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환경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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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립자연사박물관 우린 왜 없지 2008년 봄에 충격과 놀람, 부러움과 좌절을 함께 맛보는 경험을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있는 미국자연사박물관. 지하 1개 층, 지상 4개 층에 45개의 상설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의 총건축면적은 19만㎡에 달한다. 크기야 땅 넓은 미국이니 그렇다 쳐도, 입구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물 공룡 뼈대를 보는데 고개를 뒤로 잔뜩 꺾어야만 가능했다. 압도된다는 게 무엇인지 나의 벌어진 입과 동공이 가르쳐주었다. 전직 과학교사 출신 은발의 자원봉사자가 안내하는 전시 내용은 끝이 안 보였고, 자료의 수준이 기가 막혔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하염없이 미끄럼이나 타던 우리 아이와, 넓디넓은 보물창고에서 탐구 중인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왈칵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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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생뚱맞은 ‘K문샷’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지난달 30일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다. 왕세자 부부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본인이 설립한 조직인 어스샷 상(Earthshot Prize)을 주기 위해서 미국을 찾은 것이다. 왕실이 최근 몇 년 동안 채택한 대의명분인 이 상은 그들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나, 어찌 되었든 기후 문제에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구태여 영국에서 미국까지 와서 시상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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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민 맘은 벌써 얼어붙었다 벌써 16년 전 일이다. ‘그린보트’ 두 번째 출항에 여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탔다. 보름 동안 1000명 이상이 한배를 타고 진행하는 연수 과정이라 아이랑 너무 오래 떨어지는 게 힘들어 함께 배에 올랐다. 어찌저찌 일을 보다 첫날 갑자기 아이를 선내에서 잃어버렸다. 8층짜리 건물 크기 크루즈선이라 정신이 아득했다. 나 역시 처음 타보는 배라서 잔뜩 긴장하며 문마다 열고 다녔는데, 어느 문을 하나 열고는 무릎이 꺾여 주저앉았다. 시퍼런 파도가 난간에 들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은 매우 무겁지만 만약에 아이가 이걸 열고 나갔을 생각이 들자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지나가는 우리 직원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나 좀 살려줘”라고 말했다. 여섯 살짜리 아이를 이 배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디서도 안 보인다고 애원을 했다. 선내 방송 후 선내 극장에서 연수 참가자 한 분과 영화를 잘 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들은 이런 경험 한두 번은 해봤을 터이고, 그때 그 기막힘은 아이가 멀쩡하게 커서 해병대 입대를 한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태원은 우리 집 근처이기도 해서 아이도 종종 친구들을 만난 곳이고 아마 휴가 일정이 조금 늦었다면 핼러윈을 그냥 넘기진 않았을 텐데, 생각만 해도 질식할 것 같다. 보통은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어떤 관련성이 없어도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의 고통이 전기처럼 전해진다. 보통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같이 흐느끼고 애통함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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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행동 ‘벽돌 하나의 행복’ 지난 5월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존 도어(71)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 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 지속 가능 스쿨’(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하였다. 도어는 2006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딸과 함께 본 뒤 기후변화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10대 후반이던 도어의 딸은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빠가 고쳐놓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데 부성애와 학습력이 겸비된 실행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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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재난엔 네편 내편 없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왜 ‘세상을 구하는 기술’을 ‘회사 밖’에서 구하려 했을까? 그는 구글과 NASA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 대학 싱귤래리티의 설립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세계 최초 민간 여성 우주여행자 야누세흐 안사리와 함께 세계 최대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운영 중이다. 이 재단은 인류를 이롭게 할 기술을 얻고자 공공 대회를 설계하고 개최 중이다. 작년 4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1억달러(약 1380억원)를 수여하겠다는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포상형 공개 경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고 상금의 규모가 압도적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했다는 것이 더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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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재난, 이러다 다 죽어요 도시에 살면 사람이 참 유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동차는 신발이 된 지 오래고 대중교통도 때론 막힐 뿐이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고 하루이틀이면 원하는 것이 배달되는 환경에서 재난은 영화에서나 스릴을 높여줄 장치에 불과했다. 