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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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곽상도 사건의 판결을 보는 법 곽상도 전 의원 때문이 아니라면아들에게 50억 주었을까 싶은데그가 죄책을 면한 것은법감정에 어긋나지 않는가 하는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자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에 검찰이나 재판부를 비판하는 사설이 실렸다. 내용은 대략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재판부의 판단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 관련 공소사실은 그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의 퇴직금을 두고 법률적으로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그가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았다는 수뢰죄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사항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받았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알선수재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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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유죄와 무죄 사이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에서엄격한 태도가 일관되어 있다면그런 판단을 수긍하기가보다 수월했을지도 모른다그렇지 못한 법현실이 딱하다 영국의 형사법정에서는 ‘피고인은 무고(無辜, innocent)하다’라고 변론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피고인은 유죄가 아니다(not guilty)’라고 변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와 같이 변론을 하면 판사나 배심이 유죄의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쪽으로 경도될 수 있는데,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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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법왜곡법 거짓 논리 뒤서 부정의 빚어내는그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법왜곡법이 실효성은 떨어져도적어도 위하·상징적 기제로서효과는 있으리란 주장에 끌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월15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발표한 주요 법안 중엔 법왜곡죄 도입법이라는 게 있다. 판사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여 해석 적용할 때 또는 증거나 사실을 조작할 때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법왜곡법의 입법 논의는 2018년 시작되어 이제 네 번째다. 어느 일간신문의 사설은 이 법안의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 국가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어 있고 실제 처벌례도 제법 있다. 왜곡이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을 뜻하는데, 독일에서는 아예 대놓고 법률을 무시하여 권한을 유월(逾越)한 판사를 법왜곡죄 혐의로 수사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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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한동훈식 화법 자기부죄거부특권은 범죄의 혐의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다. 미국법에는 경찰관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비리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만약 자기부죄거부특권을 행사하면 면직될 것’이라는 압박을 받아 비리에 관해 진술할 경우, 그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리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7년의 개리티 사건에서 판시한 것이어서 개리티 원칙(Garrity Rule)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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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 과거 당사자가 소송에서 헌법을 운위하기 시작하면 판사가 ‘어지간히 할 말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헌법의 규범력이 망가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던 게 이유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되어 의미 있는 결정을 속속 내리면서 달라졌다. 헌재의 주요 결정은 법률조항의 합헌 또는 위헌에 관한 판단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정합헌결정 또는 한정위헌결정이다. 이것이 무엇이길래 대법원이 그리도 반대하는 것일까. 실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헌재는 1992년 최초의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과거의 정기간행물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정기간행물을 등록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해당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 시행령 제6조 제3호는 ‘해당 시설’을 자기 소유의 것으로 한정했다. 남의 시설로는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해당 시설’을 시행령에 따라 자기 소유여야만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률조항만 보면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 적용 범위를 좁힌 시행령대로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선언이었다. 법률은 되도록 합헌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조항을 전부 제거하는 대신 헌재의 해석으로 그 적용 범위를 정한다는 것, 이게 ‘한정’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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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사법의 정치화라고? 사람만 바꾼 새 비대위 구성으로결정의 효력 피해 가기 궁색하고사법의 정치화란 개념의 틀 속서사법부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정치의 사법화 성찰하는 게 맞다 지난 8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받은 가처분 결정을 두고는 여러 가지 해석과 평가가 나와 있다. 