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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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모차르트와 식물 밝고 경쾌해 봄의 서정에 잘 어울리는 모차르트 음악. 언제부턴가 어린이의 정서 함양과 지적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돌자 부모들 사이에서 큰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일명 ‘모차르트 효과’가 그것이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한때 임신부에게 태교를 위한 모차르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모차르트 효과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의 물리학자 고든 쇼와 인지발달 전문가인 프랜시스 로셔가 처음으로 제기한 이론이다. 그들에 따르면 IQ 검사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은 그룹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모차르트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든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미국 정치인들이 신생아에게 모차르트 CD를 선물하는가 하면, 유치원에서 하루 1시간 동안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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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다이애나와 물망초 찰스 3세 시대가 막을 열었다. 영국의 국왕 대관식이 지난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됐다. 찰스 3세는 낮은 자세의 왕을 자처했지만, ‘21세기에 왕이 웬 말이냐’는 군주제 폐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가족이 해체되기까지 하는 판국에 아직도 왕을 모셔야 한다니, 모두가 수긍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찰스 국왕 옆에 다이애나가 함께했다면? 그간 왕실에 대한 영국인의 긍정적 평가는 대부분 다이애나에 대한 신뢰와 지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서민의 친구 같던 그의 성정과 풍격을 감안하면 군주제도 조금은 달리 생각되었을 것이다. 영국 작가 힐러리 맨텔은 “그 자체로 아이콘이었던 다이애나가 세상을 떠나면서 왕실에 새로운 현대식 군주제를 선물했다”라고 했다. 군주제 폐지의 위협으로부터 왕실을 구한 것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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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어머니와 불꽃 싱그러운 오월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아 만물이 일어서는 달이다. 그래선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겹쳐 있다. 부부의날도 오월이니 가화만사성의 달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꽃집에는 어김없이 카네이션이 진열되어, 어버이날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어버이날의 출발은 어머니날이었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매년 5월8일로 정했던 어머니날이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개칭되었다. 어머니날은 미국의 선례를 기초로 20세기 초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기념일도 원래 5월9일이었다. 1926년 5월9일자 동아일보에는 “오늘이 어머니날. 아들딸들이 선물을 드리며 장미꽃을 꽂고 기념하는 날. 오늘(오월 둘째 주일)은 세계의 아들과 딸들이 어머니를 기념하는 ‘어머니날’이외다. 이날에는 어머니가 살아있는 이는 빨간 장미꽃을 옷깃에 꽂고, 어머니를 여윈 자녀들은 흰 장미꽃을 꽂고 기념하며…”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것이 어머니날 기념에 관한 최초의 기사다. 이날을 기념하는 꽃이 장미였고, 어머니께 꽂아 드린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꽂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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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일성과 함박꽃나무 윤달 때문일까, 올봄 날씨가 널뛰기이다. 한여름처럼 덥다가도, 느닷없이 추워지니 사람도, 꽃도 혼란스럽다. 서둘러 핀 매화와 벚꽃, 개나리를 뒤이어 이제 목련의 계절이건만, 꽃망울이 큰 목련 종류는 삐죽이 꽃잎을 내밀었다가 냉온탕을 견디지 못하고 스러졌다. 함박꽃나무는 다행히 다른 목련보다 늦게 피는 특성 때문에 올봄 추위에 휘둘리지 않았다. 목련 종류는 목련, 백목련, 자목련, 일본목련 등과 같이 이름에 목련이 들어가지만, 함박꽃나무는 그 이름만으로는 목련류인지 알 수 없다. 다른 목련들이 정원을 빛내는 꽃이라면 함박꽃나무는 산속 계곡을 찾는 이에게 뜻밖의 선물이다. 늦봄에 살짝 고개 숙인 듯이 피는 꽃은 마치 수줍은 듯, 다소곳하고 함초롬한 표정이다. 게다가 진녹색의 풍성한 잎 사이로 순백의 꽃잎과 진홍색의 수술이 서로 대비되며 보여주는 청량함 때문에 목련 중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 창덕궁과 창경궁에도 한두 그루씩 자라고 있어 만날 때마다 반갑다. 이런 취향과 표현도 예전에는 조심스러웠다. 함박꽃나무가 북한의 국화인 데다가, 이를 정한 사람이 김일성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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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노상추와 잣나무 내일은 식목일이다. 요즘 이날을 기념하며 나무를 심는 일은 흔치 않지만, 1970~1980년대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 행사였다. 덕분에 지금은 전 국토가 울창한 숲이 되었다. 지난 수십년간 국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산불방지에 애써온 산림청의 힘이 크다. 이제 관 주도의 식목 행사보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 숲을 가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환경 보호의 주체가 시민으로 옮겨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드물지만, 조선시대에도 개인이 수십년간 숲을 가꾼 사례가 있다. 정조 때 무관인 노상추가 그런 사람이다. 1780년 무과에 급제한 그는 경북 구미(선산) 출신으로, 1762년부터 1829년까지 67년간 일기를 쓴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관리로 봉직 후, 낙향하여 본격적으로 농사와 산림에 관한 기록을 일기에 남겼다(이 내용은 전영우 교수가 쓴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라는 책에 상세히 나와 있다). 당시 조정이나 지식인들의 산림 육성과 관리에 관한 구체적 자료와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의 기록은 귀중한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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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돔 페리뇽과 코르크참나무 한때 술을 즐겨 마신 적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간헐적 단주 중이다. 잠시 술을 잊고 있다가 얼마 전 이웃에 사시는 청매 선생 덕분에 돔 페리뇽을 맛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돔 페리뇽을 마주하니, 모두가 기쁜 빛이 눈에 비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톡 쏘는 청량감과 함께 부드러운 목 넘김도 좋았다. 은은하면서도 복잡한 온갖 과일향이 어우러져 입안뿐 아니라 머릿속까지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포르치니버섯 모양을 한 코르크 마개 때문일까. 버섯향도 슬쩍 숨어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돔 페리뇽은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의 이름이자 그 샴페인을 처음 제조한 수도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 지방의 수도사였던 그의 본명은 피에르 페리뇽. 