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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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당 태종에 쓴소리 마다 않던 위징처럼…‘거울 같은 참모’ 돼야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거친 5선 중진 의원이다. 1989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민변과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한 뒤 총선에 출마해 경기 양주에서 내리 당선됐다. 네차례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정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38년 정치적 동지라는 인연 때문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지만, 수시로 비판을 아끼지 않는 ‘레드팀’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1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지원했고 이번 대선에선 후보 직속 국가인재위원장을 맡았다. -
여적 진보정치 ‘종잣돈 0.98%’ 선거철만 되면 진보정당 후보들은 사표론에 시달린다. 소수 정당 후보의 낙선자 표는 주권자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죽은 표’라는 의미다. 사표론은 ‘거대 정당의 인질극’이라 불릴 정도로 양당제 폐해를 상징하는 한국 정치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다당제를 가로막고 진보층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정치가 사표론이라는 비판도 되풀이된다. 반면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사표를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정치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
여적 낯 두꺼운 ‘파면 대통령들’ 독단에 사로잡힌 국정 최고 지도자가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할 리 없다. 권력기관을 손아귀에 쥐고, 인재풀이 좁고, 실정 원인은 야당·언론 탓으로 돌린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농단, 윤석열의 12·3 내란은 그렇게 잉태됐다.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이다.”(박근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윤석열) 파면 후의 두 말도 똑같이 민심의 분노를 불렀다. -
여적 권영국이 없었더라면 TV토론은 대선 후보들이 정책·비전을 알리고 서로 검증·공방하며 주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무대다. 6·3 대선에선 그것이 더 중요해졌다. 윤석열 내란·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 시간이 짧아, 후보의 국정 구상과 됨됨이를 평가할 무대로 주목도가 커진 것이다. TV토론에 초청되려면 원내 5석 이상의 정당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공식 선거운동 기간 30일 전부터 전날까지 공표된 여론조사의 평균 지지율 5% 이상인 후보여야 한다. 그래서 소수정당 후보들은 TV토론을 스스로를 알리고 거대 양당 후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긴다. 이번에 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사회대전환연대회의) 후보까지 4명만 허들을 넘은 까다로운 조건이다. -
여적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대통령 자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무리 권력의지가 있어도 백성이라는 물 위에 올라타야 국정 결정권자 권위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8명 중 5명이 곤욕을 치른 우리 현실은 강물을 거슬렀던 배의 최후를 보여준다. 대통령 스스로가 ‘역사적 개인’임을 알아야 권력의 주체가 시민이란 걸 깨닫게 된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용산, 역사성·입지 모두 최악…대통령 집무실, 청와대로 복귀해야”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에서 공부했다. 학생운동으로 1년간 투옥됐고, 1981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영남대·명지대 교수를 역임했다. 1993년에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1권은 첫해 100만부가 팔려 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한 차원 높였다. 30년간 22권이 출간된 이 시리즈는 대학가 교양강의 교재로도 사용된 필독서로 꼽힌다. 미술사가로서 <추사 김정희 평전> <국보순례> <안목>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전 6권) 등을 썼고, 노무현 정부 문화재청장을 지냈으며 현재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
