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홍욱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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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축하 난’ 정쟁 때에 따라 어울리는 꽃이 있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옷깃에 달아드리는 카네이션이 있고, 성년의날을 맞은 이들에겐 열정과 사랑을 담은 장미를 선사한다. 사회생활에서 승진, 영전, 취임, 개업 등을 축하할 땐 난(蘭)이 보편적이다. 동양란은 지조·절개, 서양란은 아름다움·행운 같은 꽃말을 갖는다. 주는 이들이 이런 뜻까지 헤아려 고르진 않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난 선물은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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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실미도 ‘대독 사과’ 국가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지만, 때론 국민을 배신해 폭력을 자행했다. 해방 후 제주 4·3, 한국전쟁 기간 중 거창·산청 양민 학살,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 등 한국 현대사는 국가폭력 사례로 얼룩졌다. 국가는 다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했다. 피해자들이 국가의 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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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동훈의 돌이킬 수 없는 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대선 후보→대권’이란 3단계 대선 프로젝트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한딸’로 불리는 팬덤도 생겼다. 특히 용산과 친윤의 배신자 프레임 공격을 뚫고 득표율 63%란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의미는 크다. 당원과 보수 지지층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는 분리됐다. 하지만 대권가도가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하러 가기 전에, 그의 앞에 서 있는 윤 대통령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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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회 개원식 학교에서 신학기가 되면 개학식을 하듯, 4년마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개원식을 연다.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서 기립해 오른손을 들고 왼손에 든 선서문을 보면서 국회의장 선창에 따라 선서문을 낭독한다. 선서문은 국회법 24조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국회의장 개원사, 대통령 연설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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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김용원·이충상은 어떻게 인권위원이 됐나 국가인권위원회에 두 명의 별종이 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다. 이들의 언행은 기이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지경이다. 두 사람 때문에 인권위에선 연일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은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한다. 군인권보호관은 상습적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윤 일병 유족들이 재조사해달라고 낸 진정을 각하하고, 항의하는 유족들을 고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의 압력에 긴급구제 요청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기각했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김 위원이 기각 결정 보름 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위원은 인권위 회의 석상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 “버릇없다”고 하고, 인권단체를 “인권 장사치”라 폄훼했다. 고위 공직자의 품위, 인권위원의 품격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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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시복식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차 닷새간 한국을 찾았다. 방한 이틀째 서울에서 헬기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KTX를 이용하게 됐다. 교황은 대전역에서 영접 나온 코레일 사장에게 “헬기가 못 뜨게 어젯밤에 구름을 불러온 사장이군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튿날에는 앞선 일정이 지연돼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이 늦게 시작되자 저녁 기도와 찬미 순서가 생략되고 곧장 교황이 연설하게 됐다. 교황은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가다 “오늘 저녁 기도는, 개인적으로 하길 바랍니다”라고 고쳐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5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만났을 때도 “한국을 다녀온 지 꽤 돼서 한국어를 잊어버렸다. 통역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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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22대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달 5일, 장하나 전 의원이 20년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였다.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권영국을 선택해주십시오.” 두 사람은 밥 한 끼 같이 먹어본 적 없는 사이다. 장 전 의원에게 권영국 변호사는 “불의가 있는 곳에, 핍박받는 노동자가 있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었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장 전 의원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22대 국회) 환노위에 권 변호사가 계신다면,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녹색정의당은 정당 득표율 2.14%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비례대표 후보 4번’ 권 변호사도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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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 이후 4·10 총선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 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2년간 왔던 길과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많은 이들이 전자로 가면 망할 거라고 했고, 후자로 가면 살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그 갈림길에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놓여 있었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거부했다. 선택은 전자였다. 국민 열에 일곱은 특검을 받으라고 했지만, 가차 없이 배반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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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후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말만 놓고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대통령은 정치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정치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정치를 하겠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그동안 뭘 했길래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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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은 갑자기 별나라에서 왔나 4시간 뒤 나온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를 모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뻔했다. 총선 엿새 뒤 발표된 윤 대통령의 12분짜리 공개 입장 표명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상투적 표현을 빼면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 방향은 옳았다. 최선도 다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겼더라면 겸손함을 보여줬을, 괜찮은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처참하게 졌다. 역대 대통령처럼, 자포자기 심정으로 “역사는 나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임기 말 ‘역사와의 대화’ 증상이 시작됐다고 보일 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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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직 대통령의 ‘선거 소환’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적 행보는 한국과 미국이 사뭇 다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선거전 한복판에 뛰어들어 자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당부한다. 바로 지미 카터·빌 클린턴·도널드 트럼프가 떠오른다. 의원내각제인 일본도 그러하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현실 정치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특히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고 대중들의 시선도 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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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바보’ 박용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다. 2011년 범야권 대통합 물결에 몸을 실었다. 혈혈단신으로 진보신당을 떠나 민주당원이 됐다. 민노당 후보로 두 번 총선에서 낙선한 박용진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 20·21대 국회의원이 됐다. 20대 국회에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4조원대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당국이 과세하도록 하는 등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국회를 통과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별칭은 ‘박용진 3법’이었다. 법안에 의원 이름 붙는 거, 흔치 않다. 21대 총선 서울 득표율 1위는 그냥 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