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최신기사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품위 없는 언동, 떨어지는 신뢰 법조윤리 교과서의 설명을 빌리면, 변호사의 행동원칙은 ‘만약 의뢰인 자신이 변호사였다면 택하였을 최선의 행동방침을 의뢰인을 대신하여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정에서 변호사가 하는 말은 곧 의뢰인의 말이다. 의뢰인은 양식 있는 사람들에게서 비난받을 짓을 하는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의뢰인이 법에 맞추어 자기 입장을 주장하고자 하는데도 변호사가 법정 안팎에서 막말과 무례한 언동을 한다면 그것은 의뢰인에 대한 배임이다. 만약 의뢰인의 동의나 양해 아래 변호사가 그런 언동을 한다면, 그들은 사법 시스템 내에서의 정당한 법적·사실적 주장을 포기하고 어차피 볼 장 다 봤으니 화풀이나 하자고 달려드는 것이다. 혹시 막말이나 소동을 효과적인 변론 방식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변론의 전략적 실패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권 독립의 함의 드레드 스콧은 노예였다. 사건의 배경과 복잡한 법리 설명을 빼고 이야기하자면, 그는 돈으로 자유를 사는 데 실패하자 1846년 소송을 걸었다. 10년이 넘은 송사 끝에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가고, 1857년 유명한 ‘드레드 스콧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관 9인 중 7인의 다수의견을 집필한 로저 토니 대법원장은 선언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의 후예는 자유민이든 노예든 미국 시민이 될 수 없고,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도 없다. 흑인 노예는 노예주의 사적 소유물이다. 헌법상 누구도 적법절차 없이는 노예라는 소유물에 대한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 이 판결은 노예제도를 제한하는 의회의 법률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노예제 찬성론자들은 이 판결로 노예제에 대한 의회 규제를 막고 논란을 종식하려 했지만, 결과는 대중의 격렬한 비난과 분노였다. 1861년 미국은 남북전쟁에 돌입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개혁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을 보면서 개혁은 전문가 집단 이익 줄여윤석열 내란죄 판사 비리 조사5개월간 묵히다 감사위에 회부국민의 의구심에 먼저 답해야 “사법개혁은 호흡이 짧아서는 이루어내기 어려운 작업이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 경험은 이 말이 옳음을 증명한다. 여러 나라의 판사들은 모두 일이 많은 현실에 지쳐 있음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대다수는 딱하게도 해결책 제시에는 굼뜨고 때로 저항적인 자세를 보인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는 넓혀야 한다 내 지인 중 의사인 이가 학생 시절에 겪은 일이다. 버스에 방금 올라탄 어느 할머니가 난폭운전으로 넘어지면서 앉아 있던 다른 승객을 덮쳤다. 그 승객이 “늙은 게 죽지도 않고…”라며 계속 폭언을 퍼붓자 지인이 보다못해 다가가서 그만하라고 말렸는데, 그 무뢰한은 느닷없이 등산용 손도끼를 꺼내 휘둘렀다. 간신히 피했지만 얼굴에 상처가 났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운전기사가 버스를 경찰서에 댔다. 경찰관은 ‘쌍방 폭행’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을 모두 입건해서, 결국 지인은 벌금을 물어야 했다. 무뢰한도 벌금만 물고 끝났다. 지인은 얼굴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를 가리키며 내게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 후 다시는 누가 무슨 일을 당하든 남의 일엔 끼어들지 않아.”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검찰개혁 법률안 졸속 처리에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안인 4개 법률안에 관해 지난달 9일과 28일에 공청회가 열렸다. 또 언론 보도로는 민주당의 검찰개혁 TF가 검찰조직개편 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검찰청법을 폐지해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만드는 한편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이 요지다. 찬반의 여러 의견이 나와 있지만, 형사사법제도의 원론에 부합하면서 현실적으로도 개혁에 따를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할 방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였던 수사권 조정 역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불송치 결정의 적정성에 대한 고소·고발인들의 불만과 의구심이 극심해진 현실을 고려하면, 사건 전체의 검찰 송치를 부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상법 개정과 배임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시공회사와 협의한 끝에 추가공사를 하기로 해 도급금액을 올려주었는데,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법정에서 변론을 다 들은 재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피고인, 우리나라에는 ‘과실에 의한 배임죄’라는 게 있습니다. 아시는지요?” 물론 우리 형법상 과실배임죄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로 인식하고 일을 처리했다가 결과가 나쁠 경우 자칫 잘못되면 배임죄로 처벌되는 예는 종종 있다. 다행히 그 조합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소된 행위가 과연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가는 사건은 적지 않다. 