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환경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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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꽃은 경계에서 핀다 스푸마토(sfumato). ‘연기처럼 사라진, 퍼지면서 희미해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나온 미술 용어다. 회화에서 색과 색 사이 경계선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부드럽게 처리하는 기술적 방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처음 사용했고, 이 방법을 쓴 대표작이 ‘모나리자’라고 한다. 다빈치는 인간의 표정을 좌우하는 눈꼬리와 입꼬리 등을 스푸마토 기법으로 처리했다. 빛의 상태에 따라 모나리자의 눈과 입술의 윤곽선 위치가 달라 보이게 해서 보는 사람마다 입꼬리와 눈꼬리의 윤곽선을 상상하게 만들어, 그녀의 표정을 판단하게 했다니, 모나리자가 걸작인 이유다. 이 회화 기법이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다니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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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빌 게이츠의 공부와 겸손 퀴즈. 이렇게 말한 이는 누구일까? “저는 항상 제 자신을 사물의 밑바닥에 도달하려는 학생으로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좋은 하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 조금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잠자리에 드는 날입니다. 그래서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할 때, 저는 보통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재밌을 것인가? 변화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무언가를 배울 것인가?” 답은 빌 게이츠. 2주 전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다큐멘터리 <왓츠 넥스트: 빌 게이츠의 미래 탐구> 촬영 뒷얘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며 시작한 이야기다. 테크업계의 선구자이자 자선사업가로 활동하는 빌 게이츠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긴급한 현안을 찾아서 같이 고민하는 ‘배움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총 5편으로 구성된 이 다큐에서 빌 게이츠는 제임스 캐머런, 레이디 가가, 버니 샌더스 등은 물론 여성권리 옹호 활동을 하는 자신의 딸과 대담한다. 인공지능의 전망과 위험, 소셜미디어 시대에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의 문제, 기후위기와 첨단 기술을 이용한 해결 가능성, 소득불평등의 부당성과 빈곤 퇴치,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가져다줄 과학과 혁신 등 우리 시대의 핫한 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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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의원님들 ‘기후수능’ 어때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1993년 5월 발간된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초판 서문에 남겨 유명해진 글월이다. 저자 유홍준 교수는 사랑의 감정으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나는 감히 국토박물관의 길눈이가 되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국토의 역사와 미학을 일상 속에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고 썼다. 독자들은 출간 이래로 30년 동안 책을 들고 우리 국토에 아로새겨진 문화유산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신간 <공부>에서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석학들의 가르침으로 기후문제를 풀어보자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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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폭염,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재난 며칠 전 대전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아침나절 상가에 도착, 점심 무렵 대전역에서 귀경열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도로의 열기로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한다는 일기예보답게 대전역 광장으로 가는 길은 무더웠다. 광장 한쪽에서 솜바지에 파카를 둘러쓴 노숙인이 땡볕에 누워 있었다. 바로 건너편에선 어느 종교단체의 두 사람이 큰 양산을 쓴 채 포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 앞에서 숨이 콱 막혀왔다. 종교단체 쪽으로 걸어가 양산을 하나 달라고 해 누워 있는 노숙인에게 갔다. 여기서 이렇게 누워 계시면 죽어요!! 소리치고 약간의 돈을 드리고, 양산으로 햇빛을 막아드렸다. 한 행인은 저 노숙인은 누구의 말도 안 듣는다면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며 지나갔다. 폭염사회의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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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글로벌 위어딩’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지구온난화)은 가고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 언급되고 있다. 영어 단어 위어드가 형용사로는 이상한, 기이한, 기괴한의 의미로 쓰이지만 명사로는 운명, 숙명의 뜻으로도 쓰인다. ‘기이한’과 ‘운명’이 같은 단어라는 것이 참 이상하게 들린다. 아마도 돌고 돌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에 맞닥뜨릴 때를 운명이라는 명사로 함축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해져서 기후가 너무 이상해지고 있는데 온난화 같은 ‘온화한’ 단어로는 이 별난 위기를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새로운 용어를 부추기고 있다. 단어가 섬뜩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을 이 단어보다 더 잘 묘사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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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학교 밖’ 소년소녀 활동가들 고등학교 동창은 내가 학창 시절 항상 껌을 씹고 운동화를 구겨신고 다녀서 좀 무서웠다고 한다. 내게는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지만 목격자가 있으니 그랬었나 보다. 유치원은 다녀보지 못했고 초중고를 거쳐 대학 시절까지 학교수업은 대체로 지루했다. 꾸역꾸역 다니다 보니 성적이 좋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웠다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많다. 지난주 일요일 환경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kr·6월5~30일)에서 영화 <나우Now>를 상영했다. 서울시교육청 후원으로 이날 중고등학생 270명이 함께 관람한 이 영화는 2019년 청소년 기후시위 현장에서 시작된다. 그레타 툰베리는 물론 ‘미래를 위한 금요일’을 툰베리와 함께 시작했던 루이자 노이바우어, ‘지구를 위한 식물’ 창립자 펠릭스 핑크바이너, 영국 ‘멸종 반란’ 활동가 자이언 라이츠, ‘청소년 대 정부’ 환경정의 활동가 빅 바렛, ‘태평양 쓰레기 거름망, PGS’ 설립자 마르첼라 한슈, ‘막다른 길’ 대변인 니케 말하우스 등 지금은 유명해진 쟁쟁한 환경운동가들의 청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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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탄소제거 대회’ 아시나요 세계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상은 노벨상인가? 