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은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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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집회’에 공룡이?···웃으며 싸우는 해학의 민족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도 ‘해학의 민족’의 모습이 빛났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재치 있는 깃발이 여의도 곳곳에서 나부꼈고, 공룡 옷이나 강아지 옷 등 눈길을 끄는 복장으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다. ‘중생대 공룡협회’라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든 한소현씨(28)는 공룡 옷을 입고 집회에 나왔다. 한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공룡알 모양 초콜릿도 나눠줬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세력’을 비꼬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한씨는 “평범한 국민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차라리 공룡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시민의 기본 조건인 책임감이 없고, 나아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다면 우리는 ‘운석 충돌’을 앞둔 공룡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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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가 ‘탄핵버스’로···기사님 “돌아가요” 외침에 승객들 “네, 탄핵” “교통 통제로 국회로 가지 못하고 인근 교회로 갑니다!” 14일 오후 1시쯤 서울 지하철 광흥창역에서 여의도로 가는 6713번 시내버스 기사가 버스에 탄 승객들에게 외쳤다. 다른 때라면 의아해하며 불만을 터뜨릴법했지만 승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한목소리로 “네!”라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교회 앞에 도착한 버스의 뒷문이 열리기 직전, 기사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승객들은 웃으며 “탄핵!”이라 답하고 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시작하기 전인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수많은 인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으로 모여들었다. 국회로 향하는 시민들의 대화와 표정, 발걸음과 몸동작 곳곳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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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탄핵되리라 믿어…14일 밤엔 웃고 싶다” “내일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혼란이 계속되면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박기현씨(35)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제 윤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대통령은 바뀔 생각도 없고, 내려올 생각도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음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진행될 표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모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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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탄핵 열차 앞두고 거세진 ‘D-1 촛불’…“토요일엔 탄핵이 온다” “내일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혼란이 계속되면 더는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박기현씨(35)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제 윤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은 바뀔 생각도 없고, 내려올 생각도 없어 보였다”며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음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진행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모였다고 했다. 지난 7일 탄핵안이 부결된 이후부터 서울 국회 앞에서는 매일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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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도 ‘탄핵’으로 단결···4개 종단 “내란수괴 탄핵하라” 시국회견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4개 종단 관계자들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12·3 내란을 일으킨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며 “국민의힘은 탄핵에 동참하라”고 밝혔다. 꼰솔라따 선교회의 한경호 베드로 신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 상황도 없었는데 계엄이 43년 만에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했다”며 “대통령이 합리적 판단과 국정운영을 해나가리라는 믿음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하야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국회가 국민의 명령에 응답해야 할 때”라며 “빠른 시간 안에 탄핵안을 통과시켜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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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국민 우롱하는 궤변”…촛불에 기름 부은 윤 담화 시민사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12일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신속한 직무정지와 체포,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비상조치”라고 말한 것을 두고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직장인 송진혁씨(29)는 “참담하고 공포스러웠다”며 “어떻게 저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방어 논리만 만들 수 있느냐”고 말했다. 대학생 전찬범씨(22)는 “국민이 원하는 탄핵을 ‘광란의 칼춤’이라는 비상식적 단어로 표현한 점이 혐오스럽다”며 “나쁜 쪽으로 누구보다 일관된 대통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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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로 달려간 탄핵 집회…모든 차로 점거·대치 벌이다 해산 12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한 후 해산했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단체 추산 약 1만명)은 이날 오후 5시45분 한남동 관저 정문 인근에 모여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경찰은 시민을 막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12·12 쿠데타 45주년 그 치욕의 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 체포 투쟁에 나섰다”라며 “저 자에게 노동자와 민중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멈추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 개혁을 만들기 위해 싸우겠노라 결의한다”며 “윤석열은 이틀 뒤면 끝난다. 민주노총 투쟁으로 이제 감옥으로 보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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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한인이 온라인에서 들어올린 촛불 “내란수괴범 체포하라”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내용의 시국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해외촛불행동은 12일 오전 11시(미국 동부시간 오후 9시)부터 화상으로 ‘윤석열 즉각 체포, 즉각 탄핵 해외동포 시국 간담회’를 진행했다. 해외촛불행동은 12·3 비상계엄 사태 등 대한민국의 엄중한 시국에 대해 논의·행동하는 재외동포·재외국민 모임이다. 해외촛불행동은 화상회의를 통해 시국선언에서 “더이상 윤석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날벼락 같은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일으켰다”며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대통령 자격과 임무를 당장 중단시키고, 내란죄로 즉각 체포·구속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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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여성·노동·법조계 일제히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내놓은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접한 시민사회에선 신속한 직무 정지와 체포,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 참여연대는 “윤석열이 오늘 내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면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적반하장 식 주장만 늘어놨다”며 “실정과 과오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 행동과 야당의 헌법과 법 테두리 내에서의 정당한 권한 행사까지도 모두 헌정질서 파괴 행위로 몰아세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국민의 심판인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음모론에 빠져, 부정선거를 밝히겠다며 선관위를 장악한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대목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라며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여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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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뉴스 보다 잠 못 든다…세대 안 가린 ‘계엄 트라우마’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중학생 정유회군(14)은 지난 3일 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가 창문 밖 헬기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정군은 그날 밤 이후로도 머릿속에서 헬기 소리가 울려서 쉽게 잠들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앞 촛불집회에서 만난 정군은 “계엄이라고 하니 두 번 다시 밖에 다니지 못할까 무서웠다”며 “피곤한데도 아침이고 밤이고 계속해서 계엄 관련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많은 시민이 ‘계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들은 한밤중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부터 계엄군 국회 진입까지 전부 실시간 중계로 봤다. 총을 든 계엄군과 여의도 하늘땅을 오가는 군용 헬기, 전술차량 등을 목격한 시민들은 불안감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한다. 계엄이 장·노년층에게 과거의 공포를 상기시켰다면 아동·청소년들에겐 직접 경험한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불안을 깊이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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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절박하다 “계엄으로 집안 풍비박산… 내 일상이 다시 마비됐다” “계엄으로 우리 가족이 풍비박산 났는데, 이 땅에 다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 역사가 또 반복됐다.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삼청교육대 피해 유가족인 오수미씨(55)는 지난 3일 44년 만에 처음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수업을 받고 귀가했다. 그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이후 40년 넘게 숨죽여 지내온 피해자들은 그날 낮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한발 내디뎠고, 밤에는 또 한번의 트라우마에 휩싸여야 했다. 다 지난 일이라 생각했던 계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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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성별·지역·성정체성 막론한 집회…노래와 응원봉 흔들며 ‘축제의 장’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8일째인 11일 저녁에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지난 7일부터 여의도에서는 매일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다. 이날 집회에는 나이와 성별, 지역, 직업, 성정체성 등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나와 거리를 빼곡히 메웠다. 고3 학생 이채은씨는 “지난 3일 밤 자기 전 계엄이 선포되는 걸 보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무서워서 잠이 오질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오게 됐다”며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해서 탄핵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