수도원에 헌신한 업적을 인정받아 존칭을 붙여 돔 페리뇽이라 불렸는데, 그것이 곧 브랜드명이 되었다. 품질 좋은 와인을 위해 그는 여러 품종을 혼합하여 새로운 와인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발포성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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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오천과 매실나무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봄이다. 코로나19로 꼭꼭 싸맸던 몸과 마음이 봄바람에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뒤로 슬쩍 물러선 지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변 광양에서 매화축제가 다시 열린다. 매화축제의 주무대인 청매실농원은 김오천 선생이 일군 땀의 결과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광부로 일하며 번 돈으로 매실나무 묘목을 구입했다. 1931년 귀국하며 이 마을에 심은 것이 매실농원의 시작이었다. 그 덕분에 주변에도 널리 보급되었고, 지금은 전국의 대표 매화마을이 되었다. 이 마을은 기후와 입지조건이 매실나무 생육에 적합하다. 청매실농원 입구에는 그가 심은 매실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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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양귀비(楊貴妃)와 양귀비 몬브뢰첸이라는 독일 빵이 있다. 양귀비씨를 뿌려 구운 빵으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전형이다. 아침 식사용으로 자주 먹는 이 빵을 독일에서 처음 보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아편전쟁의 불씨였던 양귀비씨를 빵에 뿌리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양귀비 하면 쉬쉬하던 때라 직접 본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후 유럽의 들판에서 만난 개양귀비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개양귀비의 목이 긴 꽃자루와 붉고 하늘하늘한 꽃잎이 무척 고혹적이라는 것과 모네의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꽃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개양귀비(Papaver rhoeas)는 양귀비와 학명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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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문신(文信)과 떡잎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 특별 전시회가 지난 1월 말까지 열렸다. 초기 회화부터 후기 조각까지 생애를 망라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작가의 사유의 흐름을 일별할 중요한 기회였다. 전시 기획도 놀라웠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수류산방이 공동 제작한 2권의 책은 방대한 사진과 글, 도면들이 입체적으로 편집되어 전시도록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오래전 문신의 조각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 SF영화 에이리언의 외계 생명체와 가우디의 조각 작품이 연상되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대칭(시메트리) 구조 형상들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우주의 생명체나 기호를 상징하는 듯했다. 대칭적 측면에서만 보면, 그의 조각 작품은 식물성이라기보다 동물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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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괴테와 장미 ‘괴테는 자연과학자다’라고 하면, 많은 분이 의아해할 것이다.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독일에는 괴테가 있다.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나폴레옹이 몇 번씩이나 읽었던 소설로, 18세기 후반 전 유럽에 열광적인 팬덤이 형성되었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런데 그가 사물과 현상을 단지 서정적 시선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다. 아예 동식물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철저히 탐구한 사람이 바로 괴테다. 1790년 그는 <식물변형론>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총 86쪽에 걸쳐 123절로 구성된 작은 책자에는 그가 과학자의 시선으로 식물을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가 담겨 있다. 떡잎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변해가는 식물의 성장 과정을 설명한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을 최대한 압축하여 설명하는 듯하다. 이 책의 핵심은 ‘잎이 모든 식물 기관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인데, 1817년 괴테가 ‘형태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하는 데 초석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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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노무현과 서어나무 식물이 사람을 만나면, 그 의미가 더 커진다. 그 사람이 임금이거나 대통령이면 더욱더 그렇다. 얼마 전 청와대가 개방되어, 역대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가 세상에 알려졌다. 박상진 교수의 <청와대의 나무들>에는 대통령의 기념식수 장소가 표시되어 있다. 기념식수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는 자장이 자신의 게송을 듣고자 이승과 저승의 중생이 몸을 드러낸 일을 기념하려 심은 나무를 지식수(知識樹)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성계가 함흥본궁에 직접 심은 소나무와 함경도 석왕사에 심은 소나무를 수식송(手植松)이라 칭했다. <정조실록>에는 영조가 선대 임금의 능에 심은 잣나무를 구리로 에워싸게 하고서, ‘수식(手植)’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 두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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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아이나르 홀뵐과 헬레보루스 사람 이름도, 꽃 이름도 생소하실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인물과 식물이지만, 그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꽃은 알고 있었으나 아이나르 홀뵐은 필자도 처음 접하는 인물이었다. 서울 서촌의 ‘창성동 실험실’에서 열렸던 크리스마스실(seal) 전시회는 옛 추억을 소환한 반가운 전시였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실의 역사도 만날 수 있었다. 성탄절 하면 떠오르던 크리스마스실. 연하장에 글을 쓰고 우체국에서 부치던 아날로그적 정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도 결핵 모금 운동이 아직 활발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럽에 결핵이 만연하던 19세기 말, 어린이가 결핵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 홀뵐은 결핵 기금 마련을 위해 크리스마스실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1904년 12월4일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이 탄생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932년 12월 캐나다 선교 의사였던 셔우드 홀에 의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실의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으니, 그 역사가 이제 9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