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최신기사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스티브 잡스와 사과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의 사과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있다. 한 사람은 물체끼리 끌어당기는 힘의 원리를, 또 다른 사람은 사람끼리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자 궁구하였다. 결국 뉴턴은 사물의 친화력을, 잡스는 인간의 친화력을 궁리한 셈이다. 뉴턴의 사과만큼이나 이 시대의 애플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애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혁신이다. 직관적 인터페이스, 통합된 시스템 등을 지향하며 세계 정보통신기술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재정립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제국대장공주와 작약 마당 한 귀퉁이에 붉은 작약이 피었다. 진분홍 꽃잎이 매력적이다. 작약과 모란은 사촌간이지만, 모란은 크고 화려한 색깔의 꽃을 자랑하는 나무이고, 작약은 상대적으로 꽃이 작으면서 꽃잎 개수도 적은 풀이다. 모란이 젠체하는 꽃이라면, 작약은 낯을 가리는 꽃이다. 화기(花期)가 짧은 것도 부끄러움 때문일 게다. 특히 백작약의 함초롬한 모습은 때론 가련하게도 느껴진다. 그에 따라 모란은 부귀영화, 작약은 수줍음 등을 상징한다. 중국에선 작별할 때 작약을 꺾어주던 풍습에 따라, ‘가리(可離)’, 즉 이별의 꽃이기도 하다. 작약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엘리엇과 라일락 매년 4월이면 자주 인용되는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이번에는 총선과 맞물려 정치 전선에 불려 나왔다. 황무지는 그 내용이 난해하거니와 분량도 적지 않다. 각종 신화와 종교, 인물과 고전, 은유와 상징이 서로 맞물리며 복잡한 구조로 엮여 다차원적 풀이가 가능하다. 특히 시의 도입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라는 구절은 다양한 배경과 상황으로 치환할 수 있는 문구다.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모더니즘의 텍스트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제주도민과 마농지 제주는 언제나 옳다. 학생들과 매년 한라산 답사를 가면서도 시간을 내어 가족과 또다시 제주를 찾는다. 품 너른 한라산과 올망졸망한 오름, 울창한 녹지와 조응하는 짙푸른 바다, 나지막한 집들과 진회색 스펀지 돌담, 소박하고 뭉근한 제주 밥상이 나를 이끈다. 설문대할망이 점지해 준 자연이 싱둥하고 한없이 평화로운 제주에도, 쓰라린 과거가 있다. 우연히 들른 제주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에서 또다시 그 과거를 마주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고구마 주정으로 항공기 연료를 생산했고, 1949년부터 수많은 사람을 감금했던 수용소로 쓰였다. 불법적 군사재판을 받고 육지 교도소로 끌려가는 모습의 역사관 앞 조각상이 처절했던 당시를 말해준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윤탁과 은행나무 노거수에 관한 신화나 전설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다. 대개 이런 식이다. ‘옛날 고승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거목이 되었다’ 또는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임금의 가마를 지나가게 했다’. 나무의 나이도 어림잡아 1000년, 혹은 500년 등 ‘전설적’이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나이를 추정한 결과, 1018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대략 서기 1000년경, 고려 목종 때부터 그 자리를 지켰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의상대사나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근사한 전설은 아쉽게도 과학적 사실 앞에 힘을 잃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사실이 밝혀져 반가웠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유럽인들과 올해의 나무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19세기 말까지, 유럽인들의 탐욕과 폭력으로 점철된 정복의 역사는 환경재앙으로까지 번져갔다. 뒤늦은 후회라도 하는 것인지, 그들은 자연환경에 관심이 높다. <대영식물백과사전>을 집필한 영국 식물학자 리처드 메이비는 “나무가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뿌리가 없다는 것이다”라는 말로 문화의 뿌리가 자연임을 강조했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카사노바와 레몬 위키피디아의 ‘카사노바’ 항목은 언어별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영어·이탈리아어·독일어·프랑스어판 등에는 대부분 그를 모험가, 작가, 연금술사, 외교관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탈리아어판에는 그 외에 철학자로도 설명한다. 한국어판에는 작가, 시인을 자칭한 사기꾼으로 묘사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내용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지만, 국내 평가는 곱지 않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고종과 회화나무 아관파천(俄館播遷). 용어도 괴이하지만, 내용은 더 신산하다. 쉽게 말해 ‘러시아공사관으로 망명’이란 뜻이다. 아(俄)는 러시아를 칭하는 한자 ‘아라사(俄羅斯)’의 첫 글자이고, 관(館)은 ‘공사관’의 관이다. 파천이란 임금이 도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난 가는 일인데, 고종이 한양을 떠나지 않았으므로 파천이 아니라 망명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고종실록>에는 ‘이어(移御)’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일본 공사관과 일본인이 설립한 ‘한성신보’에 ‘아관파천’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지금에 이른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찰스 다윈과 난초 1862년 1월, 찰스 다윈은 원예가 베이트먼으로부터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생하는 난초를 선물받았다. 마침 그는 얼마 전 <종의 기원>(1859)을 펴낸 후, 곤충과 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었다. 난초를 보내준 베이트먼은 “당신의 <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이 난초와 곤충 간의 관계가 밝혀지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가토 기요마사와 토란 임진왜란과 이순신을 그린 3부작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에서부터 <한산>을 거쳐 <노량>까지, 이순신의 노정과 충정의 완결편이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란인 임진왜란을 생각하면, 마치 한 사람(이순신)이 한 나라(일본)를 대적해 싸운 전쟁처럼 기억된다. 전쟁 내내 주요 전투를 지휘했던 이순신의 존재와 업적이 그만큼 위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대중과 인동덩굴 오는 1월6일은 고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민주화 운동과 투옥, 납치와 감금, 고문과 음해,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 김대중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정치가도 드물다. 정치가로서 살아온 그의 삶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읽은 책으로 도서관을 꾸밀 정도로 그는 책을 좋아했다. 또한 다독가답게 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중 <옥중편지>는 정치가로서의 사상 외에도,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이 잘 드러난다. 가족에게 민주 회복과 이웃사랑에 대한 바람은 물론, 과음과 과식을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한다. 그가 얼마나 자상하고 가정적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그가 구호처럼 외치던 ‘행동하는 양심’은 언뜻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중시하던 조선 양명학의 본류, 강화학파가 떠오른다.
-
이선의 인물과 식물 안토니 가우디와 사이프러스 무려 140년 넘게 공사 중! 무슨 일이든 후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지만, 느긋한 스페인에서는 가능한 일인 모양이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야기다. 옥수수 모양의 외부와 달리,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키 큰 나무들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천장을 받치고 있는 듯하다. 바르셀로나의 성자 가우디는 건축을 지탱하는 많은 요소를 자연에서 차용했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덕분이다. 항상 자연에서 건축의 구조를 찾으려 했던 그는 하중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으로 줄에 추를 매달아 늘어뜨린 ‘현수 모델’을 만들었다. 줄이 포물선을 이루며 추의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를 그대로 뒤집어 성당의 구조로 삼았다. 당시 절대적 원칙이던 구조의 수직성으로부터 건축을 해방시킨 셈이다. 이는 자연의 겉모습을 모사하는 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위적으로 형태를 만든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그가 원하던 것을 ‘찾아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