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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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루이 14세와 송로버섯 진귀한 음식은 그 맛보다도 ‘진귀함’에 더 방점이 있다. 세계 3대 진미라 일컫는 송로버섯, 철갑상어알, 거위간이 대표적이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왠지 궁금해서 한 번씩 맛보았다. 각각의 독특한 향이 있어, 첫맛에 특유의 냄새가 퍼지며 재료의 출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거위간 생산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컨베이어벨트에 묶인 거위의 목에 깔때기를 넣고 강제로 고지방 곡물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간이 붓고 지방간이 형성되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식탁에 올려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송로버섯은 자연친화적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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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신경준과 국화 초봄부터 앞다퉈 얼굴을 들이밀던 수많은 꽃이 찬 바람과 함께 모두 움츠러들었다. 이럴 때 슬그머니 명함을 내미는 꽃이 국화다. 최근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국화 축제가 열렸다. 하나의 꽃을 주제로 거의 동시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드문데, 꽃이 귀한 가을철이라 국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꽃을 피우지 않고 기다리는 국화의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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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에디트 피아프와 장미 “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K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그 지평을 넓혀 애니메이션까지 번져나갔다. 시대별 음악 장르와 열풍은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전엔 유럽과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60년 이상 구대륙과 신대륙에서 주도하던 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다니. 과거를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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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서태후와 배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놀라운 작품들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조상아투화인물투구’와 ‘육형석’ 그리고 ‘취옥백채’였다. 순회 전시가 많아 이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운이 좋았다. “어떻게 이걸?” 조상아투화인물투구를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크기가 사과만 한 원형 상아를 겹겹이 조각해 총 18겹의 얇고 움직이는 공 형태로 만들고, 그 속에 다시 각종 문양과 인물을 조각해 넣었다. 섬세함과 정교함은 공예의 한계를 넘어선다. 칼끝 한번 삐끗하면 모든 것이 허사인 일에 매달려 오랫동안 초긴장 상태였을 장인을 생각하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가슴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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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환기와 마로니에 “코리아는 예술의 노다지올시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이제 전 세계의 예술은 그 주제가 우리 코리아에 있단 말이오.” 1953년 파리에 있던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김환기의 편지글이다. 이미 70여년 전에 그는 K컬처의 미래를 예상했던 것일까. 북악산 기슭 자하문에 자리 잡은 환기미술관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무한반복 점화 시리즈의 대형 작품이 공간을 압도한다. 마치 로마의 판테온 천장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다 다시 보면 부엉이 눈이 커다랗게 확대되며 내게 다가오는 듯도 하다. 그의 전면 점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신의 입자가 떠오른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입자로 해석한 그는 시공간을 초월해 저 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종신형 죄수’가 되어 오만가지 생각을 점으로 표현한 작품은 삼라만상이었다가, 또 심연이 되었다가, 때로는 블랙홀이 되어 관람객을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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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조순과 단풍나무 ‘왕실의 근친이나 신하가 강력한 권세를 잡고 온갖 정사를 마음대로 하는 정치’를 세도정치라 한다. 조선 후기에 정조의 총애를 받고 순조의 장인이 되었던 김조순은 세도정치의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그의 문집 <풍고집>을 읽어보면, 그 흔한 충효 등 ‘지당한 말씀’보다 삶의 희로애락과 자연에 대한 사유,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정치와 이념의 색깔을 뺀 담박하고 솔직한 문예 취향의 단상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권력과 세도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서는 의외의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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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모차르트와 버즘나무 로마는 역사의 도시,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면 빈은 음악의 도시다. 베토벤·슈베르트·슈트라우스·하이든 등 수많은 세계적 음악가의 활동 무대가 빈이었다. 모차르트도 그중 한 명이다. 잘츠부르크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5세부터 작곡을 하고 6세에 쇤브룬 궁전에서 피아노 연주를 뽐내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에게 총애받던 음악 신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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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요제프 필라테스와 담배 한때 국궁을 배워볼까 했다. 주위에서 코어 근육 단련에도 도움이 되고, 나이 들어서 하기 좋은 운동이라고도 했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가 함께 활쏘기를 하는 대사례가 떠올랐다. 품위 있는 운동을 찾기 쉽지 않은데, 국궁은 어쩐지 고급스러워 보였다. 집 근처에 고종이 세운 황학정도 있어 마음이 끌렸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 권유로 필라테스를 먼저 시작했다. 국궁 시작 전 기초체력을 다져보자는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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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에밀 놀데와 양귀비 에밀 놀데. 세계적 명성을 떨친 바 없지만, 우연히 만난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감, 게다가 신념에 찬 듯 거침없는 붓터치는 박진감 넘친다. 언뜻 고흐와 루오의 화풍이 중첩된 것 같은 작품은 기운차면서도 왠지 기름져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가 살던 북유럽의 자연과 철학이 투영된 것처럼 색채의 ‘질풍노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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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정영방과 연꽃 요즘 정원이 대세다. 순천만과 태화강 등 국가정원이 2곳, 지방정원은 15곳이나 된다. 전 국민의 호응이 뜨겁다. 이제 먹고살 만하니까 정원에 눈을 돌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염과 인공시설물로 뒤덮인 도시의 숨구멍이 정원이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도 정원을 가꿨을까? 자연에 기댄 위락 공간이 우리 시대 정원이라면, 예전에는 철학적 담론과 문화 교류의 장이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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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성철 스님과 수박 이 무더위가 언제쯤 가시려나. 예전에 비하면 무더위를 다스리는 첨단 장비를 갖추었는데도 나아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것은 마음의 더위인가, 아니면 기후위기 영향인가? 옛날에는 시원한 수박화채 한 그릇이면, 한여름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여름 과일은 뭐니 뭐니 해도 달고 수분 많은 수박이 최고다. 땀 흘린 후 먹는 수박화채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무더운 여름, 사찰에서 즐겨 먹는 과일도 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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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사도세자와 느티나무 처절, 무참, 비운. 사도(思悼)세자 하면 시호처럼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세자는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보다 병서를 가까이하고 활과 칼을 즐기는 무인 기질이 많았다. 그런 성품으로 방 안에 앉아 책만 보기는 답답했으리라. 세심하고 꼼꼼했던 영조는 품 너른 아버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들의 행실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심지어 가뭄과 우레도 세자 탓으로 돌렸다. 영조의 끊임없는 질책과 조바심은 결국 세자의 화증을 돋우고 바깥으로 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