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미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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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집 <깊이에의 강요>에는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과거에 내가 읽은 책인데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여섯 글자가 위로를 주곤 했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 있다”고, 내용은 까맣게 잊어버렸어도 내 안에 무언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독서는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대학 다닐 때는 소설 읽을 시간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하나 불안했던 것도 같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대학을 졸업한 기자도 어떤 행동이든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
신간 “사람들이여 ‘선한 야망’을 가져라”…세상을 바꿀 도발적 제안 모럴 앰비션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이정민 옮김·인플루엔셜·2만2000원 ‘야망’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무엇을 이뤄보겠다는 희망’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이 품은 야망은 주로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를 향할 때 따라붙는다. 고학력, 고소득자라고 해도 내 발등의 불에만 집중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 애쓰는 사람, 한 명이라도 떠오르지 않는가. 네덜란드의 젊은 사상가인 저자는 다른 행동이 ‘선한 야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
질문하는 자가 살아남는다…AI 시대, 인문학의 쓸모에 관하여 “인공지능(AI)이 인문학 일자리를 파괴할 것입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로스쿨을 거쳐 독일 괴테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카프의 이력을 봤을 때, 그의 발언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프 자신의 경험상 기존 대학 학위 중심의 인문학 전공자들이 기술을 모를 때 일자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반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사장은 지난 2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 공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은 미래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
신간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실패할 권리’ 청년 파산 박기태 지음·메디치미디어·2만2000원 자산을 쌓기 시작해야 할 청년이 파산부터 한다. 회생 및 파산 전문가인 저자는 몇년 전부터 빚 상담을 하러 오는 이들 중 청년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통계로도 확인됐다. 2023년 개인회생 신청자의 47%가 2030 청년이었다. 저자는 실제 청년들을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청년 파산의 굴레가 어떻게 씌워지는지 파헤친다. 학자금 대출 원금과 이자, 월세와 통신비, 취업 준비할 때 생활비로 쓴 카드값 등 숨만 쉬어도 돈은 빠져나가고, 빚은 커졌다. 그러다 ‘고소득’을 미끼로 내건 온라인 도박이나 주식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된다. -
교묘하게 진화하는 사교육…더 어릴 때부터, 점점 고액으로 더 어릴 때부터, 더 세분화된 수업으로, 더 비싼 서비스로. 요즘 ‘사교육’ 현장의 트렌드를 요약한 말이다. 2019년 말 코로나19 대유행이 닥치자 학원가는 폐업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초·중·고 학령인구(만 6~17세)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코로나19라는 짐이 더해진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이중 노동시장이 견고해지며 의사 등 전문직군에 대한 선호가 커졌으며, 대학 서열화 및 학과 쏠림 현상도 심화했다. 그러다보니 2020년대 들어 사교육은 생존을 위해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4세 고시, 초등 의대반, 수능 모의고사 PDF방, 수험생 멘탈 관리 독서실…. 하지만 이런 시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권침해, 계층 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
신간 확증 편향에 병든 미국의 타산지석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데이비드 팩먼 지음·김내훈 옮김·창비·2만원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이 대중에게 잘 먹히는 시대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며 기존의 성향과 사고가 상호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미국 정치 평론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팩먼은 미국 사회가 에코 체임버 현상을 넘어 ‘에코 머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확증 편향이 시스템화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특히 “미국의 정치판은 병들었다”며 기후위기나 보건·복지 제도 같은 명백한 사실까지도 거짓에 휘둘리게 만드는 정치권을 비판한다. -
신간 화성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비커밍 마션 스콧 솔로몬 지음·이한음 옮김·세로북스·2만4500원 지난 4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달 뒷면을 돌아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우주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질문이 바뀌었다. ‘우주에 어떻게 갈 것인가’가 아니라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로 말이다. -
“트럼프 정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견뎌야 할 문제” 미국 내 ‘반트럼프’ 정서가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집권 2기 최저치(34%·4월 28일 발표, 로이터·입소스)를 기록한 이후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를 밑돌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월 15~18일 진행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 앞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5월 11~15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7%이었다. -
미디어 리빌딩 언론엔 어떻게 ‘재래식’ 딱지가 붙었나…기자들이 본 ‘암울한 현실’ 그야말로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의 수난 시대다. 사람들은 종이신문·방송과 같이 전통적인 언론 매체가 제공하는 뉴스를 점차 찾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레거시 미디어를 ‘재래식 언론’으로 규정하고 비판과 비난을 쏟아낸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 또는 정부 정책과 관련한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직접 저격도 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는 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회악, 뉴 미디어는 희망’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정작 시민에게 필요한 뉴스는 무엇인지, 좋은 뉴스를 생산하기 위한 구조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
“절체절명의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이란과의 전쟁, 6월 중순이 마지노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월 15~18일 진행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 앞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5월 11~15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7%이었다. 집권 2기 최저치(34%·4월 28일 발표, 로이터·입소스)를 기록한 이후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를 밑돌고 있다. 9년 만의 방중(5월 13~15일)이라는 외교적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반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가 상승 등으로 미국 내 ‘반트럼프’ 정서가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
신간 ‘무지개떡 건축’으로 품은 일과 삶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 황두진 지음·해냄·1만9500원 서울을 비롯해 한국의 도시 대부분이 원·구도심의 인구가 줄고 외곽이 비대해지는 과정을 밟아왔다. 건축가 황두진은 ‘대부분의 직장이 여전히 구도심에 있는 상황에서 거주지역이 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도시 변화의 모델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도심 외곽에 살게 되는 사람이 자유로운 선호에 의해 거주지를 정한 것이라기보다 여러 정책이나 제도, 집값 등 도시 환경으로 인해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사회문제라고 진단한다. -
희망을 다시 쓰는 ‘선결제 연대’…누군가 미리 낸 병원비로 ‘노동자 아픔’ 나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적으로 퍽퍽했던 시기, 이탈리아 나폴리 사람들은 카페를 찾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두잔 값을 지불했다. 다음에 오는 손님 누군가는 값을 치르지 않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실 수 있었다. 미리 결제해둔 커피 한잔은 어려운 시기 고통을 나누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나폴리의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선결제 커피)’ 전통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