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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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포럼 “난 닥터 둠 아닌 ‘현실주의자’…직면한 위협 외면하면 추악한 미래”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64)의 이름 앞에 항상 붙는 수식어이자 그의 별칭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책 <초거대 위협>을 통해 또 한 번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대로 가다간 스태그플레이션, 팬데믹 기간 폭증한 민간과 공공 부채,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기후위기, 질병, 전쟁 등 말 그대로 초거대 위협들이 서로 융합해 사상 최악의 경제 재앙이 도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오는 28일 <2023 경향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는 ‘성장을 넘어 - 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리는 <2023 경향포럼>에서 현재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새 패러다임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한다. 강연에 앞서 지난달 3일 미국 뉴욕에서 루비니 교수를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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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한국 경제, 고성장 과거를 잊어야 산다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내린 1.4%로 조정했다. 전망치를 1.1%까지 낮춘 기관도 있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기업 매출과 고용, 개인소득 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이후 4개월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각한 것은 경기순환 사이클의 한 국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은 더 이상 한국 경제 버팀목이 아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5월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했다. 수출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10대 수출품목 중 지난해보다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자동차뿐이다. 2000년 이후 줄곧 흑자였던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 들어 4월까지 101억526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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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폭력적 성장에 감춰진 돌봄노동 오래전 교통사고로 한동안 정형외과 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의료진의 노고를 실감한 계기가 됐다. 외래진료만 받을 때는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일을 잘 몰랐다. 먹고 자고 치료받느라 그들에게 24시간 온전히 나를 맡기면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이다. 밤이 되면 병동에서는 온갖 사건이 벌어진다. 비교적 멀쩡한 것 같던 환자들은 밤마다 자기를 봐달라고 아우성친다. 간호사가 가장 먼저 달려오고, 쪽잠 자던 당직의사도 뒤통수에 까치집을 지은 채 불려나온다. 복합골절로 양팔과 한쪽 다리에 깁스를 했으니, 입원 초기에는 혼자 뒤척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발가락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감각이 둔해질 때가 간혹 있었다. 깜짝 놀라 내 발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하고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에는 산소호흡기, 견디기 어려운 통증에는 진통제 신세를 수시로 져야 했다. 까탈스러운 요청에도 의료진은 인내심과 배려를 잃지 않고 돌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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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언제까지 성장의 노예로 살 것인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으로, 1991년 4.5% 이후 32년 만의 최저 목표치라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저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비관적 전망이 잘 들어맞아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초거대 위협(MegaThreats)>에서 글로벌 경제가 부채 위기와 금융 붕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성장률은 2.6%로 전년(4.1%)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최근 2년간 성장률 5.6%, 2.9%보다 낮다. 한국 성장률이 2년 연속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은 1992년 가입 후 처음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1.6%로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더 낮게 잡기도 한다. 3년 연속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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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고령화 ‘회색 코뿔소’를 바라보기만 할 텐가 가깝게 지내던 선배들이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주민등록상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마지막 날’이 정년퇴직일이어서 매달 퇴직자가 나온다. “30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해방됐으니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지만 씁쓸하다. 변변한 소일거리조차 없는 백면서생 같은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하거나 꼼꼼하게 노후 대비를 한 일부는 다를 것이다. 곧 내 차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비는 하지 않으니, 필자도 백면서생류가 분명하다. 커다란 덩치의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는 걸 그저 보고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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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적자 인생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올해 17.5%에서 2045년 37.0%로 높아진다. 일본(36.7%)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한국이 40.4%로 1위였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4.