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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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공직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검증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후보 재산내역(2023년 말 기준)과, 그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023년 2월 검찰에서 퇴직 시 신고한 재산내역을 비교해보면 이들 부부의 재산이 그간 41억원 정도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10개월 동안 그만한 액수로 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이 변호사가 개업 후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 기여했으리라는 점이고, 이를 보도한 의도는 그러한 수익행위가 배우자인 박 후보자의 공직적격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유가 된다는 점을 보이려는 데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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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선거운동과 후보자비방죄 선거운동 관련 사건에 관여해본 법률가들은 가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후보자는 대문만 나서면 선거법 위반.” 우리나라 선거법제의 문제 중 하나는 선거운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돈은 묶고 말은 푸는’ 선거운동을 지향한다면서도,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수차례에 걸쳐 공직선거법 중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규정에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과 관련해서 큰 걸림돌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다. 공표하는 사람이 무엇인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을 경우 사후적 판단으로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보아 처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면, 허위사실공표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꼭 부당하다고 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처벌하는 후보자비방죄에 있다. 이 죄의 구성요건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로 되어 있고,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하면 대부분 법정형이 무거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후보자비방죄는 표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입증이 안 되지만 기어이 처벌하려 할 때 동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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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 읽기 보르헤스는 “인간의 역사는 오해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사실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다. 법은 정합성의 명제이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무죄 판결은 세계관의 차이마저 보여준다.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2847쪽에 이르는 분량의 판결에서 인정된 수많은 사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보자. 공소사실 중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처분 사건 관련 직권남용’이 있다. 무지하게 긴 법원의 인정사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이렇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고처분을 받자 전교조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2014년 서울고등법원이 효력정지결정을 내리고 노동부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당시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서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재항고 사건의 주심 대법관은 전속재판연구관의 검토보고서를 읽은 후 공동재판연구관 여러 명과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차례로 검토를 지시하였고, 최종적으로 헌재의 결정이 나온 후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헌재가 2015년 합헌 결정을 하자 대법원 전원재판부는 파기환송 결정을 했다. 한편 연구관들의 검토가 계속되던 시기에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종헌이 지시하여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재항고 인용 시 청와대에 긍정적인 반대급부로 요청할 만한 사항’들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 재외공관 법관 파견,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법관 정원 증원 추진 등에 적극 협조’ 등이 적혀 있었다. 그에 앞서 임 실장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부터 재항고이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청받자, 심의관에게 지시하여 효력정지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한 문서를 작성하게 하고는 법무비서관에게 보내줬다. 이 문서는 노동부에 전해졌고 재항고이유서가 되어 대법원에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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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 보도 지난해 11월 배우 고 이선균이 수사를 받은 사건에 관한 KBS 텔레비전 보도 중 그가 어느 유흥업소 여성과 나눈 대화의 녹음이 방송됐다. 그런데 그중 첫 부분 대화는 낯뜨거운 내용이라서 듣기에 불편했다. 그걸 내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생활에 관한 헌법 조항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연예인도 국민이니까 이 조항대로라면 당연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사를 내거나 방송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렇게 공개를 허용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 ‘알 권리’다. 그럼 연예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알 수 있는 것인가. 연예인에 관한 사건은 아니지만, 2006년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의 비밀 침해가 위법한 경우를 “공표된 사항이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그 개인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일반인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 등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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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저항 중대재해처벌법은 2002년부터 제정 운동이 있었고, 의원입법 발의만 해도 2016년 이래 모두 아홉 차례나 있었다가 2021년에 들어서야 제정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고도 이 법은 제정 후 여러 가지로 저항을 받아 왔다. 첫째는 이 법 시행 후 중대재해가 줄지 않아 사고 예방 효과가 없으니 법을 전면개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통계수치는 법 적용 사업장에서의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거나 특정 업종만의 통계수치라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2022년 1월 이 법이 시행된 후 2023년 3분기까지의 사망자 수는 조금씩이나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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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재판 지연의 해소 방책 전임 대법원장의 임기가 다할 무렵부터 재판 지연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신임 대법원장도 재판 지연을 사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는 재판 지연의 문제를 보도하면서 늘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이 늦어진 것을 예로 꼽는데, 정치인들이 당사자인 사건의 재판이 꼭 요즘 들어 지연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선거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이미 수십년래의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 법률생활을 생각할 때 정말 심각한 것은 민사재판, 그중에서도 소송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민사합의사건의 재판 지연이다. 