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최신기사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공직자의 선서·진술거부권을 다시 생각한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선이종섭·신범철·임성근 선서 거부공직자의 정체성까지 비켜가 사회의 진보, 공론화해 문제 해결진술거부권, 공직자엔 제한 둬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져나올 무렵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 이거 모두 막아내. 수정헌법 제5조 권리를 행사하라고 해.” 수정헌법 제5조 중 관계된 부분은 “누구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형사사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것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며 진술거부권을 인정한다. 특별검사의 요구로 법원에 제출된 백악관의 녹음테이프에서 이 발언이 드러나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헌법상 권리의 행사를 제시한 처사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필 닉슨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수사방해죄 신설에 반대한다 수사를 당해본 사람들은 알아수사기관이 허위 아닌 진술을허위라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사법시스템 농락 악인 많은 세상벌주는 법은 적을수록 좋아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증거인멸 등 행위가 사법방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공권력 행사 방해행위를 보고 일부 언론에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자는 사설과 칼럼이 나온 점이다. 사법방해가 이슈로 등장한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일례로 2023년 9월21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 국회 연설 때 이 대표의 ‘사법방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채 상병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하거나 기록을 회수한 것이 경찰 수사에 대한 방해라는 주장도 나와 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법조인의 정치 참여 직무상 권한을 개인의 힘으로 착각판검사 우월감·독선 빠지기 쉽고자기 잘못을 인정·사과하지 않아 새 국회, 법조인 당선인만 61명타협·조정 필요…편협함 버려야 법률신문은 4월15일자에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당선인이 61명으로 역대 최다이며 “20명 이상의 법조인 출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포진하게 되면서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들에 갖는 기대는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기이한 행동양식에 국민들이 표로써 보여준 반응을 보라. 법조인들의 정계 진출이나 정치활동 방식을 꼭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공직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검증 후보자 검증 목적 ‘공직적격’ 판단그 가족 범위도 배우자·직계존비속 박은정 전 검사, 남편 재산 논란에“160건 수임…160억원 벌었어야”전관예우 당연시한 부적절한 발언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후보 재산내역(2023년 말 기준)과, 그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023년 2월 검찰에서 퇴직 시 신고한 재산내역을 비교해보면 이들 부부의 재산이 그간 41억원 정도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10개월 동안 그만한 액수로 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이 변호사가 개업 후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 기여했으리라는 점이고, 이를 보도한 의도는 그러한 수익행위가 배우자인 박 후보자의 공직적격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유가 된다는 점을 보이려는 데 있는 듯하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선거운동과 후보자비방죄 시민의 정치 표현이 실효적 힘 가질선거현장서마저 후보자비방죄의재갈을 물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 이 죄는 폐지돼야 마땅하겠지만총선에서라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선거운동 관련 사건에 관여해본 법률가들은 가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후보자는 대문만 나서면 선거법 위반.” 우리나라 선거법제의 문제 중 하나는 선거운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돈은 묶고 말은 푸는’ 선거운동을 지향한다면서도,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수차례에 걸쳐 공직선거법 중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규정에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 읽기 법원은 사법부 독립 약화시켰다고검찰 비난하기 앞서 반성부터 해야 섣부른 ‘농단 실체는 없다’ 결론 땐법원은 신뢰 되찾는 길서 멀어져사법농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르헤스는 “인간의 역사는 오해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사실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다. 법은 정합성의 명제이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무죄 판결은 세계관의 차이마저 보여준다.