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저널리즘의 올해 주요 뉴스를 뽑으며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뉴스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배우는 창이다. 우리는 각자 삶을 살기 위해 뉴스가 필요하다. 저널리즘은 지금 어떠한 일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사회가 고안해낸 시스템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저술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을 다루는 언론계에는 올해 어떤 뉴스가 있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에서 주요 뉴스를 선정해봤다.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① 언론중재법, 민주당의 독주. 권력에 언론은 성가신 존재다. 언론중재법 파동은 자기(편)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는 이러한 권력의 속성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난 8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법안에 정작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는 제외됐다. 언론의 명백한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과 기준도 너무 모호했다. 진실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탈(脫)진실의 시대’. 권력은 언론중재법을 적극 활용해 언제든 자신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 국경없는기자회 등 해외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이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폭주기관차처럼 밀어붙였다. 토론과 숙의는 없었다. 민주주의가 퇴보할 뻔했다.

② 언론인의 노벨 평화상 수상. 1935년 이후 86년 만에 언론인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CNN 필리핀 지국장이던 마리아 레사는 대통령을 비판하며 소셜미디어 속 가짜뉴스와 싸웠다. 정권은 그에게 각종 소송과 수사로 위협했다.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는 1993년 창간 이후 소속 기자 6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곳이다.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스트롱맨들에 의해 핍박받고 있는 언론의 현실이 투영된 결과다.

③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2위 유재석.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조사한 결과 1위는 손석희, 2위는 유재석이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이야 2007년 조사 이래 부동의 1위였지만, 유재석은 그도 말했듯 ‘의외’였다. 손 전 사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예능이나 드라마도 저널리즘의 범주에 넣어서 생각한다. 언론인을 꼭 ‘뉴스를 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수용자가 뉴스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뉴스가 좀 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고 감동을 주는 형태로 확장하는 현실과 당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분발을 다짐하게 만든 뉴스였다.

④ 조회수 경쟁의 단면,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보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씨 사건을 둘러싼 억측과 허위·조작 정보로 사회적 논란도 커졌다. 무책임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수 돈벌이’를 하는 유튜버들이 중심에 있었다. 그렇다고 레거시 미디어에 책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과 유튜브에서 만들어진 의혹과 음모론을 사실 확인 없이 전달한 기성 언론도 많았다. 화제가 되면 ‘일단 쓰고 보자’는 대응에 저널리즘의 기본원칙들이 무너지기도 했다.

⑤ 포털에서 연합뉴스의 ‘퇴출’. 기사형 광고를 포털사이트에 전송했다는 이유로 연합뉴스가 네이버와 다음 메인 뉴스 화면에서 사라졌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막강한 위치에도 포털에서 퇴출될 경우, 전재료 수익과 영향력 감소 등 타격이 매우 크다. 대부분의 뉴스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포털들은 뉴스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있다. 개개 언론사로서는 ‘포털 독립’이란 숙제를 안게 됐다.

이들 주요 뉴스를 보더라도 언론은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광고 수익이라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고 있고 포털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강력한 플랫폼에 위협당한다. 권력은 언론을 적대시하고, 시민들은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저널리즘이 현재 당면한 문제를 쾌도난마처럼 풀어낼 묘수는 없다. 복잡할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방법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동 이후 여러 위기 속에서 저널리즘은 살아남았다. 답은 믿을 수 있는 뉴스가 제공되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출간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읽으며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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