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국민의힘 ‘총선 승선론’

안홍욱 논설위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여당과 야당의 정치인이 국정을 바라보는 태도가 같을 수 없다. 정권 창출이 목표인 야당은 ‘반대·견제’를 앞세운다. 여당은 대통령이 실수해도, 행정부가 헛발질해도 방어 기제가 우선 작동하는데 이럴 때 ‘운명 공동체’ 논리가 등장한다. 여당 정치인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계속 지적질을 했다간 찍힌다. 대체로 공천 결과로 나타난다.

20대 총선을 다섯 달 앞둔 2015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하명하자, 새누리당 친박계가 분주해졌다.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이 전국을 돌며 ‘진실한 사람’을 찾아나섰다. 그에게 ‘진박 감별사’라는 희대의 별칭이 붙었다. 비박계를 대다수 솎아냈다.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 당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안정적인 40%대였다. 새누리당의 총선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진박 마케팅’은 대표 ‘옥새 파동’까지 빚으며 총선을 말아먹고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항해하는데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함부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이나 당 지도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것인데,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말이라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그는 그냥 사무총장이 아니라 ‘윤핵관 중 윤핵관’ 아닌가. 그는 오는 10월 209개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감사도 주도한다. 공천에 민감한 의원들이 그의 말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윤심’을 등에 업은 인사들이 대거 공천될 거라는 말이 나도는 판국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여당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은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국정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배를 침몰시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시스템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천기누설이라도 되나. 의원들 입에 재갈을 물린다고 국민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총선 승리와는 거꾸로 가는 길이다. ‘입꾹닫(입을 꾹 닫는다)’이 ‘슬기로운 여당 생활’이라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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