나 자신도 2013년에 제기된 소송의 피고에게서 사건을 맡았는데 2022년에 들어서야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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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새로 뽑을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와 염려 원론적으로 말해서 사법부의 독립이란 것은 도구적 개념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판결을 하기 위한 도구이며 가치중립적 원리라는 것이다. 그 독립은 법원이 책임성에 기반을 두고 사법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존재이유를 가진다. 달리 말해서 사법부의 독립은 좋은 판결을 하라고 보장하는 것이지, 나쁜 판결에 대한 방호벽을 준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사법부 독립은 법관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한다는 믿음, 어찌 보면 재판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나 통계적 인식에 기반을 둔 장치다. 그러나 현실 상황에서 정치권은 늘 이해관계에 따라 법원의 판결에 이런저런 정치적 평가를 내리고 비난하거나 추켜세우는 행태를 반복한다. 질 낮은 정치권력은 아예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든다. 이런 헌법현실이나 독재정권 아래에서의 역사적 경험은 사법부 독립을 단순한 도구적 개념이 아니라 사법부의 존재이유를 근거 짓는 원리로 인식하게 했다. 그래서 대법원장의 취임사에서마다 되풀이 강조되는 사법부 독립은, 때로 힘없고 맥락 없는 구호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패배주의적 시각에서 그저 하나의 수사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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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수사준칙의 개정 법무부가 지난 7월31일 입법예고한 개정 수사준칙이 11월1일부터 시행된다. 주요 개정 내용은 ①경찰의 고소·고발장 반려 제도 폐지 ②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시한 설정 ③보완수사의 경찰 전담 원칙 폐지와 검찰과 경찰의 분담 ④경찰의 위법부당한 불송치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요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함 ⑤검찰이나 경찰 일방이 요청하는 경우나 선거사건의 시효가 임박한 경우 상호협의의 의무화 등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개혁은 요컨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하여 직접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제한하고,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경찰 수사 결과 기소할 수 없을 경우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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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대통령의 언어 레이건 대통령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후 공중 폭발하자 사고가 난 지 불과 6시간 후에 4분여 동안 대국민 연설을 했다. 연설의 첫머리에서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계속 ‘우리’를 주어로 썼다. ‘우리’는 이들 영웅 7인의 죽음을 애도한다면서 승무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다음 ‘우리’는 그 가족들처럼 슬퍼한다고 했고, ‘우리’와 승무원들은 모두 개척자라고 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었으며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차대전에서 공중충돌사고로 사망한 존 길레스피 매기의 시 ‘고공비행(High Flight)’에서 두 구절을 인용하여 연설을 마쳤다. 연설 중 그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챌린저호 사고를 “탐험과 발견의 과정 중 일부이며 인간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모험”이라고 이르면서 “미래는 마음 약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연설 중의 “용감한 사람들”이 미국 국가의 마지막 구절인 “자유인들의 땅, 용감한 사람들의 고향 위에”에서 따온 것임을 직감하면서 그의 수사(修辭)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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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판사의 정치 성향을 비난하려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박병곤 판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와 권양숙 여사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피고사건에서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일부 언론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형량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어느 법조인의 주장 등을 보도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한 시민단체는 박 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주장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된다. 즉 ‘㉠정 의원에 대한 형량은 과중하다 ㉡따라서 이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며 공정하지 않다 ㉢박 판사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그런 정치 성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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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법정구속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가 항소가 기각되면서 법정구속되었다. 언론보도를 보고 어느 법조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판사, 대단하네.” 하지만 보도된 범죄사실의 내용과 판사의 양형 이유 설명을 보면 그런 유형의 사건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법정구속은 보통 불구속 피고인에게 1심 또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현장에서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법정구속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형사소송법상 법정구속이라는 용어는 없고 이에 관한 특별한 규정도 없다. 대법원예규인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는 "①불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신병확보를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②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보면 판사가 법정구속을 하는 것은 위의 규정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법정구속의 근거는 법률인 형사소송법에 없다. 대법원예규가 있을 뿐이다’라는 주장도 있으나, 틀린 말이다. 형사소송법상 모든 구속의 결정은 수사단계에서든 공판단계에서든 판사의 권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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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것과 관련하여 벌어진 논란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초 발표된 8인의 제정 후보자 중 특정인 2인에 대하여 대통령실에서 언론을 통하여 임명 거부 의사를 미리 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 대법원장이 그 특정인이 아닌 사람들을 제청한 것이다. 요컨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와 이에 대한 굴종이 문제라는 것이 언론의 시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의 제청에서 여성 후보자가 없었던 점이다. 제청된 남성 후보자 2인이 대법관에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은 3인으로 줄어드는데, 대법원을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위주로 구성하는 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운 결과일 게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의 다양성은 조직의 가치 증진과 생명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대법원이라고 다를 리 없다. 실제로 대법관이 되기에 앞서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주심으로 집필한 판결을 읽다 보면, 당사자들이 참으로 답답해했을 만한 문제에서 종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해법을 내놓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