그렇지 않다. 노벨상 상금은 부문별로 1000만스웨덴크로네(12억6450만원)이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분야이며 총상금 규모는 78억원 정도다. 아마도 1901년 출범 당시에는 압도적인 상금이라 지금도 어떤 분야의 최고상을 무슨 무슨 노벨상이라 부른다. 예컨대 ‘아프리카판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이브라힘상은 수상 직후 500만달러(67억3200만원)를 받고 일생 동안 연간 20만달러(2억6932만원)를 받는다. 로또가 따로 없다. ‘종교계 노벨상’인 템플턴상의 상금은 약 140만달러(18억8524만원), ‘공학계 노벨상’인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과 ‘환경 분야 노벨상’인 골드만상의 상금은 7억5000만원 상당으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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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행동’ 노년에도 유효하다 어느새 환갑 나이가 되었다. 때마침 모교 동창회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대신 주어진 인생이 얼마일지 알 수 없고, 환경운동엔 은퇴란 게 없으니 노년기에 걸맞은 환경운동가로 ‘진화’하고 싶다. 지난 4월9일 64세 이상의 스위스 여성 2400여명으로 구성된 ‘기후 보호를 위한 여성 노년층 클럽’은 환호했다. 이 단체는 2016년부터 스위스 국내에서 정부를 상대로 세 차례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그러나 굽히지 않고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정부를 상대로 인권 침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위스 정부는 이 판결에 따라 이 단체에 8만유로(약 1억원)의 배상금을 3개월 안에 지급해야 한다. 시오프라 오리어리 재판관은 판결에서 “스위스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지키지 않았으며 탄소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며 “지금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미래세대가 더 심각한 부담을 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유럽인권협약 체결국인 46개국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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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얼마나 나빠져야 기후선거 될까 엊그제 어떤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주가가 떨어지니 주주들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이사회 의장이자 그 기업의 대표는 차분하게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나도 모르게 수긍이 갔다. 별로 큰 정보가 주어진 것도 아닌데 그의 말이 왜 미더운 걸까? 요즘 ‘핫한’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불과 몇 소절만 듣고는 전문가들이 당락을 결정한다. 우리 재단에서 직원 면접을 할 때 여러 명이 참여하는데도 채용 여부를 결정할 때 그렇게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외부 기관의 채용심사에 가봐도 사람 눈이 다 비슷비슷하단 걸 깨닫는다. 어째서 그렇게 순식간에 믿음이 가고, 이 사람이 적절하다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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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갈매기들’의 밥은 되지 말자 선거철이다. 지역구마다 주요 관심사가 다르고 거주민의 성향이 다르지만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경영을 혁신할 좋은 기회이다. 하루아침에 봄이 겨울로 바뀌는 기후 롤러코스터를 타는 와중이라 어떤 후보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위기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인지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IMF 외환위기 이전이니 근 30년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인터넷이 일상화되지 않은 때라 대형 강연장이 있던 서울시내 건물 외부에 우주선 같은 대형 수신기를 걸어놓고 미국에서 하는 강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수신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현지 시간에 맞추느라 오후 8시에 시작한 강연 도중 눈이 내려 빗자루로 수신기의 눈을 치우기까지 했다. 그때 영상에서 경영컨설턴트 켄 블랜차드는 어느 조직이든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을 만들고 총에너지의 5%를 쓰라고 역설했다. 그때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그냥 글자로만 이해했지만, 지나고 보니 현재를 경영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임기가 있는 지도자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래준비팀을 두고 가동하는 것이 조직이나 리더에게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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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AI보다 더 위험한 ‘기후’ 1970년대 흑백TV로 연속극을 함께 보던 할머니는, 아까는 이 남자와 살던 저 여인이 지금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린 드라마 속 현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셨다. 2000년에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방한하여 했던 연설을 기억한다. 앞으로 수년 내에 인터넷을 수돗물처럼 쓰는 시대가 올 거라고 했다. 벽돌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때라 인터넷과 수돗물을 연관지을 수가 없었다. 그때의 예상을 넘어 인터넷은 이제 수돗물이 아니라 공기처럼 우리 삶 그 자체가 된 지 오래되었다. 보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만난 여인이 옛날 생각이 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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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가짜 정책과 ‘오늘의 화석상’ 7일 두바이에 도착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OP의 배경은 이렇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가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대책을 위해 설립한 협의체가 IPCC이다. 1990년 IPCC가 발표한 1차 보고서를 근거로 1992년 리우회의에서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기로 채택한 것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매년 이 협약 내용대로 국가별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바로 COP이다. 벌써 28회차를 맞이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최근까지도 기후변화가 사실이네 아니네 논란이 무성했지만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평균 지구 온도를 2도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파리협정도 채택했고(2018년에 1.5도로 변경), 올해는 피해국을 위한 기후기금까지 조성하고 있으니 유엔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국가 간 연합이라는 느슨한 조직이 이 정도로 단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국제적인 추세에 우리는 얼마나 보조를 잘 맞추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