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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장벽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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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정상 생활을 가로막는 한국 도시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들여다보는 기획.배제와 차별이 구조화된 공간 속에서 ‘공정’이 구현될 수 없다. 배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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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혁씨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30년을 살았다. 몸의 마비가 심해지면서 자립은 엄두도 내지 못한 그가 모험을 결심했다. 2020년 9월 ‘점지누나’와 자립한 허씨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시설에서 나온 후 자신의 삶의 반경이 한껏 넓어졌다고 말한다.
복도 위 노란 점자블럭을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간다. 이곳은 학교, 시각장애인은 선생님이다. 이 광경에 위화감이 드는 이유는 한국의 학교가 장애인에게 차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명중 영어교사 김헌용씨는 이러한 차별에 맞서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장애인들이 춤추고 노래 부른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발표한다.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냥 하는 것은 아니다. 권리를 말하고, 권리에 맞춰 춤추고 노래한다. 이것도 노동일까?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은 말한다. “이것도 노동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최악의 환승역은 2·7호선 환승역 건대입구역이다. 일반인(77m)과 교통약자(1404m) 환승거리 차이가 18배에 달했다. 평범한 직장인 정예원씨는 어쩌다 교통약자의 환승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약자들이 불편을 겪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학교를 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동권도 기본권이라고 한다. 장애인들의 서울 지하철 시위로 열악한 현실이 조명됐지만, 도시 바깥은 교통수단 자체가 부족하다. “대도시권 역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지역은 더 열악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수유’는 장애인·노인 등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집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면 장애인도 독립해 살 수 있다. 고령 인구와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놀아야 할까. 놀이터가 7만개나 되는데 놀 곳이 없다는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아파트와 주택,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사이의 격차만이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 대신 어른, 이용자 대신 공급자 중심 놀이터가 도시 전체를 노키즈존으로 만든다.
서울하늘숲초 6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의 어린이가 ‘식당이나 카페 주인이 돼도 노키즈존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은 노키즈존을 어린이에 대한 차별로 인식했을 뿐 아니라 또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노키즈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좌담회를 통해 만난 세 양육자는 어린를 환대하지 않는 도시 공간의 배타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노키즈존이 도시 공간에 흐르는 아동 혐오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도서관이지만 ‘실내 정숙’과는 거리가 멀다. 공공도서관인데 ‘사립’이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 청소년 ‘(이)용자’들은 목공부터 작곡, 요리까지 ‘하고 싶은 일’에 맘껏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성남에서 문을 연 청소년 중심 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 이 희한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아직도 일터에서 화장실을 제대로 못 가는 노동자들이 있을까? 생각보다 많다. 건설노동자와 학습지 교사, 지하철·철도 기관사, 가스 점검원, 급식 조리실무사, 백화점·면세점 판매사원, 콜센터 상담사들이 화장실을 갈 때 넘어야 하는 '투명장벽'을 취재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여러 집을 방문해야 하는 이동·방문 노동자들은 자기 담당구역의 동선을 짜 이동을 한다. 이 동선 내에 화장실이 없으면 화장실을 쓰기 어렵다. 가스 점검원, 학습지 교사의 화장실 가는 법을 들어봤다.
깨끗하고 좋은 화장실이 있는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이들 앞에 놓인 차별과 눈치의 장벽은 더 투명하다.
일터 내 화장실, 도대체 어떻게 바꿔야 할까. 화장실을 안 가려고 일부러 물을 안 먹는 것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도시의 변화 속도는 고령층을 배제한다. 뒤처진 이들은 ‘퇴적공간’으로 분리되고, 역사상 가장 긴 노후는 은퇴 설계를 무력하게 만든다. 예상대로면 곧 인구 3분의 1이 노인이 사는 공간이 되는 도시. 익숙한 내 집, 내 동네에서 늙을 수 있으려면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디지털 수준이 낮은 도시 거주자는 단순한 불편 이상을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 시민에게 제공되는 문화·공간 정보, 복지 서비스 등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스스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것을 모르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상계주공7단지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들이 함께 아파트 단지 사잇길을 걷는다. 같이 운동하고 이웃과 만나 소통하는 날이다. 2년여를 함께 걸으니 혼자 사는 이가 나오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고,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살피러 간다.
노인들이 좋아하는 길은 가게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설이 밀집해 있고, 차가 다른 길보다 덜 다닌다. 새로 난 길보다는 지역의 오랜 옛길을 따라 걷는다.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이 같은 공간 설계는 지금과는 다른 도시 설계다.
'모두를 위한 키오스크'를 만들어 여러분의 섬세함을 테스트 해보세요.
내가 나라는 이유로 세상이 좁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투명장벽의 도시’에선 한국 사회 약자들이 마주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들여다봤다.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고,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어주는 환대의 공간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다이애나랩은 ‘차별없는가게’를 통해 모두를 위한 공간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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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장벽의 도시’는 1회 ‘나 혼자+함께 산다’, 2회 ‘지금 당장 놀이터’, 3회 ‘나의 화장실 가는 길’, 4회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로 이어졌다. 기획을 마무리하며 기자들이 취재 후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