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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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히포크라테스와 버즘나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명언은 어느 철학자나 예술가가 한 말로 흔히 생각하기 쉽지만,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원문장의 뜻은 “인생은 짧고, 의술(의 숙련)은 오래 걸려(Vita brevis, ars longa), 기회는 덧없이 사라지고 경험은 불확실하니 판단키 어렵구나”이다. 라틴어 ‘ars’는 지금의 예술(arts)이 아니라, 의술 또는 기술 정도로 해석한다. 의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고뇌, 그리고 근면 성실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의사로서의 주요 덕목인 윤리와 철학을 강조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술의 근본이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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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쉰들러와 캐롭나무 공자의 제자 자로가 ‘성인(成人)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눈앞에 이익을 보면 우선 의로움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2500여년 전 공자의 말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실천한 인물이 오스카 쉰들러다. 그는 ‘된 사람(成人)’이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는 독일계 체코인으로 독일 방첩부대에서 근무했으며 나치당에도 가입했던 인물이다. 독일이 폴란드 침공 전까지 폴란드에서 일하며 나치를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에나멜 제품 공장을 운영했는데, 노동자의 약 70%가 유대인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때 독일을 위해 일했던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약 1200명의 유대인을 구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SS 대원들에게 뇌물을 주며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 등의 학살 수용소로 호송되는 것을 막았다. 거기에는 과거 독일 방첩부대 근무 이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전후에는 아르헨티나, 독일 등지를 떠돌며 사업을 벌였지만 실패하고, 그가 전쟁 중에 구해주었던 일명 ‘쉰들러 유대인’들의 경제적 도움으로 살아갔다. 나락으로 떨어지던 유대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쉰들러. 그의 도움으로 지옥에서 탈출했던 유대인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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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고국천왕과 소나무 우씨 왕후가 돌아갔다. 임종 때 유언하기를, “내 행실에 실수가 있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지하에서 국양왕(고국천왕)을 보겠는가? 만일 신하들이 차마 나를 구렁텅이에 버리지 못하겠거든 산상왕 곁에 묻어주시오.” 고구려 9대 고국천왕과 10대 산상왕의 아내로 살았던 왕후 우씨. 그는 시동생인 산상왕과의 관계를 후회하면서도 남편이 아닌 시동생 곁에 묻히고자 했다. 고국천왕은 죽어서도 우씨의 행실에 화가 동했는지, 무당의 꿈속에 나타나 울분을 토했다. “어제 우씨가 산상왕에게 가는 것을 보고 내가 분을 참지 못하여 그와 싸웠소. 물러나 생각하니 낯이 두꺼워도 차마 나라 사람들을 볼 수 없소. 자네가 조정에 알려 무슨 물건으로 나를 가리게 하오. 그러자 사람들은 능 앞에 소나무 일곱 겹을 심었다.”(<삼국사기> 권 17, ‘고구려 본기’ 제5 동천왕 8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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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열과 소나무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이미 군내부터 난다. 이때는 허접한 훈계나 치졸한 영웅담일 경우가 많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인데, 지위나 나이를 무기 삼아 상대방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앞세우면 일방통행일 뿐. 서로 통하지 않는 대화는 답답함만 남는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식과 품위를 갖춘 만남은 오래 기억된다. 450여년 전 임경당 김열과 율곡 이이가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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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가야마 미쓰로와 옥잠화 주말마다 오르는 인왕산 자락길에 옥잠화가 피었다. 꽃잎이 백옥같이 흰 옥잠화는 봉오리가 옥비녀(玉簪)와 똑같다. 깨끗하고 유려한 꽃 모습이 아름다워 정조와 다산도 옥잠화에 대한 시를 지었다. 최남선, 홍명희와 함께 조선 3대 천재로 평가받던 가야마 미쓰로도 옥잠화를 사랑했다. 1940년 2월20일자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그는 ‘창씨(創氏)와 나’라는 제목으로 창씨개명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의지를 밝힌다. “나는 일본인이 되는 결심으로 성을 향산(香山)이라고 하고 이름을 광랑(光郞)이라고 하였다. 내 처자도 모조리 일본식 이름으로 고쳤다. (…)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이광수라는 성과 이름으로도 천황의 신민이 못 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향산광랑이 조금 더 천황의 신민답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광수는 가야마 미쓰로(香山光浪)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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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민기와 상록수 혼밥도 좋지만,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며 함께 먹는 음식엔 공유의 미덕이 있다. 