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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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아니면 말고’ 위험한 정치의 계절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 집안 가훈은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숙제가 가훈 알아오기였는데, 즉석에서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훈으로 정할 정도라면 ‘일단 해보자’는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픈 국어사전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할 때 쓰는 말’이라고 부정적인 뜻으로 정의한다. 아니면 말고는 언론계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오보를 자주 내는 기자를 일컫는다.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할 기자에게 아니면 말고 식 취재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일이다. 언론사마다 현장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출고 전에 수차례 확인하고 검증하는 ‘게이트 키핑’ 과정을 두는 것은 아니면 말고를 막으려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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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한국이 망해가고 있다는 ‘합계출산율 0.7명’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남녀 임금 격차를 연구해온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골딘 교수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분기) 0.86명인 것을 잘 안다”고 말해 한국 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한국 기자들이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한국 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남녀 임금 불평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6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경제적 능력을 확보하는 데 169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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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불평등 방치한 국가의 책임과 재정건전성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켜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양극화나 불평등에 관한 경제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최근 사회불만 범죄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경제면에서 접했던 내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성남 서현역과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뿐 아니라 며칠 전에는 7층 건물 옥상에서 아래로 벽돌과 나무토막을 던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1년 선진국 그룹에 편입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 이래 57년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된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그해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 리서치센터가 17개 선진국 성인 1만9000명을 상대로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조사했다.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고, 2위는 ‘건강’, 3위는 ‘가족’이었다. ‘가족’이 1순위였던 14개국 사람들과는 달랐다. ‘건강’(스페인)과 ‘사회’(대만)를 꼽은 나라도 있었다. 매경이코노미가 지난해 13~18세 청소년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돈(물질적 풍요)’이라고 답한 청소년이 30.1%(복수응답 기준)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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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한경협 됐다고 정경유착 사라질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기업 반열에 오르는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과 몇몇 기업인이 1961년 설립했는데, 박정희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당시 10개 남짓이었던 전경련 회원사는 2016년 600개를 웃돌 정도로 팽창했다. 전경련이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꿨다. 새 회장을 선임하면서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이 흡수 통합해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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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청년에게 불평등만 물려줄 순 없다 만 19~34세만 가입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청 접수 사흘간 신청자가 24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연령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10%가량이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매달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더해 최대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로 신청할 수 있는데, 22일부터 제한이 없어져 가입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기성 높은 가상자산(코인)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라 착실하게 자금을 모으겠다는 청년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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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포럼 “기본소득이 노동 이탈 유발?…그럼 어떤가, ‘돌봄’이 풍성해지는데” 라즈 파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정책대학원 교수(51)는 이력이 독특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한 그는 그만둔 뒤 WTO를 비판하며 ‘반WTO 활동가’로 불렸다. 세계은행과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지만 역시 이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4개 대륙에서 최루탄을 맞기도 했다. 옥스퍼드대와 코넬대 등에서 학위를 받은 ‘제도권 엘리트’임에도 커리어의 많은 시간을 제도권과 싸우며 연구실 대신 시위 현장에서 보냈다. 파텔 교수는 자신의 투쟁이 단순히 특정 기구나 사안만을 향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수백년간 이어져 온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물음표를 던진다. 자본주의는 자연과 노동력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 요소를 너무 싼값에 착취해 왔고, 그 결과 사회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폐화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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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포럼 “난 닥터 둠 아닌 ‘현실주의자’…직면한 위협 외면하면 추악한 미래”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64)의 이름 앞에 항상 붙는 수식어이자 그의 별칭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책 <초거대 위협>을 통해 또 한 번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대로 가다간 스태그플레이션, 팬데믹 기간 폭증한 민간과 공공 부채,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기후위기, 질병, 전쟁 등 말 그대로 초거대 위협들이 서로 융합해 사상 최악의 경제 재앙이 도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오는 28일 <2023 경향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는 ‘성장을 넘어 - 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리는 <2023 경향포럼>에서 현재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새 패러다임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한다. 강연에 앞서 지난달 3일 미국 뉴욕에서 루비니 교수를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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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한국 경제, 고성장 과거를 잊어야 산다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내린 1.4%로 조정했다. 전망치를 1.1%까지 낮춘 기관도 있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기업 매출과 고용, 개인소득 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이후 4개월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각한 것은 경기순환 사이클의 한 국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은 더 이상 한국 경제 버팀목이 아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5월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했다. 수출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10대 수출품목 중 지난해보다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자동차뿐이다. 2000년 이후 줄곧 흑자였던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 들어 4월까지 101억526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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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폭력적 성장에 감춰진 돌봄노동 오래전 교통사고로 한동안 정형외과 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의료진의 노고를 실감한 계기가 됐다. 외래진료만 받을 때는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일을 잘 몰랐다. 먹고 자고 치료받느라 그들에게 24시간 온전히 나를 맡기면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이다. 밤이 되면 병동에서는 온갖 사건이 벌어진다. 비교적 멀쩡한 것 같던 환자들은 밤마다 자기를 봐달라고 아우성친다. 간호사가 가장 먼저 달려오고, 쪽잠 자던 당직의사도 뒤통수에 까치집을 지은 채 불려나온다. 복합골절로 양팔과 한쪽 다리에 깁스를 했으니, 입원 초기에는 혼자 뒤척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발가락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감각이 둔해질 때가 간혹 있었다. 깜짝 놀라 내 발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하고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에는 산소호흡기, 견디기 어려운 통증에는 진통제 신세를 수시로 져야 했다. 까탈스러운 요청에도 의료진은 인내심과 배려를 잃지 않고 돌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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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언제까지 성장의 노예로 살 것인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으로, 1991년 4.5% 이후 32년 만의 최저 목표치라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저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비관적 전망이 잘 들어맞아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초거대 위협(MegaThreats)>에서 글로벌 경제가 부채 위기와 금융 붕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성장률은 2.6%로 전년(4.1%)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최근 2년간 성장률 5.6%, 2.9%보다 낮다. 한국 성장률이 2년 연속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은 1992년 가입 후 처음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1.6%로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더 낮게 잡기도 한다. 3년 연속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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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고령화 ‘회색 코뿔소’를 바라보기만 할 텐가 가깝게 지내던 선배들이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주민등록상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마지막 날’이 정년퇴직일이어서 매달 퇴직자가 나온다. “30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해방됐으니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지만 씁쓸하다. 변변한 소일거리조차 없는 백면서생 같은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하거나 꼼꼼하게 노후 대비를 한 일부는 다를 것이다. 곧 내 차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비는 하지 않으니, 필자도 백면서생류가 분명하다. 커다란 덩치의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는 걸 그저 보고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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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적자 인생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올해 17.5%에서 2045년 37.0%로 높아진다. 일본(36.7%)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한국이 40.4%로 1위였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4.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65~69세 노인 취업률은 47.6%로 역시 OECD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노인 상당수가 늙어서까지 일하는데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0년 국민이전계정’을 보면 평균적 한국인의 인생은 ‘적자’였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대별 노동소득과 소비의 변화에 따라 흑·적자 상태를 파악하고, 정부 재정이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은 자영업을 포함한 노동소득이 12억7968만원인 데 반해 소비는 17억9608만원으로 5억1640만원 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