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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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변화된 한계노동, ‘15시간’의 굴레 최근 몇년 사이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 간 차이가 있으나 154만명에서 185만명이나 된다. 초단시간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과 청년 및 고령자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일자리 중 하나다. 서비스산업만이 아니라, 제조업과 건설업 그리고 농림수산업에도 적지 않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치인들과 경제 관료들의 관심사는 경제대책이었고, 그 방안의 하나로 고용률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두었다. 통계 속에 숨겨진 초단시간 노동은 관심 밖이었다. 국정과제 목표나 지표에서 고용의 질은 항상 부차적 취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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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허구적 노동개혁보다 진보정치가 절실하다 갑자기 ‘자유시장경제’가 정치의 본질처럼 논의된다. 시대적 상황과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론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유’를 35회, 국회 연설에서 ‘경제’를 10회 언급했다. 취임식과 국회연설에서 불평등이나 차별 혹은 격차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노동개혁을 외쳤을 뿐이다. 연설 전문을 보면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합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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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령 노동자의 일할 권리 광고물 수거, 시설 유지, 주차 안내, 골목 지킴이…. 공공에서 창출하고 있는 고령 노동자 일자리 사업들이다. 대부분 단순 일자리다. 많은 사람들이 조기퇴직 이후 생산적 경제활동과 개인적으로 유용한 일을 찾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이미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정년 퇴직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취업 후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간은 15년2개월에 불과하고, 일자리를 그만둔 시점은 49.3세다. 그만큼 노동시장은 유연할 만큼 유연하다. 2013년 ‘정년 60세’가 법제화되었지만 오히려 평균 근속기간은 10년 전보다 단축되었다. 중장년 시기 일자리 상실은 장기실업에 처할 위험이 높다. 정년 이전 퇴직자들은 대개 일하는 곳의 사업부진이나 휴·폐업,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직장을 떠난다.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 제도가 갖는 한계일지 모른다. 조기퇴직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다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 같다. 문제가 다수의 일자리가 저임금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이다. 그나마 공식 일자리를 찾더라도 고용보험 가입은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현실에서 제도 밖의 시민들만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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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차기 정부 노동정책의 ‘암흑기’에서 벗어나기 대선 결과의 상흔이 크다. ‘0.73%’ 차이는 극단적 정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의 단면이다. 긴 호흡과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향후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가늠할 인수위원회와 공약 때문이다. 지켜봐야겠지만 노동개혁을 모토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양산될 것 같다. 벌써부터 보수 학자들이 토론회를 주최하고, 경영계는 노동개혁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정책의 암흑기’가 연상된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후보의 반노동적 인식도 영향을 끼칠 듯하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과 변화들이 초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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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동 상실’의 20대 대선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주요 길목마다 현수막도 볼 수 있고 방송 토론회도 진행되고 있다. 14명의 대선 후보는 어떤 사람들일까. 몇몇 특징적 현상이 눈에 띈다. 대략 ‘60대·남성·서울대’가 공통적 특징이다. 평균 연령 58.2세(여성 52세, 남성 59.2세)의 절대 다수 남성과 서울대 출신이거나 법학 전공자다. 반면 정치적 성향의 차이도 엿볼 수 있다. 민주진보 후보(50.2세)와 중도보수 후보(62.6세) 간 다양한 정치적 차이다. 정당과 후보의 삶의 궤적이나 철학 혹은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의 재산세 신고액이나 납부 실적이다. 특히 재산세 납부 실적은 과세 대상이 토지나 건축물 주택 등을 보유한 사람이니, 각 대선 후보가 어떤 집단이나 계층을 더 잘 반영할지 직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14명의 대선 후보 재산세 납부액(평균 4억4045만2000원)은 다양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진보적 후보 여성(2783만4000원)과 다른 남성(5억922만2000원) 후보의 단순 차이만이 아닌, 중도보수와 민주진보의 편차를 봐야 한다. 중도보수 후보(5억4589만원)는 민주진보 후보(3404만원)에 비해 16배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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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텔레워크 확산과 디지털 불평등 코로나19로 급속히 확대된 재택·원격근무는 더 확산될까. 아니면 다시 이전으로 회귀할까. 국제노동기구(ILO)는 재택·원격근무 비율이 전 세계 고용의 약 7.9%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28개국은 17%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노동자의 약 5.6%로 추정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58만6000명(0.3%)이었으나, 2021년 118만8000명(5.4%)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 원격근무(telework)는 ‘멀리서(tele)’ ‘일한다(work)’는 의미다. 1973년 미국에서 나온 신조어인데 지금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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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각지대 노동, 초단시간부터 5인 미만까지 주3일 근무 모집. 사무보조, 판매직, 블로그 업무, 간호조무, 학원 강사까지.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면 하루 4시간씩 주3일 일할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1주일 총 근무시간이 14시간인 ‘초단시간 노동자’를 찾는 공고들이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 멀티플렉스 극장, 키즈 카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 스태프, 비대면 시험 감독, 목소리 녹음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초단시간 계약은 공공부문에서도 적지 않다. 