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식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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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아동 ‘의료 공백’ 부모만 속 탄다 “여기 계신 모든 분께 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 발달지연 자녀를 둔 한 여성이 울먹이며 발언을 마쳤다. 질의하던 위원도, 듣던 장관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국감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성은 현대해상이 올해 5월부터 발달지연 치료비(실비) 지급을 중단하자 피해를 호소하러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안타깝다. 정부가 약관을 살펴보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 현대해상과 가입자 간 발달지연 치료비 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매년 치료비 청구 및 지급이 큰 폭으로 늘자 보험업계가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일부 부적절한 청구사례가 확인됐다. 그러자 발달지연 치료가 무자격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점 등을 문제삼아 어린이 보험업계 1위인 현대해상이 실비 지급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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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혁명의 지성사 엔초 트라베르소 지음·유강은 옮김·뿌리와이파리 2만8000원 당대 가장 뛰어난 마르크스주의 연구자 중 1명으로 손꼽히는 트라베르소의 역사 에세이다. 발터 벤야민은 혁명을 ‘핵분열’에 비유했다. 과거 안에 담긴 온갖 에너지를 해방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폭발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책에서 시대순으로 혁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대신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기대의 지평을 열어젖힌 ‘집단적 분출’로 혁명을 재해석한다.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벤야민, 마오쩌둥과 호찌민,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 등 혁명을 추구한 지식인들의 삶의 궤적과 이론을 추적하면서 각 혁명의 이론을 낱낱이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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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하던 아파트값 결국 ‘가계 부채’로 막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연상케 한다.” 가계부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학 교수가 지난 8월 전미경제학회(NBER)에 기고한 ‘한국과 중국의 주택, 가계부채, 그리고 경기사이클’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주장한 말이다. 그는 “주택시장 붐이 시작된 2015~2021년 사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이 약 23%”라며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고,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미국의 2001~2007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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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완화로 끈 ‘급한 불’ 가계대출 폭증 어쩌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연상케 한다.” 가계부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학 교수가 지난 8월 전미경제학회(NBER)에 기고한 ‘한국과 중국의 주택, 가계부채, 그리고 경기사이클’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주장한 말이다. 그는 “주택시장 붐이 시작된 2015~2021년 사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이 약 23%”라며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고,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미국의 2001~2007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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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공정이란 무엇인가 벤 펜턴 지음·박정은 옮김·아이콤마·1만8000원 전 세계적으로 ‘공정(公正)’이 화두임에 틀림없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외교와 무역에 있어 ‘공정관계’를 강조했다. 세계적인 축구 리그에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VAR(비디오판독)이 도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기치 역시 ‘공정과 상식’이다. 그렇다면 공정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류에게 내재된 본성으로 ‘경쟁’과 ‘협력’을 꼽으며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공정’이란 개념이 생겨났다고 파악한다. 이 같은 공정에 관한 공동의 합의를 바탕으로 법과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인류의 발전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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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마다 반복되는 ‘다음’ 수난사(史) [주간경향] 정말로 “반국가세력(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포털 여론을 조작하려고 획책한 것일까.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일부 사용자들의 ‘장난’에 여당과 정부가 낚인 것일까. 10월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에서 발생한 포털사이트 ‘다음’ 내 과다 ‘클릭 응원’ 현상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다음의 집계를 보면 당시 약 3130만 건의 클릭 응원 중 중국을 응원한 클릭이 93.2%(2919만 건)로 한국 응원 클릭(6.8%·211만 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이 결과에 화들짝 놀란 다음은 8년 넘게 운영해온 클릭 응원 사이트를 닫았다. 여당과 정부는 “제2의 드루킹 사태”, “반국가세력의 개입” 등을 운운하더니 지난 10월 4일 ‘여론 왜곡·조작 방지 대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가 출범한 날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주가는 52주 신저가(4만1600원)로 추락했고, 수많은 주주가 손해를 봤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떠나서 이 같은 ‘이상 클릭’ 응원을 실행한 측과 뚜렷한 물증 없이 TF를 띄운 당정 모두 책임이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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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얻어맞은 ‘다음’ 여론 수렴 기능 실종 정말로 “반국가세력(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포털 여론을 조작하려고 획책한 것일까.