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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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판사의 정치 성향을 비난하려면 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 넘어그 부당성이 정치 성향 때문이라고함부로 추단해 비난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판결의 의도적 부당성은판결문만으로 단정짓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박병곤 판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와 권양숙 여사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피고사건에서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일부 언론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형량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어느 법조인의 주장 등을 보도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한 시민단체는 박 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주장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된다. 즉 ‘㉠정 의원에 대한 형량은 과중하다 ㉡따라서 이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며 공정하지 않다 ㉢박 판사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그런 정치 성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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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법정구속 형사소송법엔 없는 용어지만판사가 수사·공판단계서 결정 비슷한 사건마다 공평성 ‘의문’‘재판이란 정의로워야 하지만정의롭게 보이기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가 항소가 기각되면서 법정구속되었다. 언론보도를 보고 어느 법조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판사, 대단하네.” 하지만 보도된 범죄사실의 내용과 판사의 양형 이유 설명을 보면 그런 유형의 사건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법정구속은 보통 불구속 피고인에게 1심 또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현장에서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법정구속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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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약자에 공감 능력을 갖춘 세계관대법원을 구성하는 데 반영해야갈등의 공평한 판단에 긴요하다 대법원 재판의 균형감각은그 구성의 다양화에서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것과 관련하여 벌어진 논란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초 발표된 8인의 제정 후보자 중 특정인 2인에 대하여 대통령실에서 언론을 통하여 임명 거부 의사를 미리 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 대법원장이 그 특정인이 아닌 사람들을 제청한 것이다. 요컨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와 이에 대한 굴종이 문제라는 것이 언론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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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어떤 형사사법의 실패-최말자씨의 경우 최씨는 복수 대신 재심 청구로무고함 밝혀 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형사사법이 또 실패해선 안 된다대법원이 재심사유 폭넓게 해석해최씨에게 법의 구제가 주어져야 최근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최말자씨의 사연을 언론 보도에 따라 재구성하면 이렇다. 제사떡을 주려고 최씨(당시 18세) 집에 온 친구들을, 생판 모르는 남자(노모씨, 당시 21세)가 쫓아왔다. 친구들이 “저놈을 보내야 집에 간다”고 하는데, 남자가 길을 알려 달라고 했다. 최씨 혼자서 남자를 큰길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그가 갑자기 최씨를 덮쳐 최씨는 돌에 머리를 부딪혔다. 남자는 도망가는 최씨를 세 번 넘어뜨려 끝내 올라탔고, 최씨가 저항하면서 남자의 혀를 깨물어 그의 혀가 1.5㎝ 정도 잘렸다. 얼마 후 남자는 다른 남자들과 패거리를 지어 최씨 집을 찾아와 칼을 책상에 꽂는 등 행패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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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변호사의 직무과오 변호사의 윤리현실은점점 악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성실 의무 게을리한 변호사들에제재 강화로 자정능력 높이는 데변호사업계가 인식 공유해야 사례1) 항소 사건을 수임하여 인지대와 송달료를 건네받고서도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인지대 등을 납부하지 않고 법원의 보정명령에도 응하지 않아 항소장이 각하되었다. 사례2) 손해배상 청구사건을 수임한 후 법원의 감정신청 권고를 받고서도 4개월 후에야 신청서를 제출하고, 의뢰인이 건네주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재판기일에 두 번이나 출석하지 않고, 의뢰인으로부터 재판 진행상황을 설명하여 달라는 전화와 e메일을 받고서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화해권고결정을 받고서도 의뢰인에게 통지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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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정의는 농담이 아니다 정의를 요구하는 피해자 절규를웃기는 소리로 치부하는권좌 위의 가해자들이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정의는 반드시 실현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17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강제이주시킨 혐의를 받는다. 우크라이나는 그 수를 1만6226명으로 보고 있다. ICC의 호프만스키 소장은 “ICC의 123개 회원국은 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과거 ICC의 회원국이었으나 2016년 탈퇴로 현재 비회원국이고, 우크라이나도 비회원국이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ICC의 결정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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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이재명 사건 관전법 처벌 법규의 해석과 적용에서엄격주의냐 완화 쪽이냐 택할지는결국 판사의 혜안에 달려 있다 그것은 텍스트와 콘텍스트를동시에 읽어내는 능력이다 개념은 힘이 세다. 어떤 개념이 생성되어 통용되기 시작하면 사물과 현상을 보는 시선을 한쪽으로 끌고 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의 위력을 보라. 법의 영역에서도 전통적 해석론을 벗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창출이나 도입은 새로운 법적 효과를 낳는다. 헌법재판소가 처음 선보인 ‘숨쉴 공간’이란 개념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 차용한 것인데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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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곽상도 사건의 판결을 보는 법 곽상도 전 의원 때문이 아니라면아들에게 50억 주었을까 싶은데그가 죄책을 면한 것은법감정에 어긋나지 않는가 하는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자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에 검찰이나 재판부를 비판하는 사설이 실렸다. 내용은 대략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재판부의 판단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 관련 공소사실은 그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의 퇴직금을 두고 법률적으로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그가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았다는 수뢰죄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사항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받았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알선수재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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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유죄와 무죄 사이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에서엄격한 태도가 일관되어 있다면그런 판단을 수긍하기가보다 수월했을지도 모른다그렇지 못한 법현실이 딱하다 영국의 형사법정에서는 ‘피고인은 무고(無辜, innocent)하다’라고 변론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피고인은 유죄가 아니다(not guilty)’라고 변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와 같이 변론을 하면 판사나 배심이 유죄의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쪽으로 경도될 수 있는데,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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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법왜곡법 거짓 논리 뒤서 부정의 빚어내는그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법왜곡법이 실효성은 떨어져도적어도 위하·상징적 기제로서효과는 있으리란 주장에 끌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월15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발표한 주요 법안 중엔 법왜곡죄 도입법이라는 게 있다. 판사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여 해석 적용할 때 또는 증거나 사실을 조작할 때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법왜곡법의 입법 논의는 2018년 시작되어 이제 네 번째다. 어느 일간신문의 사설은 이 법안의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 국가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어 있고 실제 처벌례도 제법 있다. 왜곡이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을 뜻하는데, 독일에서는 아예 대놓고 법률을 무시하여 권한을 유월(逾越)한 판사를 법왜곡죄 혐의로 수사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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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한동훈식 화법 자기부죄거부특권은 범죄의 혐의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다. 미국법에는 경찰관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비리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만약 자기부죄거부특권을 행사하면 면직될 것’이라는 압박을 받아 비리에 관해 진술할 경우, 그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리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7년의 개리티 사건에서 판시한 것이어서 개리티 원칙(Garrity Rule)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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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 과거 당사자가 소송에서 헌법을 운위하기 시작하면 판사가 ‘어지간히 할 말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헌법의 규범력이 망가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던 게 이유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되어 의미 있는 결정을 속속 내리면서 달라졌다. 헌재의 주요 결정은 법률조항의 합헌 또는 위헌에 관한 판단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정합헌결정 또는 한정위헌결정이다. 이것이 무엇이길래 대법원이 그리도 반대하는 것일까. 실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헌재는 1992년 최초의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과거의 정기간행물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정기간행물을 등록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해당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 시행령 제6조 제3호는 ‘해당 시설’을 자기 소유의 것으로 한정했다. 남의 시설로는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해당 시설’을 시행령에 따라 자기 소유여야만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률조항만 보면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 적용 범위를 좁힌 시행령대로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선언이었다. 법률은 되도록 합헌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조항을 전부 제거하는 대신 헌재의 해석으로 그 적용 범위를 정한다는 것, 이게 ‘한정’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