더위나 추위가 좀 별스러웠지만 에어컨과 난방시설로 쾌적함을 더해줄 뿐이었다. 특히나 사계절로 단련된 나라에 살다보니 100년 만의 폭염, 1000년 만의 폭우는 해외토픽쯤으로 지나쳤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 차원의 변화라 누구도 비켜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체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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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 안전을 중시하지 말라뇨 누워서 책 읽다 스르륵 잠드는 맛, 주말의 일과다. 너무 빨리 잠들어 책이 얼굴에 떨어지곤 했는데, 이 책은 읽다가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말에 ‘미식가의 성서’라고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식당을 대상으로도 평가를 한다는 소식에 요식업계가 술렁였다. 특급호텔 레스토랑, 정상급 셰프들이 운영하는 고급 식당들이 결과를 기다리던 중, 놀라운 내용이 발표됐다. 총 24곳 중 마포구 서교동, 변변한 상가조차 없던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중식당, 게다가 개업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가게가 별 다섯개 호텔 중식당과 나란히 별을 받았다. 이곳이 바로 미쉐린으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중식을 제공하는 중식 전문점”이란 평가를 받은 ‘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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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다양함이 아름답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어느 날 전화를 받았다. “계좌 좀 불러보세요. 제가 지금까지 여기저기 상 받으면서 상금이 좀 있어서요.” 고마워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불러줬으나 입금된 액수는 무거웠다. 기부금 일금 3억원! 단, 조건이 있었다.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면 기부 철회를 하겠다는 것. 그래서 이 글을 쓰려니 조심스럽다. 이름을 대면 아하, 할 만한 영화감독이다. 그가 기부한 곳은 바로 오동진 평론가가 운영을 맡고 있는 ‘들꽃영화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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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섞여야 강하다 보헤미안 지수(Bohemian Index). 새 정부를 이끌어갈 각료들의 인사가 진행 중이고, 곧 지방선거를 앞둔 와중에 뉴스를 보다보면 이 단어가 종종, 아주 많이 떠오른다. 이 지수는 특정 지역에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도시의 창조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20년 전에 직접 고안했다. 2000년 밀레니얼을 기점으로 탈산업사회를 지나 IT 기반의 지식경제가 펼쳐지면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 연구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작가, 디자이너, 가수, 작곡가, 댄서, 배우, 감독, 화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지역이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술가는 신기술과 대극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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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위험사회 넘어 그린스완으로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맥주로? 어라 곰표 아이스콘까지? 햇반 아이스크림도 있네. 이마트24와 코오롱스포츠는 편의점에서 캠프닉(캠핑+피크닉)을 체험하는 공간을 차렸다. 어울린다고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들이 절묘하게 연결된 신상품으로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30년 전 심리학 수업시간에 부모로부터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요구를 한꺼번에 받으면 자녀가 정신병에 걸린다고 배웠다. 그런데 웬걸,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롭게 섞인 이 신박함에 놀란 소비자들은 앞장서서 입소문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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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탄소중립의 ‘달’을 봐라 최고경영자를 위한 ESG 리더십 과정을 운영한 지 1년 남짓 되었다. 세상이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수업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바쁘다. 최근 사례만 몇 가지 들어보자. 지난 15일 유럽연합(EU) 의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는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관세로 사실상 추가 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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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뉴맵’에 눈 밝은 이 기다리며 ‘캠프’의 어원은 들판이라고 한다. 파생어 ‘캠페인’은 들판에서 군대가 전개하는 공격작전을 뜻하다가 점차 조직적으로 벌이는 운동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시방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들판’에서 승리를 향해 ‘공격작전’을 펼치고 있다. 박빙의 승부라 공격의 날은 더 거세질 것 같지만 말을 무기로 싸우는 것이고 마감시간이 있어 작전은 종료될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진짜 전쟁이다.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일촉즉발 대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