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환경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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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테크, 챗GPT에 물었더니 살아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노년기라 한다. 유한한 시간 안에서 환경운동가가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뭘 해야 할까.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물결이 일지 못한 분야가 무엇일까. 기후테크가 아닐까? 기후테크(Climatetech)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분야를 말한다. 탄소배출 감소, 친환경 에너지 생산, 지속 가능한 농업 및 축산업, 자원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술들이다. 예컨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친환경 교통수단, 에너지 저장 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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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정당 현수막 공해, 이건 아니죠 머리도 비우고 운동 부족도 때울 겸 자주 걷는 편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근래 들어 걷다 보면 영혼이 더 어지러워진다. 여기저기 시야를 가로막는 현수막들. 정당들의 자랑이나 상호비방이 대부분이라 점심 가는 길에 입맛까지 쓰게 한다. 기분 탓일까, 왜 이렇게 갑자기 현수막이 많이 보일까. 알고 보니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11일부터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었다. 개정법은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고·허가·금지 등 제한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으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각을 가리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의 가게 간판을 가려 명백한 영업방해임에도 제한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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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제발, 종이 하나라도 줄여보자 3년 전쯤의 일이다. 우리 재단 직원의 아버지가 구미에 사시는데 허리가 안 좋으셔서 딸이 서울로 모셔왔다.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병원 몇 군데를 돌고는 모두 놀랐다. 5곳 중 수술이 필요하다는 4곳에서 치료 예상 비용이 25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보험적용 안 되는 시술이고 지인 찬스로 할인받은 게 그 정도이니 아파도 병원 가기가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마지막 병원 한 곳에서 이 정도 디스크면 수술 필요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에 감동받으며 고향으로 내려가신 게 결론이다. 마무리는 훈훈했지만 동일 질환에 의료수가가 이렇게까지 차이 날 일인지 의문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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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집에 불난 것처럼 긴 연휴 동안 집콕하며 하루 두 끼씩 집밥을 차려 먹었다. 군에서 제대한 아들과 객지 생활하는 남편을 위해 나름 솜씨를 발휘해보았으나 한숨이 그치질 않았다. 맛도 맛이거니와 음식물쓰레기 하며 포장재, 설날 선물 겨우 몇 가지가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나올 일인가 아득했다. 날씨마저 혹독해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가는 걸음이 무겁고 화가 났다. 설날 연휴 말미 영하 20도를 오르내린 올해 ‘최강 한파’는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물렁해져서 북극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막힘없이 내려오는 ‘하이패스’가 열렸기 때문이라니, 온난화의 아이러니다. 때 없이 피어나는 봄꽃에 동면에서 깨어난 누룩뱀, 눈이 소복하게 내린 제주도가 낯설고 두렵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기후변화’라는데 설날 특집 하나 없이 흘려보냈다. 가스요금 오른 것 말고는 일상생활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호박에 싼 비닐봉지 하나, 버섯을 담은 플라스틱 박스 하나 바뀐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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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립자연사박물관 우린 왜 없지 2008년 봄에 충격과 놀람, 부러움과 좌절을 함께 맛보는 경험을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있는 미국자연사박물관. 지하 1개 층, 지상 4개 층에 45개의 상설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의 총건축면적은 19만㎡에 달한다. 크기야 땅 넓은 미국이니 그렇다 쳐도, 입구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물 공룡 뼈대를 보는데 고개를 뒤로 잔뜩 꺾어야만 가능했다. 압도된다는 게 무엇인지 나의 벌어진 입과 동공이 가르쳐주었다. 전직 과학교사 출신 은발의 자원봉사자가 안내하는 전시 내용은 끝이 안 보였고, 자료의 수준이 기가 막혔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하염없이 미끄럼이나 타던 우리 아이와, 넓디넓은 보물창고에서 탐구 중인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왈칵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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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생뚱맞은 ‘K문샷’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지난달 30일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다. 왕세자 부부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본인이 설립한 조직인 어스샷 상(Earthshot Prize)을 주기 위해서 미국을 찾은 것이다. 왕실이 최근 몇 년 동안 채택한 대의명분인 이 상은 그들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나, 어찌 되었든 기후 문제에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구태여 영국에서 미국까지 와서 시상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올해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Moonshot)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보스턴은 미국 혁명의 요람이자 케네디 가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스샷이라는 상의 이름은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 이니셔티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문샷’은 ‘달 탐사선의 발사’를 뜻하지만 담대한 목표를 향한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자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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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민 맘은 벌써 얼어붙었다 벌써 16년 전 일이다. ‘그린보트’ 두 번째 출항에 여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탔다. 