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2847쪽에 이르는 분량의 판결에서 인정된 수많은 사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 보도 연예인은 자기가 창출한 이미지에꼭 맞추어 살아가야 하며그에 어긋나면 위선이란 전제 아래사생활 비밀을 대중에 공개하는 건악한 언론권력의 횡포다 지난해 11월 배우 고 이선균이 수사를 받은 사건에 관한 KBS 텔레비전 보도 중 그가 어느 유흥업소 여성과 나눈 대화의 녹음이 방송됐다. 그런데 그중 첫 부분 대화는 낯뜨거운 내용이라서 듣기에 불편했다. 그걸 내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저항 경영책임자 안위를 걱정한다면처벌 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안전에 필요한 투자에 힘써야 한다 이 법의 정당성·실효성 논쟁은그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02년부터 제정 운동이 있었고, 의원입법 발의만 해도 2016년 이래 모두 아홉 차례나 있었다가 2021년에 들어서야 제정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고도 이 법은 제정 후 여러 가지로 저항을 받아 왔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재판 지연의 해소 방책 신속한 재판을 위한 환경은신속하게 조성되지 않는다급조된 몇 가지 방책을 내놓고자족하지 않아야 할 텐데그것이 조금 걱정이다 전임 대법원장의 임기가 다할 무렵부터 재판 지연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신임 대법원장도 재판 지연을 사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는 재판 지연의 문제를 보도하면서 늘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이 늦어진 것을 예로 꼽는데, 정치인들이 당사자인 사건의 재판이 꼭 요즘 들어 지연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선거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이미 수십년래의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 법률생활을 생각할 때 정말 심각한 것은 민사재판, 그중에서도 소송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민사합의사건의 재판 지연이다. 나 자신도 2013년에 제기된 소송의 피고에게서 사건을 맡았는데 2022년에 들어서야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새로 뽑을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와 염려 법원 만만히 보이지 않을 첩경은국민의 편에 선다는 평가 받는 것법원이 망가진 믿음 되찾기 위해새로 취임할 대법원장이지켜야 할 자세도 이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해서 사법부의 독립이란 것은 도구적 개념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판결을 하기 위한 도구이며 가치중립적 원리라는 것이다. 그 독립은 법원이 책임성에 기반을 두고 사법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존재이유를 가진다. 달리 말해서 사법부의 독립은 좋은 판결을 하라고 보장하는 것이지, 나쁜 판결에 대한 방호벽을 준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사법부 독립은 법관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한다는 믿음, 어찌 보면 재판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나 통계적 인식에 기반을 둔 장치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수사준칙의 개정 시행령 통치, 법률 개정 취지 몰각국법 체계의 기본 질서 망가뜨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검찰청법과 개정 수사준칙의 괴리딱하다, 이 시대의 형사사법 법무부가 지난 7월31일 입법예고한 개정 수사준칙이 11월1일부터 시행된다. 주요 개정 내용은 ①경찰의 고소·고발장 반려 제도 폐지 ②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시한 설정 ③보완수사의 경찰 전담 원칙 폐지와 검찰과 경찰의 분담 ④경찰의 위법부당한 불송치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요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함 ⑤검찰이나 경찰 일방이 요청하는 경우나 선거사건의 시효가 임박한 경우 상호협의의 의무화 등이다.
-
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대통령의 언어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는 거칠다갈라치기와 공격적 언사가 잦다 문제는 설득의 언어가 아니란 점감동까진 아니어도 통합을 말하는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는 없는가 레이건 대통령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후 공중 폭발하자 사고가 난 지 불과 6시간 후에 4분여 동안 대국민 연설을 했다. 연설의 첫머리에서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계속 ‘우리’를 주어로 썼다. ‘우리’는 이들 영웅 7인의 죽음을 애도한다면서 승무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다음 ‘우리’는 그 가족들처럼 슬퍼한다고 했고, ‘우리’와 승무원들은 모두 개척자라고 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었으며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차대전에서 공중충돌사고로 사망한 존 길레스피 매기의 시 ‘고공비행(High Flight)’에서 두 구절을 인용하여 연설을 마쳤다. 연설 중 그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챌린저호 사고를 “탐험과 발견의 과정 중 일부이며 인간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모험”이라고 이르면서 “미래는 마음 약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연설 중의 “용감한 사람들”이 미국 국가의 마지막 구절인 “자유인들의 땅, 용감한 사람들의 고향 위에”에서 따온 것임을 직감하면서 그의 수사(修辭)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