그것이 술잔이든, 감정이든, 또는 땀 냄새든. 예술도 마찬가지다. 오감으로 느끼는 예술 중 가장 손쉽고 흔히 접하는 게 음악일 것이다. 감성을 동시에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도 음악이다. 합주가 그렇고 합창이 그렇다. 모두 함께 부르는 떼창은 참여와 공유의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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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쿠베르탱과 올리브나무 제2의 프랑스 혁명, 파리 올림픽이 드디어 개막되었다. 사상 처음 시도된 야외 개회식은 파리 센강을 중심으로 시내 전체를 관통하며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보여준 한 편의 야외 오페라였다. 파격적이고 혁명적이었던 개회식을 통해 다양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자유정신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올림픽의 엠블럼은 또 어떤가. 불꽃 속에 숨어 있는 자유의 여신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이거니와 현대 올림픽의 시조가 프랑스 파리 출신이니 프랑스인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행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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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정조와 담배 얼마 전 강원도 영월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차창 너머로 담배밭이 눈에 띄었다. 마치 여름철 쌈 채소처럼 보이는 커다란 담뱃잎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예전에는 곳곳에서 담배 농사를 지었지만, 외국산에 밀려 많이 줄었다고 한다. 담배 농사가 다른 농사보다 더 힘든 것은 수확철이 한여름인 데다가 기계 수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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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존 펨버턴과 콜라 무더운 여름에는 너도나도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로 음료가 인기다.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음료는 고열량 설탕 대신 무열량 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특히 탄산음료에 제로가 많이 붙는다. 탄산음료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콜라다. 독특한 향에 톡 쏘는 탄산이 주는 청량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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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우크라이나인들과 해바라기 소피아 로렌의 우수에 찬 눈망울이 깊이 각인되었던 영화 <해바라기>. 전쟁에 참전한 남편을 찾아 멀리 소련까지 간 애잔한 사랑 이야기다. 무엇보다 화면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 대평원의 해바라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던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 촬영 무대는 우크라이나였다. 남미가 원산지인 해바라기는 17세기 초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으로 가져왔고, 우크라이나에는 18세기 중반에 도입되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해바라기 씨앗을 간식이나 빵의 재료로, 또 그걸 짜서 식용유로 사용했다.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50% 이상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될 만큼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 요소다. 영화 장면처럼 정원이나 들판 등 어느 곳에서나 해바라기를 볼 수 있어 우크라이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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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이철호와 은행나무 이철호라는 사람을 아는 분은 드물 것이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유명 인사가 아니다. 사회에 큰 업적을 남기거나 독립운동을 한 인물도 아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나무를 살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동식물을 좋아했던 그는 산에 자라는 식물을 가져와 화분에 기르는 것을 즐겨했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흙과 식물에 대한 연구를 집중하여 ‘생명토’라는 조경용 토양을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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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스티브 잡스와 사과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의 사과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있다. 한 사람은 물체끼리 끌어당기는 힘의 원리를, 또 다른 사람은 사람끼리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자 궁구하였다. 결국 뉴턴은 사물의 친화력을, 잡스는 인간의 친화력을 궁리한 셈이다. 뉴턴의 사과만큼이나 이 시대의 애플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애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혁신이다. 직관적 인터페이스, 통합된 시스템 등을 지향하며 세계 정보통신기술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재정립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