보름 동안 1000명 이상이 한배를 타고 진행하는 연수 과정이라 아이랑 너무 오래 떨어지는 게 힘들어 함께 배에 올랐다. 어찌저찌 일을 보다 첫날 갑자기 아이를 선내에서 잃어버렸다. 8층짜리 건물 크기 크루즈선이라 정신이 아득했다. 나 역시 처음 타보는 배라서 잔뜩 긴장하며 문마다 열고 다녔는데, 어느 문을 하나 열고는 무릎이 꺾여 주저앉았다. 시퍼런 파도가 난간에 들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은 매우 무겁지만 만약에 아이가 이걸 열고 나갔을 생각이 들자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지나가는 우리 직원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나 좀 살려줘”라고 말했다. 여섯 살짜리 아이를 이 배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디서도 안 보인다고 애원을 했다. 선내 방송 후 선내 극장에서 연수 참가자 한 분과 영화를 잘 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들은 이런 경험 한두 번은 해봤을 터이고, 그때 그 기막힘은 아이가 멀쩡하게 커서 해병대 입대를 한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태원은 우리 집 근처이기도 해서 아이도 종종 친구들을 만난 곳이고 아마 휴가 일정이 조금 늦었다면 핼러윈을 그냥 넘기진 않았을 텐데, 생각만 해도 질식할 것 같다. 보통은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어떤 관련성이 없어도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의 고통이 전기처럼 전해진다. 보통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같이 흐느끼고 애통함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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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행동 ‘벽돌 하나의 행복’ 지난 5월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존 도어(71)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 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 지속 가능 스쿨’(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하였다. 도어는 2006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딸과 함께 본 뒤 기후변화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10대 후반이던 도어의 딸은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빠가 고쳐놓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데 부성애와 학습력이 겸비된 실행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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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재난엔 네편 내편 없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왜 ‘세상을 구하는 기술’을 ‘회사 밖’에서 구하려 했을까? 그는 구글과 NASA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 대학 싱귤래리티의 설립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세계 최초 민간 여성 우주여행자 야누세흐 안사리와 함께 세계 최대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운영 중이다. 이 재단은 인류를 이롭게 할 기술을 얻고자 공공 대회를 설계하고 개최 중이다. 작년 4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1억달러(약 1380억원)를 수여하겠다는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포상형 공개 경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고 상금의 규모가 압도적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했다는 것이 더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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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재난, 이러다 다 죽어요 도시에 살면 사람이 참 유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동차는 신발이 된 지 오래고 대중교통도 때론 막힐 뿐이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고 하루이틀이면 원하는 것이 배달되는 환경에서 재난은 영화에서나 스릴을 높여줄 장치에 불과했다. 더위나 추위가 좀 별스러웠지만 에어컨과 난방시설로 쾌적함을 더해줄 뿐이었다. 특히나 사계절로 단련된 나라에 살다보니 100년 만의 폭염, 1000년 만의 폭우는 해외토픽쯤으로 지나쳤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 차원의 변화라 누구도 비켜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체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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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 안전을 중시하지 말라뇨 누워서 책 읽다 스르륵 잠드는 맛, 주말의 일과다. 너무 빨리 잠들어 책이 얼굴에 떨어지곤 했는데, 이 책은 읽다가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말에 ‘미식가의 성서’라고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식당을 대상으로도 평가를 한다는 소식에 요식업계가 술렁였다. 특급호텔 레스토랑, 정상급 셰프들이 운영하는 고급 식당들이 결과를 기다리던 중, 놀라운 내용이 발표됐다. 총 24곳 중 마포구 서교동, 변변한 상가조차 없던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중식당, 게다가 개업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가게가 별 다섯개 호텔 중식당과 나란히 별을 받았다. 이곳이 바로 미쉐린으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중식을 제공하는 중식 전문점”이란 평가를 받은 ‘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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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다양함이 아름답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어느 날 전화를 받았다. “계좌 좀 불러보세요. 제가 지금까지 여기저기 상 받으면서 상금이 좀 있어서요.” 고마워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불러줬으나 입금된 액수는 무거웠다. 기부금 일금 3억원! 단, 조건이 있었다.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면 기부 철회를 하겠다는 것. 그래서 이 글을 쓰려니 조심스럽다. 이름을 대면 아하, 할 만한 영화감독이다. 그가 기부한 곳은 바로 오동진 평론가가 운영을 맡고 있는 ‘들꽃영화제’이다. 이 영화제는 2014년부터 들꽃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독립 저예산 영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작되었다. 주류 영화 산업 밖에서 뛰어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영화인들을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을 선정하여 올해로 9회째 상을 수여해왔다. 올해부터는 영화제로 확장하여 시상식과 함께 영화상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