아이돌봄과 시니어 일자리부터 도서관 사서는 물론 방과후 강사와 보육전담사까지 학교와 지자체에서 많이 활용된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콜센터 상담, 예술단, 임상병리사와 간호사까지 초단시간이 다수 확인된다. 이 정도면 초단시간 노동자가 없는 곳을 찾는 것이 쉬울 정도다.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일자리들이다. 문제는 초단시간 고용의 급격한 증가다. 2004년 75만명에서 어느덧 185만명으로 지난 15년 사이 110만명이나 증가했다. 중복 통계이나 초단시간은 여성(68만9000명), 65세 이상 고령(46만8000명), 중졸 이하(41만2000명), 청년(21만6000명) 등 우리 사회 취약층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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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낡은 노동법 떨치고, 일하는 시민법으로 괜찮은 일자리와 존엄한 일자리의 차이. 지난 20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좋은 일자리를 위한 논의를 확장시켰다. 최저수준의 협약만이 아니라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권고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불평등과 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다. 빈곤과 실업만이 아니라 여성과 청년은 물론 돌봄과 불안정노동자들처럼 제도 밖의 노동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특수고용(165만명), 플랫폼노동(179만명), 프리랜서(400만명)와 같은 744만명이 넘는 다양한 고용형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모두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의 밖에 놓인 노동자들이며, 법의 사각지대에 내팽개쳐진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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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과속방지턱이 필요한 ‘청년의 흉터들’ 평등을 일상으로. 2021년 여성가족부 성평등 포럼 문구다. ‘미래 여는 새로운 성평등 세상’을 모토로 청년의 일과 삶이 토론 주제였다. 젠더, 세대, 연령의 노동시장 불평등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젠더 기반 불평등이 소득, 고용의 질, 정신건강 문제에서 심각했다. 사회적 지원 부족 지수도 OECD(8.6)의 두 배(19.2)가량 차이가 났다. 어려운 시기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주위 청년 활동가를 통해 접한 현실은 암울하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고 너무 괴로워 출구를 찾고 있다”거나 “정신 스트레스와 고통받는 주변인이 떠올라 더 울컥했다”는 청년의 이야기를 접할 땐 마음 한구석이 착잡했다. 코로나19는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집단에 더 많은 충격을 준 것 같다. 일자리를 상실한 20대 초반 여성 청년의 우울감이나 정신건강이 위험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저소득 청년이나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청년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다. 노동시장에서 일 경험은 매우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일자리를 갖지 못할 경우 정신건강이나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 흉터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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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가치는 뭔가 샤넬, 랑콤, 시세이도, 에스티로더, 디올, 시슬리. 누구나 한번쯤 접해보았을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다. 구인구직사이트 채용정보를 검색해보니 다채롭고 흥미로운 문구가 확인된다. “○○○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의 한국법인”으로 혹은 “전 세계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뷰티 제품”으로 소개한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 유한회사 설립을 통해 한국 진출 30년이 되어 간다. 이들 기업은 지난 수십년 동안 막대한 이윤을 향유했다. 연간 매출 1000억원 남짓부터 1조원 대기업에 버금가는 회사까지 있다. A회사 홈페이지에는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한 매출액이나 혁신적인 가족 경영 기업을 강조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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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 4일제 실험과 ‘시간의 정치’ 주 4일제는 불가능한가. 허황되고,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들릴 듯도 하다. 하지만 불과 1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토요일까지 일하고, 학교 가는 게 일상이었다. 당연히 주 5일제 반대도 많았다. 당시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반응은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소름 끼친다. “삶의 질을 높이려다, 삶의 터전을 잃습니다”라는 신문 광고와 “주 5일제 시행하면 경제가 죽는다”는 기사들이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제가 죽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횡포나 분식회계 같은 위법한 행태들이 경제악화의 주요 요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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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0년 전에서 멈춘 간호사의 노동현실 몇년 전의 일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간호사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란다. “쉬는 날(Day off)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병원을 그만뒀단다. 다소 놀랐다. 아니 왜? 아직 그만둘 시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저 속으로 물어봤다. 그는 내 생각을 눈치라도 챈 듯 곧장 답한다. “너무 힘들어 (병원을) 나왔어요”라고. 그래서 물었다. “그럼 언제쯤 다시 갈 건데요?” 답은 간단했다. “너무 지쳐서 이제 좀 쉬고 생각해 보려고요.” 코로나19 시기 정부는 간호인력 충원과 처우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더 암울하다. 간호사 절반은 5년 남짓 되면 떠난다. 신규 간호사는 44.5%나 된다. 인력부족과 야간근무에 힘든 업무까지 감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부족으로 끼니조차 제때 먹지 못하고 일을 할 때가 다반사다. 10명 중 7명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 있어 이직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일이 고된 것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특성상 주간과 야간의 ‘교대제 근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 달 6∼7회 남짓의 야간근무는 최소화해야 한다. 재정을 고려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