본래 판결이나 결정(소송법상 이들을 합쳐 ‘재판’이라고 한다) 중 정치적 사건을 다룬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나 평가가 다양함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언론이나 학계에서 법이나 소송의 기본원칙과 이론에 대한 이해 없이 재판을 비난하면, 듣는 이나 읽는 이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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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검사 모임과 달리 경찰엔 ‘불법’시행령 개정만으로 경찰국 신설경찰이나 사회 의견 수렴도 없어 ‘권력 제어’ 최소한의 장치 무시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 윤 하사는 내무반장으로서 더할 수 없는 권력을 휘둘렀다. 모두들 벌벌 떨었다. 이상할 정도로 다들 무서워하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칭찬할 일에도 화를 내고 화를 낼 일에도 칭찬을 해. 한마디로 미친 척해야 날 무서워하지”라고 말하며 그는 씩 웃었다. 이수태의 <어른 되기의 어려움>에 나온다. 약속과 기대의 체계인 규범과 권력의 발생 기제가 가지는 관계를 보여주는 좀 섬뜩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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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아첨 권력자는 아첨 물리치는 것 넘어듣기 싫은 말을 들을 줄 알아야그런데 새 권력은 그렇지 않은 듯 망국사는 아첨한 자들의 배신과충언 물리친 자들 독선으로 점철 아첨은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행위다. 아첨을 칭찬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첨은 감추어진 동기에서 듣기에만 좋으라고 과장되거나 거짓된 말을 하는 것이고, 칭찬은 듣는 이에게 인생의 긍정적 면을 보도록 격려해 주는 말이다”라는 풀이가 근사하다. 감추어진 동기란 무엇인가. 이솝 우화에서 교활한 여우가 멍청한 까마귀에게 노래를 청하는 숨은 이유는 까마귀가 물고 있는 치즈에 있다. 아첨은 본질적으로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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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전직 고위공직자의 로비 한덕수 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밝혀진 건 그의 무신경함뿐 변호사법 고쳐 전직 고위공직자의로펌 활동과 처리 결과 밝혀야회전문 인사의 고약한 행태 차단 사람의 판단력이나 인격, 넓게 보아 세계관은 평소에 잘 알기 어렵다. 문제적 상황에 처해서 하는 행동을 보아야 정확하게 안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라면 공의와 개인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그중에서도 법에서 말하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익을 사익에 앞세워야 마땅하므로, 공직 취임 전에 이 문제에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려내야 할 필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로펌이든 어디든 취업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런 전력으로 로비를 하던 사람이 공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런 복귀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여러 폐해를 일으키지만, 그래도 기어이 복귀시키려면 과거의 로비가 법이나 양식에 어긋난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새로운 공직이 과거의 로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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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공직 후보자와 이해충돌 이해충돌 양태는 갈수록 지능화해결책은 공직에 가려는 이들의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공직 후보자들 행태는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니 딱하다 다산 정약용은 성균관 유생 시절이던 1789년에 대과 전시에서 갑과 2등으로 합격했다. 정조 임금이 시관인 채제공에게 내린 장원 뽑기의 기준대로라면 다산이 장원이었으나, 채제공은 그를 2등으로 올렸다. 임금이 시지를 가져다 보고서는 다산이 장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기록상 다산은 2등으로 남았다. 채제공에게 다산은 사돈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조의 상피제에 따르면 본가, 외가, 처가의 4촌 이내 사람과는 같은 관서에 근무할 수 없었고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의 사건에 대한 판관이나 시험에 대한 시관 노릇을 할 수도 없었지만, 채제공에게 상피제가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떨치려 했다. 미국 연방대법관 톰 클라크는 1967년 아들인 램지 클라크가 법무장관이 되자 대법관직을 사임했다. 법령으로 강제된 일은 아니었지만 이해충돌의 외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문명사회에서 이해충돌 상황의 회피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 요청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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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여성할당제와 능력주의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새 집권자들의 능력주의 선호는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 알기 때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서도새 정부 어떤 모습 보일까 조마조마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1981년 여성으로는 미국 최초로 연방대법관이 된 인물이다. 그는 1952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3등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들이 변호사로는 채용하지 않고 법률비서직만을 제의하자, 공직을 찾아 산마테오 카운티의 검사보로 일해야 했다. 보수도 없고 자기 사무실도 따로 없는 조건이었다. 두 번째로 여성 연방대법관이 된 루스 긴즈버그는 1960년 컬럼비아 로스쿨 공동수석 졸업 후 연방대법관의 연구원직을 지원했지만 직을 맡지 못했다. 여성이라는 이유였다.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니가 여성 단원을 채용한 것은 창단된 지 100년이 된 1982년에 들어서였다. 지휘자 카라얀이 결단을 내려 그리 되었지만, 이 때문에 그는 단원들과 불화하게 되었고 30여년간의 평화로운 공존관계가 깨지는 일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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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선관위, 어찌할 것인가 중앙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은정치 편향 비난 소지 없어야 하고경험 갖춘 명망가 위원장으로 선출위원장을 상임직으로 바꿀 필요성 신뢰 회복은 선관위 절체절명 과제 지난 17일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대선에서의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책임을 진다면서 사의를 표명하더니, 다시 17개 시·도선관위의 상임위원들이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하여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의 집단적 의사표시는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