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
뉴욕시립대 바룩칼리지 정치경제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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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 정치 ‘나비효과’라 하던가? 아주 사소한 초기 변화가 시간이 지나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현상 말이다. 지난 8월 초 아프가니스탄 서남부주의 수도가 탈레반에 함락되고 단 11일 만에 수도 카불도 무너졌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은 세계질서의 지각판 자체를 뒤흔드는 대지진의 전조 같은 기시감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 그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판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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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에너지 전환에 달린 국가 명운 녹색성장이 화두가 된 지도 오래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의 녹색성장은 구호에 그쳤고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약진했다. 2020년 현재, 한국은 38개 OECD 회원국들 중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특히 독일의 경우와는 극명히 대비된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독일 발전량에서 석탄화력 비중은 43%에서 24%, 원전 비중은 22%에서 11%로 줄었고,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은 19%에서 45%로 치솟았다. 같은 시기 한국의 석탄화력 비중은 42.3%에서 35.6%, 원전 비중은 31.3%에서 29.0%로 소폭 하락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1.7%에서 6.6%로 올랐다. 2010년에는 독일의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한국과 비슷했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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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다시 선거의 계절, 대선 주자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출사표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박사과정 시절 대통령후보였던 분의 유학생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때 호감을 가졌던 분이라서 참석해 질문을 하나 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적 수사의 말들 말고, 정말로 대통령이 되어서 이루려던 꿈이 무엇이냐고. 그분이 답하길, 민족의 과업인 통일이라는 기관차의 기관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망이 컸다. 무엇인가 생선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쉬는 듯한 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답이었다. 아무런 감흥도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그분은 또 낙선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의식 저변에는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인식이 짙게 배어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왜 대통령 자격이 되는지를 피력하는 데 골몰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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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주의 10개국 전략 연합 지난 주말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있었고, 한국은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들과 함께 초대되어 보건 및 무역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저개발국 백신공급을 위해 2년간 2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홍콩 및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대만해협 위기의 평화적 해결과 코로나19의 발생 원인 조사에 대한 협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갑론을박이 가능하겠지만 이번 회의 참가는 한국 외교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집행에 여러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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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엘리트 과잉과 ‘헬조선’ 얼마 전 지인에게 안부 문자 후 답장을 받았다. “단군 이래 가장 잘살고 있는 것 같은데 다들 ‘헬조선’이라고 불평이네요!” 헬조선! 이미 철 지난 표현 아닌가 싶었는데, 이 문자 이후 다시 생각해 봤다. 왜 헬조선일까? 저마다 각양의 이유가 있겠지만, ‘헬조선’이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어쩌면 유독 강한 교육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나와도 전혀 엘리트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 주관적 기대치와 객관적 현실 사이의 높은 괴리감 말이다. 그래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 연·고대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학들은 각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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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미국은 왜 백신 개발 빨랐을까 다시 4월, 이제는 백신전쟁이다. 이 백신전쟁에서 미국은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까지 16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1차 백신을 맞았고 일일 300만도스의 현재 접종속도대로라면 7월 말까지 성인의 90% 정도가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3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백신 거부자들이 접종에 적극 호응한다는 걸 전제로 한 추정이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미국의 빠른 백신 접종과 속도에 주목하고 있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어떻게 해서 백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미국은 왜 더 빨랐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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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서양 동맹을 벤치마킹하라 미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서양 중심의 세계지도를 보며 자란다. 이 대서양 중심 지도를 보면 세계의 중심은 유럽,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사회의 중심인 동부에서는 유럽이 서부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동아시아는 저 오른쪽 끝에 자리 잡은 변방이다. 한때 동아시아를 ‘극동(Far East)’이라고 지칭했던 이유다. 이 대서양 중심 지정학적 관념은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다. 나토는 1949년 출범 당시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태리를 포함해 12개국이었지만 현재는 동유럽 국가들을 포함, 30개국이 회원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동맹이고 또 동시에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정치동맹이기도 하다. 