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정치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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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 신당’, 천개의 눈을 가졌는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각 변동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자유민주연합, 열린우리당, 국민의당도 총선 전 등장했다. 이합집산 정치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첫째, 권력자의 자기 세력화에 대한 욕망이다. 소수 정권일수록 ‘대통령의 당’은 참기 힘든 유혹이다. 16대 총선 3개월 전인 2000년 1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내각제 배제 문제로 자민련과의 공조가 파기된 터라 여소야대 한계를 자력으로 극복하려 했다. 86그룹·전문가를 영입하고, 이인제의 국민신당도 규합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개혁국민정당, 민주당 개혁그룹, 한나라당 탈당 세력이 헤쳐모여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 기반의 왜소한 여당을 바꾸는 것에 공감했지만 당을 깨는 것엔 회의적이었다. 그러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정체성을 계승하고, 정치개혁·전국정당을 선언하자 신당의 구심으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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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준석의 눈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훔쳤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여권을 비판했지만, 그의 주된 과녁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집권 17개월 동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여당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막는,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했다. 여권 변화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라며 ‘결자해지’를 주문 했다. 그러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중단을 요구하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윤석열 검사’에 빗대는 대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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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진보정당 ‘위기 10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은 득표율 2%를 넘지 못했다. 원조 제3정당인 정의당조차 1.83%에 그쳤다. 이 정도면 궤멸에 가깝다. 정치세력이 갖춰야 할 신뢰 자본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며 진보정치는 ‘위대한 소수’로 원내에 진출했다. 2007년 대선 후 분당·해산의 암흑기가 있었지만 2012년 10월 정의당 깃발이 다시 오르며 진보정당은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선거 후 진보진영에선 “사실상 정치적 해산”이라는 한탄이 흘러나온다. 진보정당은 어쩌다 ‘정치 미아’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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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란 ‘도덕경찰’ 지난해 9월16일 이란의 20대 청년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아미니는 그 후 사흘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심장발작이 사인이라고 했지만 아미니가 경찰의 지휘봉에 머리를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무슬림 여성의 죽음 뒤엔 ‘도덕경찰’(지도순찰대)이라는 거대한 장막이 있었다. 도덕경찰은 2006년부터 이란 여성의 복장을 규제한 조직이다. 아미니의 사망은 도덕경찰이 이란 여성의 인권 탄압사를 상징하는 기구라는 것을 폭로했다. 1979년 신정일치국가를 만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는다는 건 나체로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겼다. 1981년 공공장소에서 만 9세 이상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히잡법이 만들어졌고, 이 무렵 히잡 위반을 단속하는 도덕경찰이 세워졌다. 무제한의 체포·구금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도덕경찰의 마구잡이 단속이 아미니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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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김대중·노무현 정신, 그리고 이재명 정치 더불어민주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당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이 당이 어떤 당인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라는 뜻이고 첫 평화적 정권교체, 시민참여 민주주의로 한국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꿨다는 자부심이다. “이 당이 어떤 당인데”는 민주당 정치에 대한 질문이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통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총재 지분의 30%를 비주류 몫으로 돌렸고, 비주류 김상현·정대철은 그 지분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며 세력을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으로 불렸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서울 종로를 버리고 세번째 부산 도전을 불사한 그에게 지지층이 붙인 별명이다. 2002년 대선 때는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요구를 수용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결단했다.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역주의 도전도, 후단협 포용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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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총선 앞 1호 철새 선거철이면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들을 종종 목도한다. 대개 자신의 당선이나 집권이 가능한 세력을 좇는다. 정치적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철새 정치다. 당사자들은 정치적 자유의지라고 하지만, 정당 구속력이 강한 한국 정치에선 곧잘 변절·배신 소리가 따라붙는다. 