록 정도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이고, 이 경계선을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신입생들은 누구나 새로운 학교생활의 설렘과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에 부총장이 등장해 캠퍼스 안전에 대한 특강을 했다. “거리를 걷는데 누군가 따라온다면?” 신입생들이 귀를 쫑긋했다. “…뛰세요!” 다들 맥없이 웃었다.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범죄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기껏 대책이 뛰는 것밖에 없다니. 부총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계속 따라온다면?” 신입생들이 또 귀를 쫑긋했다. “…계속 뛰세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부총장은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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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시럽급여, 적나라한 저소득자 ‘혐오’ 나는 ‘혐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쓰지도 않는다. 현실에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사회의 위계 구조에서 자신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는’ 이들이라고 해서 마구 편견과 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걸 일률적으로 ‘혐오’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면서부터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남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 말을 남용하고 오용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혐오’가 다른 ‘혐오’를 줄줄이 새끼치기하는 현상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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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세 가지 층위 방류를 코앞에 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은 단순히 국민 안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최소한 세 가지의 층위가 있고, 이것들이 서로 엮이면서 실익 없는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첫 번째 층위는 과학이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지만 나머지 두 층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 답은 거의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답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결론을 바꿀 만큼 논란이 큰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방류가 바다나 인접 국가에 미치는 위험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는 것이다. 위험이 ‘제로’라는 뜻은 아니다. 과학적 예측이 100% 혹은 0%라는 답을 주는 경우는 원래부터 거의 없다. 따라서 통상적인 과학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르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위험은 무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반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의 작은 가능성이 혹시라도 현실화하였을 때의 결과가 치명적이라면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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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이제라도 밥값을 하려면 지난 5월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알프스(ALPS) 처리수 속의 핵종에 대한 첫 번째 실험실 간 비교’라는 부제가 붙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처리 시설인 알프스를 통과한 물속에 어떤 핵종이 있는지에 대해 도쿄전력이나 IAEA의 자체 조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여러 나라의 연구소들이 따로 분석해서 그 결과를 비교해보고, 그에 따라 일본의 오염수 처리 수준이나 발표를 믿어도 될지 검증한 보고서라는 뜻이다. 분석을 수행한 기관들은 도쿄전력 이외에도 IAEA,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미국, 한국 등의 대표적 연구기관들이고, 한국에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참여했다. 이러한 교차 검증의 결과는 “투명하고 엄밀한 과학적 절차를 통해 도쿄전력이 뛰어난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IAEA는 결론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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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비나이다 비나이다’와 ‘거짓 선동’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공방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것이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1년 3월11일이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그리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후쿠시마에서 유출될 수 있는 방사능을 비롯한 여러 위험물질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고 국제적 협력을 구해와야 했다. 말로는 성명도 내고 법안도 발의했다고 하지만 성과로 드러난 것은 실질적으로 제로라고 봐야 한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한다고 으름장을 놨던 문재인 정부도 슬그머니 접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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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코인 게이트와 불로소득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코인 게이트’에서 쟁점이 되는 것들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검찰 수사가 밝혀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코인 게이트의 당사자인 김남국 의원과 그가 속한 정치세력의 정치적 책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남국 의원은 친명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7인회 회원이었으며,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의 수행실장이자 온라인소통단장을 맡기도 했다.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는 말이다. 그와 노선을 같이했던 친명계 의원들은 아직도 여러 궤변으로 그를 옹호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는 그의 탈당을 눈감아줌으로써 도망갈 길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