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게이트와 불로소득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코인 게이트’에서 쟁점이 되는 것들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검찰 수사가 밝혀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코인 게이트의 당사자인 김남국 의원과 그가 속한 정치세력의 정치적 책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남국 의원은 친명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7인회 회원이었으며,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의 수행실장이자 온라인소통단장을 맡기도 했다.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는 말이다. 그와 노선을 같이했던 친명계 의원들은 아직도 여러 궤변으로 그를 옹호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는 그의 탈당을 눈감아줌으로써 도망갈 길을 열어주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그러니 코인 게이트에는 단순히 그의 행위가 불법이었느냐 아니었느냐 하는 법률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그가 속한 정치세력의 노선이 코인 투기라는 그의 행동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내세웠다.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북돋운다는 뜻인데 그 말을 듣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약한 자를 북돋우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러기 위해 강한 자를 억누른다는 말은 민주주의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약한 자를 북돋우는 방법은 억강부약이 아니라 ‘부강부약(扶强扶弱)’, 즉 강한 자와 약한 자를 두루 북돋우고 시민들 간의 연대를 통해 공생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억강부약을 선언했고, 그 대표적인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내세웠으며, 기본소득의 재원은 상위 10% 국민에게 국토보유세를 매겨서 충당하겠다고 했다. 억눌러야 할 강자는 상위 10% 국민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토보유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그는 “본인이 10%에 속하지도 못하면서 국토보유세 걱정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다. 국민 10%와 90%를 선명하게 갈라서 다수인 90%의 표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그는 ‘불로소득 환수’를 내세웠는데, 이 또한 듣고도 믿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국제 학계에서는 불로소득이라는 단어 자체가 실질적으로 사라진 지 수십 년이 되었고, 노동하지 않고 얻은 소득은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소득이나 연금 등 다양하고 심지어 그가 내세웠던 기본소득조차도 불로소득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하면서 증권거래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순을 설명할 길도 당시에는 없었다.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압권은 2020년 7월에 김남국 의원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당시 그는 다주택자인 고위 공무원들에게 손해를 보고라도 집을 급매, 급급매로 팔라고 압박하면서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100억원대 코인 수익은 당연하고 다른 사람의 부동산은 북한 수준으로 때려잡자는 말이었다.

선량한 시민이 살면서 집 두 채 가지게 되는 상황은 널리고 널렸다. 가족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다 보니, 자녀들 결혼시키고 뒷바라지하는 과정에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조금 더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 마음에 등등 다양한 이유로 집 한 채를 더 갖게 될 수도 있다. 그게 왜 비난받을 일인가. 설사 투자 목적으로 집 한 채를 더 가졌다 한들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비해 유난히 더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수십 채 혹은 수백 채를 가지고 누가 봐도 명백한 투기에 나서거나 전세사기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엄벌해야겠지만, 코인과 달리 부동산은 이런 자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니 그들만 찾아서 엄벌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의원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고, 그가 속한 정치세력은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막상 본인은 출처도 명확하지 않은 돈으로 코인 투자를 해 한때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 후 코인이 폭락해 가치가 떨어졌다지만 최소 10억원은 벌었다고 그가 속한 정치세력의 다른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주고받은 대화록이 공개됐다. 이제 김남국 의원과 이재명 대표, 그리고 그들이 속한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과거 주장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위 10%는 억눌러야 하고,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하는가. 김남국은 무죄이고, 부동산을 가진 국민은 유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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