이런 기회주의적 행태는 정치 불신·혐오를 키우고 무엇보다 주권자들의 선택을 왜곡한다. 주권자의 선택이 왜곡되면 정당 기능이 약해지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정치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철새 정치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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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드라마틱 엑시트 경제기획원이 재정경제원에서 기획재정부로, 내무부가 행정안전부가 된 것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결과였다. 국토통일원이 통일부,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정보원으로 탈바꿈한 과정은 독재의 잔재를 허물고 민주사회를 지향하겠다는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 조직은 시대 상황에 따라 축소·확장되거나 더러는 폐지되는 운명과 맞닥뜨린다. 그렇다고 부처의 역할과 가치가 소멸되는 건 아니다. 정부 부처 장관들이 ‘소임’을 강조하고, 전임 장관의 계승 여부를 취임사 맨 앞에 세우는 데는 이런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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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개념 연예인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전모를 공개했다. 2008년 4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으로 위기에 몰린 정부가 촛불문화제를 주도하거나 정부를 비판한 대중예술인 82명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려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찍은 ‘좌파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사찰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동참했거나 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 수천명을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치면,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이 8931명에 달하는 걸로 추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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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재명 대표의 단식 ‘당무’ 정치권 속설 중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3가지가 꼽힌다. 의원직 사퇴, 삭발, 단식이다. 정치인의 단식은 명분과 대의가 필요하고, 민심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식으로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성공 사례도 없지 않다. 1983년 김영삼 신민당 대표가 군정 종식을 요구하며 23일간 벌인 단식투쟁은 야권이 뭉치는 전기를 마련했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1990년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방자치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치인의 단식은 실패 사례가 더 많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각각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과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사안을 놓고 무리하게 단식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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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저항하는 ‘가이포크스 가면’을 봐야겠는가 윤석열 정부가 어디까지 가려는지 모르겠다. 설마 했는데 홍범도 장군을 문제 삼아 독립투쟁 역사까지 훼손할 줄은 몰랐다. 1920년대 만주·연해주 독립운동에서 소련 공산당 가입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고, 자유시 사태는 독립운동사의 트라우마였고, 홍범도 장군은 그 비극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몰상식한 역사관을 성찰하기는커녕 낡은 용공 혐의를 씌워 독립운동 영웅을 모욕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이력, 2차 세계대전 종반 스탈린과 얄타회담장에 마주 앉았던 루스벨트도 용공이란 말인가. 미래라는 폭풍이 과거를 폐허로 만든다고 했던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가 지금 한국 사회에선 다른 얼굴을 한 채 경종을 울린다. 과거라는 폭풍이 미래의 파국을 만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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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동훈의 ‘생활동반자법 오독’ 2021년 국민의힘 어느 대선 후보가 명절에 온 가족이 국민의례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20여명이 가슴에 손 얹고 한 방향을 주시하는 장면은 국가주의 문제 못지않게 가부장제 전통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 한 해 전 정부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답한 인식과도 멀었다. 정상궤도를 조금만 비껴가도, 특히 가족 문제는 지뢰밭을 감당해야 하는 곳이 한국 사회다.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마다 그 관계·형태를 묻는다. 그래서 가족 관계는 사회적인 질문이고, 국가가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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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파시스트 되는 법’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급부상. 201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는 극우 포퓰리즘으로 몸살을 앓았다. 소수자 혐오, 가짜뉴스, 극단적 민족주의가 횡행했다. 파시즘을 논리적으로 비판한 책이 쏟아졌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지식인 미켈라 무르자가 2018년 출간한 <파시스트 되는 법>은 결이 다른 책이다. 제목만 보면 파시즘 입문서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책 말미에 “파시즘은 충분히 감시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오염시키는 속성을 가졌다”고 했다. <파시스트 되는 법>이란 반어적 표현으로 파시즘의 본질을 폭로했던 것이다. ‘파시즘 대중서’로 각광받은 저자 무르자가 지난 13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안의 파시즘’을 들여다보고 경계하려 했던 무르자의 성찰이 한국 사회엔 어디까지 닿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