배임죄에서 다른 유형의 범죄보다 무죄율이 높은 것은 이런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대법관 증원, 어떻게 봐야 하나 여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 대법원이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이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재 대법원이 상고심으로서 가지는 문제로는 우선 사건 적체가 있다.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은 대법원 외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 상고허가제 채택, 대법관 증원 등이다. 그중 상고법원 설치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다 사법농단 사건이라는 불상사를 일으켜 때가 묻어 있고, 상고허가제는 과거 비슷한 제도를 운용했다가 불만의 대상이 되어 폐지된 전력이 있어 채택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보아 일이 넘치면 일을 처리할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 판결대법관들 상호 설득의 시간 없어이재명에게만 차별적으로 ‘신속’상식적으로 의심 살 일은 피해야 과거 판사 노릇 하던 시절, 내가 속해 있던 재판부의 부장판사가 인사발령을 앞두고도 여러 사건에서 당사자가 원하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일이 있었다. 의아해서 물었다. 인사발령이 나면 바로 변론을 재개해야 할 텐데 왜 그리하시는가 하고. 대답은 이랬다. “판사는 늘 ‘똑같이’ 하는 법이다.” 어떤 판사는 판결을 내릴 피고인에게서 돈을 받아먹었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분개하고 있을 때 선배 판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럴 때 너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평소의 기준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 똑같이 하라.” 부장판사 한 분은 내가 사건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이렇게 가르쳤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원칙대로 하라. 재판에서 묘수는 악수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이재명 당선 때 재판 중단 여부 밝혀라? 지난 8일자 한국일보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땐 재판 중단?… 헌법 84조 해석 묻자, 대법·헌재 변죽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돼야 하나, 아니면 계속해도 되나라는 문제를 두고 한국일보가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더니, 대법원은 이를 “어물쩍” 넘겼고 헌재는 “사실상 발을 뺐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사법기관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율사 출신 한 의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사법기관이 조기 대선에 앞서 소추의 명확한 의미와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중단되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썼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우리 공화국의 안녕 헌법의 국가 운영원리는 ‘공화정’협상과 타협 통한 다원주의 추구권력 독점 안 돼…함께 잘 살아야공동체의 화합 이루는 정치 절실 공화정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놀랍게도 로마는 제정을 시작하기 전 450여년간 공화정을 운영했다. 로마가 당시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데에는 공화정이란 정체가 기여한 바 컸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 임시헌장 제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으로 함”이라고 규정하여 민주공화정을 정체로 삼았다. 무능하고 부패한 왕정 아래 사람들은 지겹고 고통스러웠을 게다. 왕정이 망한 지 10년도 안 되어, 구시대의 유물을 내던지고 공화국의 탄생을 염원하는 새로운 목소리의 정치 문서가 이 땅의 역사에 등장한 것이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군인은 부당한 명령이라도 복종해야 하나 전시나 이에 준하는 상황 아닌 데다민주 질서에 반하는 명령엔 항명해야비상계엄 사태 중간간부급 군인들복종 의무 앞세워도 ‘면죄’ 안 돼 12·3 불법계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국회의사당에 들어간 장병들이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소극적 행위 내지 자제로 대처한 것이었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은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제25조에서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57조 역시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만약 직무상 명령이라도 그것이 부당할 때라면 어쩔 것인가.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법률가 언어, 선동가 언어 윤 대통령의 자기 방어를 위한갖가지 허언·궤변·억지 주장들법률가 언어로 보고 싶지 않아잘못된 법적 메시지는 배임행위 권력관계에서 피지배자의 무기는 언어다. 강자는 주먹으로 치고 약자는 말로 맞선다. 그런데 그 말마저도 ‘입틀막’을 당하던 세상에서, 권력의 우두머리가 한번 된통 넘어지자 요즘의 ‘내전’에서는 희한하게도 권력이 언어를 무기로 삼고 있다. 헌재의 법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이 나오다니, 기이하지 않은가. 쓴웃음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