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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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사법의 정치화라고? 사람만 바꾼 새 비대위 구성으로결정의 효력 피해 가기 궁색하고사법의 정치화란 개념의 틀 속서사법부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정치의 사법화 성찰하는 게 맞다 지난 8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받은 가처분 결정을 두고는 여러 가지 해석과 평가가 나와 있다. 본래 판결이나 결정(소송법상 이들을 합쳐 ‘재판’이라고 한다) 중 정치적 사건을 다룬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나 평가가 다양함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언론이나 학계에서 법이나 소송의 기본원칙과 이론에 대한 이해 없이 재판을 비난하면, 듣는 이나 읽는 이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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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검사 모임과 달리 경찰엔 ‘불법’시행령 개정만으로 경찰국 신설경찰이나 사회 의견 수렴도 없어 ‘권력 제어’ 최소한의 장치 무시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 윤 하사는 내무반장으로서 더할 수 없는 권력을 휘둘렀다. 모두들 벌벌 떨었다. 이상할 정도로 다들 무서워하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칭찬할 일에도 화를 내고 화를 낼 일에도 칭찬을 해. 한마디로 미친 척해야 날 무서워하지”라고 말하며 그는 씩 웃었다. 이수태의 <어른 되기의 어려움>에 나온다. 약속과 기대의 체계인 규범과 권력의 발생 기제가 가지는 관계를 보여주는 좀 섬뜩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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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아첨 권력자는 아첨 물리치는 것 넘어듣기 싫은 말을 들을 줄 알아야그런데 새 권력은 그렇지 않은 듯 망국사는 아첨한 자들의 배신과충언 물리친 자들 독선으로 점철 아첨은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행위다. 아첨을 칭찬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첨은 감추어진 동기에서 듣기에만 좋으라고 과장되거나 거짓된 말을 하는 것이고, 칭찬은 듣는 이에게 인생의 긍정적 면을 보도록 격려해 주는 말이다”라는 풀이가 근사하다. 감추어진 동기란 무엇인가. 이솝 우화에서 교활한 여우가 멍청한 까마귀에게 노래를 청하는 숨은 이유는 까마귀가 물고 있는 치즈에 있다. 아첨은 본질적으로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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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전직 고위공직자의 로비 한덕수 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밝혀진 건 그의 무신경함뿐 변호사법 고쳐 전직 고위공직자의로펌 활동과 처리 결과 밝혀야회전문 인사의 고약한 행태 차단 사람의 판단력이나 인격, 넓게 보아 세계관은 평소에 잘 알기 어렵다. 문제적 상황에 처해서 하는 행동을 보아야 정확하게 안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라면 공의와 개인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그중에서도 법에서 말하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익을 사익에 앞세워야 마땅하므로, 공직 취임 전에 이 문제에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려내야 할 필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로펌이든 어디든 취업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런 전력으로 로비를 하던 사람이 공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런 복귀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여러 폐해를 일으키지만, 그래도 기어이 복귀시키려면 과거의 로비가 법이나 양식에 어긋난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새로운 공직이 과거의 로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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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공직 후보자와 이해충돌 이해충돌 양태는 갈수록 지능화해결책은 공직에 가려는 이들의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공직 후보자들 행태는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니 딱하다 다산 정약용은 성균관 유생 시절이던 1789년에 대과 전시에서 갑과 2등으로 합격했다. 정조 임금이 시관인 채제공에게 내린 장원 뽑기의 기준대로라면 다산이 장원이었으나, 채제공은 그를 2등으로 올렸다. 임금이 시지를 가져다 보고서는 다산이 장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기록상 다산은 2등으로 남았다. 채제공에게 다산은 사돈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조의 상피제에 따르면 본가, 외가, 처가의 4촌 이내 사람과는 같은 관서에 근무할 수 없었고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의 사건에 대한 판관이나 시험에 대한 시관 노릇을 할 수도 없었지만, 채제공에게 상피제가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떨치려 했다. 미국 연방대법관 톰 클라크는 1967년 아들인 램지 클라크가 법무장관이 되자 대법관직을 사임했다. 법령으로 강제된 일은 아니었지만 이해충돌의 외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문명사회에서 이해충돌 상황의 회피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 요청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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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여성할당제와 능력주의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새 집권자들의 능력주의 선호는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 알기 때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서도새 정부 어떤 모습 보일까 조마조마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1981년 여성으로는 미국 최초로 연방대법관이 된 인물이다. 그는 1952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3등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들이 변호사로는 채용하지 않고 법률비서직만을 제의하자, 공직을 찾아 산마테오 카운티의 검사보로 일해야 했다. 보수도 없고 자기 사무실도 따로 없는 조건이었다. 