이들 회원국 전체의 2019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2조달러를 넘어 전 세계 경제규모의 48% 정도다. 인적 및 물적 교류, 정보흐름 양에서도 서로 긴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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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여러 전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및 북핵 관련 외교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말이다. 취임 초기이다 보니 대부분의 분석들은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그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해는 되는데, 사실 현상타파를 원할수록 잘 변화하지 않는 현상유지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새삼 다시 떠오르는 기억은 1993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국방부(Pentagon) 내부를 관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단 놀란 것은 건물의 크기였다. 5층 건물에 불과하지만 바닥면적(floor area)의 규모가 당대 세계 최고층이었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3배가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더욱 놀란 것은 그 큰 건물을 짓기 시작한 때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선언하기 이전이었다는 점이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기 석 달 전인 1941년 9월11일에 착공했다. 이후 단 16개월 만에 완공됐다는데 그 큰 규모로 보아 전후의 세계 패권질서 재편에 미리 대비한 것이라고 느꼈다. 당시 이 국방부 건물과 거의 맞닿아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도 방문했는데 끝없이 이어진 수많은 묘비석에 또 놀랐다. 대략 40만기라는데 ‘위대한 미국’ 건설에 이토록 많은 희생이 필요했던가 싶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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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미국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했다. 화두는 통합이다. 하지만 이미 다들 눈치채고 있듯이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목표다. 그 상징적 예가 지난 6일의 미국 의사당 습격이고, 그것에 대한 정치적 입장 차이다. 하원의 민주당은 내란선동을 이유로 트럼프를 2번째 탄핵했지만, 공화당 의원 147명은 의사당 습격 이후 당일 밤에 속개된 선거인단 투표 인준에서조차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지지자 7420만명의 절대다수(73%)가 여전히 지난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걸 굳건히 믿고 있다. 소수의 과격분자나 음모론자에 국한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 미국 사회가 뭔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도대체 어떤 병을 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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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BTS가 내게 일깨워준 것들 여느 때와 다른 세밑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남 탓과 악다구니도 늘게 마련이다. 반면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진가도 더욱 도드라지게 된다. 올 한 해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서 더욱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 아닌가 싶다. 이들의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실 잘 몰랐다. 아니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마음 한쪽에 아이돌 육성시스템과 그 문화가 확산시키는 외모지상주의 등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11월 하순 어느날, 차를 몰고 가며 듣던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이들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영어가 조금 섞여 있긴 했지만 분명 우리말 노래였다. 귀가 쫑긋해졌다.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팬데믹으로 방 안에 갇혀 세상과 격리돼 우울감과 슬픔에 빠져있을 사람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발매 1주일 만에 빌보드 앨범 및 싱글차트 1위곡이라고 했다. ‘우리말 노래가 빌보드 1위를 했다고?’ 순간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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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 복원할까 1989년은 세계사적 대전환의 해였다. 전환의 시기가 아닌 때가 어디 있으랴마는, 그해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동유럽 공산정권과 소련 붕괴가 시작됐다. 중국에선 두 달간의 톈안먼 반정부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군이 동원됐고 머잖아 중국공산당도 망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물론 북한도 곧 붕괴하리라는 건 필연처럼 보였다. 같은 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제 인류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정치체제의 등장은 불가능하다면서 “역사의 종언”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향후 세계적 수준에서의 이념과 체제 경쟁은 끝났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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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경제가 재정보다 우선이다 그리스 신화엔 프로크루스테스란 인물이 등장한다.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혹은 늘여서 죽였다는 악인이다. 이 이야기의 반전 중 하나는 그의 침대엔 길이를 조절하는 숨겨진 장치가 있어서 사실은 어느 누구도 그 침대 크기에 꼭 맞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고약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위기 와중에 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뇌리를 스친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그 제안된 재정준칙은 유럽연합(EU)이 1993년 출범하면서 합의한 준칙과 같다. 1년 재정적자는 GDP의 3% 이내에서 관리되어야 하고, 국가채무는 GDP의 6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독일은 이 재정준칙을 회원국 모두가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1997년 ‘성장과 안정 협약’이란 걸 이끌어내고, 재정적자가 큰 회원국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길을 열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재정준칙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015년까지 유로존 국가 중 에스토니아, 핀란드, 룩셈부르크만이 이 재정준칙을 충족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도 상당기간 이 준칙을 지키지 못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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