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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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동훈, 간 보다 흘러간 11개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은 ‘어찌 됐든 사과’만 남았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정신 차리고 잘해보려는구나’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주지 않았다. 실패를 향한 폭주 선언이었다. 친한동훈계 인사들의 입에선 “망했다” “안 하니만 못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윤 대통령에게 “담화는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오전 당대표실을 나간 뒤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대표도 당혹스럽고 실망했을 거라고 봤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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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골프 외교 미국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골프를 즐겼다. 그중에서도 우드로 윌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은 ‘백악관에 없으면 골프장에 있다’는 말이 나온 대통령이었다.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골프가 빠지지 않았다. 상대국 정상에게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세계 최강국 대통령과의 긴 시간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14년 1월 당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하와이에서 오바마와 골프 회동을 했는데, 후일 “5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골프 한 게임을 한 것이 양자회담을 10년 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
여적 ‘전쟁인데 무슨 잔치?’ 2017년 10월5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폭풍 전의 고요’를 언급했다. 그해 초부터 예열된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사흘 뒤 뉴욕타임스에 소설가 한강의 기고문이 실렸다.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말의 전쟁이 실제 전쟁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누구도 한반도에서 또 다른 대리전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며 “승리로 귀결되는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없다”고 했다.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는 미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
경향의 눈 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폭탄주’와 ‘콜라’만큼 기질이나 스타일이 한참 다르다. 그래도 두 사람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에서 만나 형님, 동생 하며 20년을 지냈다. 고락을 함께한 둘의 브로맨스가 얼마나 깊었던지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 대표를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법무장관으로 정권 2인자, 소통령으로 불렸다. 지금 보면 두 사람은 서로가 존경·존중하는 마음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라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틀에서 이해가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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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타고 육로 방북했다. 이 고속도로의 기점은 평양 남단에 위치한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으로, 김정일 때인 2001년 8월 세워졌다. 3대 헌장은 남북이 합의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이다. 기념탑 인근에는 “조국을 통일하려면, 각계각층 모든 동포들이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서 하나로 굳게 뭉쳐야 합니다”라는 김일성의 생전 발언이 새겨진 조국통일명제비가 있었다. 김일성·김정일 유훈이 담긴 이 기념탑과 명제비는 지금 북한에 가면 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기념탑을 “꼴불견”이라며 철거하라고 했다고 한다. -
여적 정의구현사제단 50주년 ‘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김정남이 두 권으로 정리한 <이 사람을 보라>는 한국 민주화운동사를 기록한 인물 열전이다.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49명이 소개되고, 단체는 유일하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등장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당시 천주교 원주교구장인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후 결성됐다. 그해 9월26일 명동성당에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로 시작하는 ‘제1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
경향의 눈 대통령의 자격, ‘미미미미’ 대 ‘유유유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규모 전당대회를 열어 자당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 전당대회는 대체로 나흘간 진행된다. 찬조 연설자들이 분위기를 달구고, 사흘째 부통령 후보 연설에 이어, 마지막날 대통령 후보가 수락연설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난 19~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렸는데, 셋째날 무대에 오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연설에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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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축하 난’ 정쟁 때에 따라 어울리는 꽃이 있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옷깃에 달아드리는 카네이션이 있고, 성년의날을 맞은 이들에겐 열정과 사랑을 담은 장미를 선사한다. 사회생활에서 승진, 영전, 취임, 개업 등을 축하할 땐 난(蘭)이 보편적이다. 동양란은 지조·절개, 서양란은 아름다움·행운 같은 꽃말을 갖는다. 주는 이들이 이런 뜻까지 헤아려 고르진 않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난 선물은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
여적 실미도 ‘대독 사과’ 국가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지만, 때론 국민을 배신해 폭력을 자행했다. 해방 후 제주 4·3, 한국전쟁 기간 중 거창·산청 양민 학살,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 등 한국 현대사는 국가폭력 사례로 얼룩졌다. 국가는 다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했다. 피해자들이 국가의 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
경향의 눈 한동훈의 돌이킬 수 없는 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대선 후보→대권’이란 3단계 대선 프로젝트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한딸’로 불리는 팬덤도 생겼다. 특히 용산과 친윤의 배신자 프레임 공격을 뚫고 득표율 63%란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의미는 크다. 당원과 보수 지지층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는 분리됐다. 하지만 대권가도가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하러 가기 전에, 그의 앞에 서 있는 윤 대통령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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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회 개원식 학교에서 신학기가 되면 개학식을 하듯, 4년마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개원식을 연다.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서 기립해 오른손을 들고 왼손에 든 선서문을 보면서 국회의장 선창에 따라 선서문을 낭독한다. 선서문은 국회법 24조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국회의장 개원사, 대통령 연설이 진행된다. -
경향의 눈 김용원·이충상은 어떻게 인권위원이 됐나 국가인권위원회에 두 명의 별종이 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다. 이들의 언행은 기이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지경이다. 두 사람 때문에 인권위에선 연일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은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한다. 군인권보호관은 상습적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윤 일병 유족들이 재조사해달라고 낸 진정을 각하하고, 항의하는 유족들을 고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의 압력에 긴급구제 요청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기각했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김 위원이 기각 결정 보름 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위원은 인권위 회의 석상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 “버릇없다”고 하고, 인권단체를 “인권 장사치”라 폄훼했다. 고위 공직자의 품위, 인권위원의 품격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