두 번째로 여성 연방대법관이 된 루스 긴즈버그는 1960년 컬럼비아 로스쿨 공동수석 졸업 후 연방대법관의 연구원직을 지원했지만 직을 맡지 못했다. 여성이라는 이유였다.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니가 여성 단원을 채용한 것은 창단된 지 100년이 된 1982년에 들어서였다. 지휘자 카라얀이 결단을 내려 그리 되었지만, 이 때문에 그는 단원들과 불화하게 되었고 30여년간의 평화로운 공존관계가 깨지는 일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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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선관위, 어찌할 것인가 중앙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은정치 편향 비난 소지 없어야 하고경험 갖춘 명망가 위원장으로 선출위원장을 상임직으로 바꿀 필요성 신뢰 회복은 선관위 절체절명 과제 지난 17일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대선에서의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책임을 진다면서 사의를 표명하더니, 다시 17개 시·도선관위의 상임위원들이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하여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의 집단적 의사표시는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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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선거 후의 날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날 아침, 출근한 직장동료가 내뱉듯이 말했다. “더러워서…. 이제 랭귀지스쿨 등록해야겠네.” 그가 말한 ‘랭귀지’는 전라도 방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엔 이런 말을 들었다. “수상해, 내 주위에 그 사람 찍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는데 웬일인지.” ‘다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증오와 혐오에 싸여 있다 보니 그리 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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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선거보도의 객관성과 편향성 오늘날의 선거는 ‘미디어 선거’다. 기성 언론 외에 새로운 미디어까지 끼어들었다. ‘삼프로TV’라는 유튜브 채널이 대선 후보자 5인을 초청하여 시행한 인터뷰의 조회 수는 합계 1200만회를 넘어선다. 이럴수록 언론 본연의 역할은 정론적인 선거보도에 있지 않을까. 공직선거법은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공적 기구가 심의하는 제도를 매체별로 두고 있다. 이런 제도는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선관위에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방통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에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각각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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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그런 사람들’ 변호하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변호할 수 있습니까?” 여기에서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 범죄자들이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변호사들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사회 일반의 지인들로부터 늘 이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하도 그런 일이 잦다 보니 형사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를 ‘그 질문’이라고 통칭한다. 애비 스미스 등이 편찬한 책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변호할 수 있습니까?>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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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사과를 망치는 법 불경 중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 중 하나다. 금강경의 경문에는 아상(我相)을 지우라는 말이 수없이 되풀이된다. 아상은 본래 브라만교의 ‘아트만(atman) 의식’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지만, 복잡한 교리 이야기를 빼고 실천적 의미만 보자면 아상을 지운다는 것은 나와 내 것과 내 생각을 중심으로 삼는 세계관을 여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집과 이기심을 버리는 것쯤 된다. 아상을 지울 마음이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뭐냐고 한다면,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사과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단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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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대장동의 법률가들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에서 1981년에 법조윤리가 정식과목으로 채택된 데에는 미국의 로스쿨에서 법조윤리 교육이 강화된 것이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을 통틀어 대략 19세기에 80%, 1960년대에 60%, 근래에 40% 정도의 의원이 법률가였다. 이런 나라에서 1976년 지미 카터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왜 자기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미국 시민들에게 설명하면서 맨 앞에 내세운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나는 법률가가 아닙니다. 나는 워싱턴 정가(政街) 출신이 아닙니다.” 법률가가 아니라는 게 왜 강점이었을까. 닉슨 때문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떠들썩할 때 법률가 출신 대통령인 닉슨은 백악관에 참모진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라고 버텨.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우리 계획을 탈 없이 지키려면 뭐가 됐든 다 감춰.” 이게 그 유명한 녹음테이프에서 나온 말이다. 법정에서 테이프를 틀자 흘러나온 이 말을 듣고 미국 시민들은 어이없었을 것이고 워싱턴의 정치인들에게 새삼스럽게 염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카터의 선거 전술도 그럴 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