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65~69세 노인 취업률은 47.6%로 역시 OECD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노인 상당수가 늙어서까지 일하는데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0년 국민이전계정’을 보면 평균적 한국인의 인생은 ‘적자’였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대별 노동소득과 소비의 변화에 따라 흑·적자 상태를 파악하고, 정부 재정이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은 자영업을 포함한 노동소득이 12억7968만원인 데 반해 소비는 17억9608만원으로 5억1640만원 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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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형 NASA 우주시대 서막을 연 것은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소련(현 러시아)이었다. 이듬해 미국이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86개 나라가 우주 진입을 시도했다. 대기에는 이들 나라에서 발사한 1만1000여개 위성과 우주선 등이 떠 있다. 하지만 자체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뜻하는 ‘스페이스 클럽’의 11번째 회원이 됐다.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만 따지면 7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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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심도 지하도로 지하 세계는 공상과학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다. 지상에서 쫓겨난 범죄자나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장소로 많이 묘사된다. 첨단기술이 발전한 지상과 달리 지하는 과거에 머문 구시대를 뜻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상과 지하는 빈부가 갈리는 양극화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국토교통부가 ‘도시지역 지하도로 설계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지하도로에서 차량이 시속 100㎞로 달려도 안전하도록 터널 높이를 높이고, 직진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상하수도와 가스관 등 지하시설은 대부분 지표 5m 이내인데, 최근 지하개발은 40m 이상 대심도(大深度)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개통한 신월여의지하도로와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지하 70~80m에 건설됐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철로와 역사를 지하 40m 이하에 건설하는 대심도 공법을 사용 중이다. 경인고속도로 인천 남청라IC~서울 신월IC 19.3㎞와 경부고속도로 경기 화성~양재IC 32.3㎞ 지하화 구간도 대심도에 건설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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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선진국이라기엔 부끄러운 한국과 대통령의 품격 선진국에 대한 기준은 명확지 않다. 보통은 경제력 강한 국가를 일컫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1위 중국이나 1인당 국민소득(GNI)이 10만달러를 넘는 버뮤다, 군사대국 러시아 등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제가 중요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시민 삶의 질이 높고 글로벌 책임을 이행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은 모두 선진국이지만 범위가 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과거 선진국 클럽으로 불렸으나 회원국을 늘리면서 개발도상국이 다수 참여해 지금은 달라졌다. 한국이 포함된 G20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들도 있어 순수한 선진국 모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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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억울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미국 필라델피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역사가 깊은 도시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미국이 1776년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곳이다. 미 제헌의회가 열렸고, 워싱턴으로 옮기기 전 10년간 임시 수도였다. 미국인이 자국 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주조국이 처음 설립됐고, 증권거래소도 여기서 생겨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지수는 미국 산업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극성 스포츠팬이 많기로 유명한 필라델피아에는 야구(필리스)·농구(세븐티식서스)·아이스하키(플라이어스)·풋볼(이글스) 등 4대 프로 스포츠팀이 있다. 한 도시명이 4대 스포츠에 모두 들어간 미국 도시는 7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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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자세 정치인이 거짓말에 능한 직업군이기는 하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발생한다면 매우 경미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위기인 것은 맞다”면서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 국제기구, 언론 등은 한결같이 경기침체를 가리킨다. 실제 일부 국가는 침체에 빠져 외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서는 한 국가의 위기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경제난에 빠진 국가에 지원한 구제금융은 8월 말 기준 14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나라의 숫자를 보면 당장 어려운 나라를 알 수 있는데 많이 늘었다”며 “아시아에서는 요청한 나라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 많이 준비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5위 영국도 최근 구제금융설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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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두산 감독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40주년을 맞아 ‘레전드 40’을 선정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10개 구단 현역 1군 감독 중 레전드 40은 이강철 KT 감독이 유일하다. 최다 득표를 한 4인(선동열·최동원·이종범·이승엽) 가운데 1군 감독 경험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뿐이다. 감독을 지냈던 레전드도 40명 중 8명에 그친다. 김경문 전 NC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10시즌을 뛰면서 6홈런, 타율 0.220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김 전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선임됐을 당시 인터뷰에서 “이기는 것에만 익숙한 장수는 전쟁에서 지고 돌아온 부하의 심정을 모른다. 프로야구라는 전쟁터는 이기고 지는 것의 반복이다. (스타 출신이 아니어서) 누구보다 음지의 고달픔을 잘 헤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감독으로는 두산과 NC에서 15시즌을 치렀고,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을 일궈 명장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