여적 ‘진보적 보수주의자’ 윤여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후들에게 전략을 제시하던 지략가를 책사라 했다. 그 책사는 현대적으로 시대정신을 읽는 경세가, 국정·선거 홍보전문가로 통하는 스핀닥터, 크고 작은 정치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의 경계를 오간다. 1984년 미국 대선에서 첫 등장한 스핀닥터는 빌 클린턴의 두번째 대선에서 유명해졌다. 성추문 스캔들 로 위기에 몰린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캠페인을 앞세웠다. 클린턴에겐 사적 과오를 사상 최대 재정 흑자 기록으로 비틀은(SPIN) ‘보이지 않는 손’ 딕 모리스와 제임스 카벨이 있었다. 시대정신을 꿰뚫고 통찰력을 갖춘 책사는 전략가에 가깝다. 한나라 유방의 장량, 유비 옆 제갈공명, 조선의 킹메이커 정도전 등을 들 수 있다. -
여적 조제프 푸셰와 한덕수 ‘간보기’는 정치에서 고도의 처세술이다. ‘침묵, 중립적 태도, 명분 쌓기, 최후 행동’. 한 중진 정치인이 설명한 간보기 정치론이다. 겉으론 관망이나 거리두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상대 반응이나 여론 흐름을 보며 권력의 향배를 탐색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간을 본다는 건 때로 유연하고 신중한 정치의 근육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생존에만 집착할 경우 간보기 정치는 기득권·특권에 기댄 기회주의라는 정치 술(術·재주)로 전락한다. 이런 기회주의는 자신의 그림자도 배신할 수 있다. -
여적 4·3과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은 정명(正名)되지 못한 역사다. 2003년 정부 보고서는 ‘1947년 경찰의 3·1절 발포 사건을 시작으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1954년 9월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진행된 역사’라고 했을 뿐 4·3의 성격, 역사적 평가는 규정하지 않았다. 발생할 수 있는 학살의 모든 유형이 망라됐고 미군정·정부·토벌대·무장대 등 그 누구도 주민 학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건이라서다. 4·3을 보는 상반된 시선은 작가 현기영의 <순이삼촌>에도 등장한다. 주인공 상수의 사촌형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지만, 서북청년단 출신 고모부는 “전쟁이란 다 그런 것”이라며 군경을 옹호한다. 이처럼 수난과 항쟁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는 4·3의 현실은 현대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여적 권력형 성폭력과 2차 가해 “어떻게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겠습니까.” 자신의 비서를 성폭력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최후 진술이다. 그러나 안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결심공판까지 오면서도 그는 몰랐을 것이다. 이 최후진술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부당한 폭력이고, 무시무시한 공포인지를. 성폭력은 힘을 가진 이가 성적 언동으로 힘이 약한 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래서 성폭력은 권력형 범죄이지만, 특히 정치인이 가해자인 사건은 피해자에게 크나큰 압박이다. 가해자들은 막강한 위력을 무기 삼아 범죄를 부인하고, 음모론도 곧잘 편다. 용기를 낸 피해자의 고소·고발에 “왜 이제 와서”로 응수하기 일쑤다. 이들과 친소 관계로 얽혀 있는 비호 세력들도 피해자에게 회유와 압박을 서슴지 않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
여적 보수 논객들의 ‘윤석열 기각’ 경고 국가와 민족, 공동체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 보수의 전통적 가치다. ‘보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기존 사회질서를 존중하는 세력이 보수라는 점에도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헌정질서, 민주주의’는 보수의 정치적 사명으로 꼽혀왔다. 2004년 ‘뉴라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보수도 이 궤도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뉴라이트는 “반공 일색의 종전 우파를 대체할 새롭고 세련된 우파”라며 세상에 나왔다. 박근혜 탄핵으로 주춤했던 뉴라이트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세력으로 재부상했다. 정부 요직만도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광동 전 진실화해과거사위원장 등 한둘이 아니다. 3년간 ‘진보 좌파 척결’이 이들의 국정과제였고, 극우에 가까운 이념전도 불사했다. 2022년 화물노동자 파업을 ‘북한만큼 위험한’ 행위로 규정했고, 윤석열부터 정권 비판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고 공격했다. 퇴행과 극우화. 한국 보수가 이 두 단어로 설명되는 현실은 진보에도 비극이다. -
여적 “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1974년 9월2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지학순 주교의 석방을 촉구하는 ‘순교자 찬미 기도회’가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기도회는 사제들의 첫 시국선언이었고, 반유신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사제들은 시국선언에서 “한 사람의 집권자가 긴급명령이라는 권력남용으로 국민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비판하며 유신 철폐, 민주헌정 회복, 국민 기본권 존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