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혜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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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1974년 9월2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지학순 주교의 석방을 촉구하는 ‘순교자 찬미 기도회’가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기도회는 사제들의 첫 시국선언이었고, 반유신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사제들은 시국선언에서 “한 사람의 집권자가 긴급명령이라는 권력남용으로 국민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비판하며 유신 철폐, 민주헌정 회복, 국민 기본권 존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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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헌정수호 세력 압도적 승리 중요…윤석열 지지자 빼고 다 뭉쳐야”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박정희 시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투옥·제적된 전력이 있다. 영남대 교수를 지내며 민주주의·정당·사회운동을 연구했다. 장안대 총장, 대한정치학회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학계와 시민운동을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했다. 지금은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사회대개혁정책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정당 정치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 진영대결을 넘어서는 연합정치 실현을 과업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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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재국의 준동 작가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북콘서트를 앞두고 지인에게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전두환과 윤석열,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나. 정 작가는 전두환은 폭력 행사형, 윤석열은 사적 이익 추구형 지도자로 표현했을 뿐, 즉답을 피했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거나 잡아가두는 폭력 행사형 지도자가 전두환이라는 것이다. 사적 이익 추구형은 공적 의제에 관심 없지만, 공적 의제를 추진한다 해도 사적 이익에 도움 될 때만 밀어붙인다고 정 작가는 답했다. 대통령 윤석열을 이렇게만 보기엔 미흡했던 모양이다. “공사 인식이 없어 뭐든 할 수 있고 아무것도 안할 수 있다”고 정 작가는 한마디 보탰다.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상할 수 없는 지도자가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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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더 빠르게 행동하라” 공동체 위기가 닥칠 때마다 광장을 메운 여성들은 ‘새로운 집단’으로 조명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성들은 언제나 저항의 광장을 지켜왔다. 광우병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 집회가 그랬다. 그러나 광장의 시간이 끝나면 여성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촛불 열기 속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광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인색했다. 소수자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 촛불민심인데도 차별금지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12·3 내란과 탄핵 정국에서 응원봉을 들고 선 여성들은 이번만큼은 쉽게 광장을 떠나지 않을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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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The buck stops here’ 대통령은 한 시대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 최후 책임자이다. 한가롭게 남 탓을 할 수 없는 자리다. 옛 왕조시대 임금들이 가뭄 때마다 기우제를 지낸 것도 하루하루 힘든 백성들의 삶에 정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뉴스를 볼 때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비가 오지 않아도 다 내 책임인 것 같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런 심경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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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두환 휘호석 군사반란과 내란, 학살을 빼고 전직 대통령 전두환을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은 집권 후 폭압적인 공안 통치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은 그를 상찬했다. “5·18과 12·12를 빼면 전두환은 정치는 잘했다.” 그때 윤석열의 속내를 알아차려야 했다. 단순한 강경 우파 지지층에 대한 구애성 발언이 아니라 ‘집권하면 전두환식 통치를 하겠다’는 뜻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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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이번은 달라야 한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대혼란기를 인터레그넘 개념으로 설명했다. “위기는 정확히 말하면 낡은 것이 소멸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인터레그넘(권력의 궐위와 헌정질서 공백)에서는 극히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출연하게 된다.” 그람시의 진단이 타당하다 해도 12·3 불법계엄 후 우리의 지난 두 달은 단순한 궐위와 공백의 시간이 아니었다. 낡은 것(수구 보수)의 소멸은커녕 그보다 더 낡은(극우 보수) 것의 등장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 윤석열은 끊임없이 법 집행을 거부하더니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법원에 유감을 표한 것도 모자라 연일 헌법재판관을 향해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국회에 폭력의 상징인 백골단을 세운 것도 이들이다. 지지자들은 1·19 법원 침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며 집권 세력의 법치 농락에 공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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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모든’ 윤석열과의 결별 최승호의 ‘대설주의보’는 1980년대 군사독재의 폭압을 대설(大雪)에 빗댄 시다. 시는 세상을 얼어붙게 만든 눈보라 군단을 백색의 계엄령이라고 했다. 2024년 12월3일, 백색의 계엄령은 현실의 언어가 됐다. 장갑차와 헬기를 앞세운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고 선관위 침탈을 시도했다. 접경지 강원도 양구에도 군인들이 드나들었다. 그날 밤 계엄이 성공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두건,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계엄군이 선관위를 침탈하고 부정선거가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온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피던 극우세력들이 광장을 장악한다. ‘수거(체포) 대상’들은 언제 체포·사살될지 모를 공포에 갇힌다. 북의 공격을 유도해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란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이 복귀한 뒤 반대파를 색출한다.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을 들고 선결제에 동참했던 시민·기업은 직장을 잃거나 세무조사에 시달린다. 수많은 야권 인사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조작된 혐의로 정치생명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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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한강’의 역류, 정치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환호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세상이 온통 한강이다. 문학의 종언을 고하는 때 문학의 희망을 다시 열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환호할 만한 사건이다. 개인적으론 노벨 문학상의 정치성이 가장 빛난 결과가 ‘한강’이라는 점이 특히 반갑고 고마웠다. 2016년 밥 딜런 수상에서 보듯 노벨 문학상의 정치성은 한 사회의 무의식과 호흡하고, 세계를 변혁하려는 모든 노력에 대한 애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의 정치성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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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김건희라는 비극 2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불거진 문자 파문은 한국 보수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대통령 직무에 개입한, 비공식 권력이 공식 권력을 정신적·현실적으로 압도한 사건이었다. 당시 나는 ‘김건희라는 비극’의 글에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가리는 ‘김건희발’ 불의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처음 불행을 만난 듯 ‘순진한’ 분노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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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이재명의 민주당’, 이 지독한 균열 앞에서 처음에서 다음으로 가는 길엔 균열이 있게 마련이다. 다음, 그 다음은 진화와 후퇴를 거듭해야 다다르게 된다. 진화하기 보다 때로 바닥으로 가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닥은 뭐든 받아내고 힘이 세다. 넘어지면 바닥을 짚고 일어서야 하고, 씨앗도 바닥에서부터 자란다. 진화의 역행이라는 균열을 이겨내기 위해선 성찰이 필요하다. 이 때 성찰은 바닥의 힘을 믿는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시인 송기원 만큼 균열과 성찰에 한 생애를 던진 이가 있을까. 특히 시는 그 인생의 가장 뜨거운 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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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 김건희라는 비극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휘젓고 있는 ‘김건희-한동훈 문자 파문’이 심상치 않다. 댓글팀 의혹까지 그야말로 일파만파 형국이다. 여당 한 중진 의원은 “심리적 분당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누가 무슨 의도로 반년이나 묵은 궁중 비사를 터뜨렸을까. 친윤(석열) 세력 기획설이 근거 있게 들린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잇단 폭로, 연판장, 기자회견 논란까지 기획설을 뒷받침하는 실행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런 내막들이 사실이라면 친윤 기획설은 총선 참패 후 지속되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채 상병 특검법을 한 후보가 (조건부) 찬성했는데도 지지층은 한 후보 편을 드는 현실까지, 여권 주류의 공포감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래서 용산 묵인하에 총선 책임론으로 한 후보를 흠집내 판 흔들기에 나섰단 것이 친윤 기획설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