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일부 사용자들의 ‘장난’에 여당과 정부가 낚인 것일까. 10월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에서 발생한 포털사이트 ‘다음’ 내 과다 ‘클릭 응원’ 현상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다음의 집계를 보면 당시 약 3130만 건의 클릭 응원 중 중국을 응원한 클릭이 93.2%(2919만 건)로 한국 응원 클릭(6.8%·211만 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이 결과에 화들짝 놀란 다음은 8년 넘게 운영해온 클릭 응원 사이트를 닫았다. 여당과 정부는 “제2의 드루킹 사태”, “반국가세력의 개입” 등을 운운하더니 지난 10월 4일 ‘여론 왜곡·조작 방지 대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가 출범한 날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주가는 52주 신저가(4만1600원)로 추락했고, 수많은 주주가 손해를 봤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떠나서 이 같은 ‘이상 클릭’ 응원을 실행한 측과 뚜렷한 물증 없이 TF를 띄운 당정 모두 책임이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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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피엔스의 몸 外 김성규 지음·책이라는신화·1만8000원 늘 익숙하고 당연해 잊고 사는 것이 있다. 오늘도 살아 숨쉬는 ‘내 몸’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정작 아프기 전까진 몸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도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몸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보고 그 유명한 ‘인체 비례도’를 남기기도 했다. 몸은 그만큼 신기한 존재다. 이 책은 김성규 동국대 교수가 ‘몸’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나 강의한 내용을 담은 인문교양서다. 몸에 관한 13가지 주제를 통해 인간 몸을 둘러싼 역사, 심리, 과학, 사회적 문제를 탐구한다.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기본적 질문부터 인간은 왜 동물과 다른 눈·코·입을 가졌는지, 어떤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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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죽어가는 ‘컵보증금제’, 오세훈 시장이 살릴까 [주간경향] 여기 시행된 지 1년이 넘도록 사문화된 ‘이상한’ 법이 있다. 엄연히 규제의 내용도, 대상도, 처벌규정도 있지만 아무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 법을 만든 정부와 국회도 소 닭 보듯 한다. 이상한 점은 더 있다. 정부는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이 법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법을 지키는 이들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보고자 도입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얘기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종이·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도록 한 제도다. 부과된 보증금은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 2020년 6월 9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제도 도입이 확정됐다.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제도 시행시기는 2년 뒤인 2022년 6월 10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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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서울시가 되살릴까 여기 시행된 지 1년이 넘도록 사문화된 ‘이상한’ 법이 있다. 엄연히 규제의 내용도, 대상도, 처벌규정도 있지만 아무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 법을 만든 정부와 국회도 소 닭 보듯 한다. 이상한 점은 더 있다. 정부는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이 법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법을 지키는 이들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보고자 도입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얘기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종이·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도록 한 제도다. 부과된 보증금은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 2020년 6월 9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제도 도입이 확정됐다.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제도 시행시기는 2년 뒤인 2022년 6월 10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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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참아” 빅테크 규제 나선 EU…한국은? [주간경향] 지난 6월 1일 대법원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등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2018년 10월 출시한 ‘타다’ 서비스로 사실상 불법 콜택시 영업을 했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타다를 당시 법(현재는 개정)에서 허용한 단기 렌터카 사업으로 판단했다. 결과가 나오자 논란이 일었다. IT·플랫폼 업계 등은 “규제가 혁신을 망친 사례”라며 타다 서비스를 못 하게 만든 국회와 정부를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만 놓고 보면 맞는 말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타다 서비스가 나왔을 때 쟁점은 ‘법조문’을 어겼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타다 서비스가 “혁신”이라고 주장한 영업행위가 기존 택시업의 영역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어찌 보면 결과론적 문제다. 넓게 보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영역 확장이 “혁신인지 약탈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의 연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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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칼’ 빼든 EU, 바라만 보는 한국 지난 6월 1일 대법원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등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2018년 10월 출시한 ‘타다’ 서비스로 사실상 불법 콜택시 영업을 했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타다를 당시 법(현재는 개정)에서 허용한 단기 렌터카 사업으로 판단했다. 결과가 나오자 논란이 일었다. IT·플랫폼 업계 등은 “규제가 혁신을 망친 사례”라며 타다 서비스를 못 하게 만든 국회와 정부를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만 놓고 보면 맞는 말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타다 서비스가 나왔을 때 쟁점은 ‘법조문’을 어겼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타다 서비스가 “혁신”이라고 주장한 영업행위가 기존 택시업의 영역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어찌 보면 결과론적 문제다. 넓게 보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영역 확장이 “혁신인지 약탈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의 연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