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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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장 지오노와 참나무 ‘장 지오노’라는 이름을 듣고 바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작가라고 말하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작품은 캐나다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 젊은 날을 회상하는 이 작품은 ‘진정 뛰어난 인격의 소유자는 이기심이 없고, 관대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세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라는 화자의 평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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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추사 김정희와 수선화 문자향과 서권기의 표상, 추사 김정희. 그의 작품은 당대를 넘어 지금도 독보적이란 평을 받는다. 그러나 학문과 인생의 길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말년에는 정쟁에 휘말려 제주도로 유배됐다. 그의 나이 쉰다섯,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인 탱자나무 울타리 속에 위리안치된 채, 회한과 그리움, 애절함으로 점철된 8년여를 제주 대정에서 보냈다. 사랑하는 이들과 생이별하고, 낯선 땅에 몸과 마음이 버려졌으니, 그 삶이 얼마나 처절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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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한스 몰리슈와 등나무 그린란드 영토 문제가 연일 세계적 이슈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 없이 좌충우돌하며,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검은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품격은커녕,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주장은 안보가 아니라 핵심 광물과 천연자원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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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강희안과 소나무 제구포신(除舊布新), ‘옛것을 없애고 새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새해 초 정치계나 경제계에서 즐겨 쓰는 사자성어로 공자 <춘추>의 주석서 <춘추좌전>에 나오는 글귀다. 제구포신과 비슷한 뜻의 ‘제구양신(除舊養新)’이라는 글귀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의 ‘노송’에 등장한다. 세종대왕의 이종조카이자 집현전 학자였던 강희안은 뛰어난 학자였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지도 않고, 인맥을 통해 권력을 취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의 취미는 꽃 기르기였다. 그는 <양화소록>에 총 16종의 식물을 서술했는데, 늙은 소나무를 맨 앞에 내세웠다. 백목지장인 소나무를 그만큼 중시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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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마오쩌둥과 매화 “온 산에 봄꽃이 만발할 때에, 매화는 그 가운데서 웃고 있으리.” 마오쩌둥이 매화를 노래한 ‘영매’라는 시 마지막 구절이다. 송나라 시인 육우가 같은 제목의 시를 썼지만, 마오쩌둥의 시는 내용과 의미가 다르다. 이 시를 쓴 시기는 1960년대 초로 마오쩌둥이 혁명을 시작했을 때다. 온 산에 만발한 봄꽃은 그의 추종자들이고, 매화는 마오쩌둥 자신을 의미한다. 그는 혁명가다. 매서운 겨울을 견뎌내며 가장 먼저 꽃을 피운 매화처럼 자신은 봄을 깨운 혁명의 선봉자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 마오쩌둥이 그려진다. 그를 정치가로만 알지만, 그는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던 사상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매화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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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초의선사와 차 추운 날씨에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따뜻한 차를 마신다. 목이 칼칼하고 한기가 들 땐 생강차를 즐긴다. 은은한 향의 모과차나 상큼한 맛의 유자차도 좋다. 이것저것 전부 차라고 하지만, 수많은 차의 원류는 차(茶)다. 정확히 말하면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것만이 ‘차’다. 유럽에서 흔히 부르는 ‘tee’ ‘tea’ ‘the’ 등의 용어도 원산지인 중국 남부 지역에서 부르던 ‘茶(차)’ 발음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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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루이 14세와 송로버섯 진귀한 음식은 그 맛보다도 ‘진귀함’에 더 방점이 있다. 세계 3대 진미라 일컫는 송로버섯, 철갑상어알, 거위간이 대표적이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왠지 궁금해서 한 번씩 맛보았다. 각각의 독특한 향이 있어, 첫맛에 특유의 냄새가 퍼지며 재료의 출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거위간 생산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컨베이어벨트에 묶인 거위의 목에 깔때기를 넣고 강제로 고지방 곡물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간이 붓고 지방간이 형성되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식탁에 올려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송로버섯은 자연친화적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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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신경준과 국화 초봄부터 앞다퉈 얼굴을 들이밀던 수많은 꽃이 찬 바람과 함께 모두 움츠러들었다. 이럴 때 슬그머니 명함을 내미는 꽃이 국화다. 최근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국화 축제가 열렸다. 하나의 꽃을 주제로 거의 동시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드문데, 꽃이 귀한 가을철이라 국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꽃을 피우지 않고 기다리는 국화의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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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에디트 피아프와 장미 “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K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그 지평을 넓혀 애니메이션까지 번져나갔다. 시대별 음악 장르와 열풍은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전엔 유럽과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60년 이상 구대륙과 신대륙에서 주도하던 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다니. 과거를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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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서태후와 배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놀라운 작품들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조상아투화인물투구’와 ‘육형석’ 그리고 ‘취옥백채’였다. 순회 전시가 많아 이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운이 좋았다. “어떻게 이걸?” 조상아투화인물투구를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크기가 사과만 한 원형 상아를 겹겹이 조각해 총 18겹의 얇고 움직이는 공 형태로 만들고, 그 속에 다시 각종 문양과 인물을 조각해 넣었다. 섬세함과 정교함은 공예의 한계를 넘어선다. 칼끝 한번 삐끗하면 모든 것이 허사인 일에 매달려 오랫동안 초긴장 상태였을 장인을 생각하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가슴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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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환기와 마로니에 “코리아는 예술의 노다지올시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이제 전 세계의 예술은 그 주제가 우리 코리아에 있단 말이오.” 1953년 파리에 있던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김환기의 편지글이다. 이미 70여년 전에 그는 K컬처의 미래를 예상했던 것일까. 북악산 기슭 자하문에 자리 잡은 환기미술관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무한반복 점화 시리즈의 대형 작품이 공간을 압도한다. 마치 로마의 판테온 천장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다 다시 보면 부엉이 눈이 커다랗게 확대되며 내게 다가오는 듯도 하다. 그의 전면 점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신의 입자가 떠오른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입자로 해석한 그는 시공간을 초월해 저 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종신형 죄수’가 되어 오만가지 생각을 점으로 표현한 작품은 삼라만상이었다가, 또 심연이 되었다가, 때로는 블랙홀이 되어 관람객을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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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조순과 단풍나무 ‘왕실의 근친이나 신하가 강력한 권세를 잡고 온갖 정사를 마음대로 하는 정치’를 세도정치라 한다. 조선 후기에 정조의 총애를 받고 순조의 장인이 되었던 김조순은 세도정치의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그의 문집 <풍고집>을 읽어보면, 그 흔한 충효 등 ‘지당한 말씀’보다 삶의 희로애락과 자연에 대한 사유,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정치와 이념의 색깔을 뺀 담박하고 솔직한 문예 취향의 단상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권력과 세도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서는 의외의 속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