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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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서울의 도농살생 사라져가는 말들은 사라져가는 관계다. ‘시골 할머니댁’이 그렇다. 지금 어린이들의 부모는 물론 조부모 세대도 농촌 출신이 드물다. 농사짓는 친척도 거의 없고 농촌은 멀다. 그래도 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추가 세금 부담 의향에 도시민 65.7%가 찬성했다. 희한하게도 부담 의향은 2020년 이후 증가 추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농업농촌의 위기는 삶의 위기라는 것을 도시민들도 알았다는 뜻이다. 농민들에게 농업은 생계지만 도시민들에게 농업은 ‘생존’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외국에서 농산물을 들여오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도 우리는 보았다. 농업은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워낙 불안정한 산업이라 사회가 ‘지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지 않으면 속수무책 무너진다. 도시와 농촌은 서로 의지해야 살 수 있고 이를 ‘도농상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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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계란 수입과 천원짜리 농민 불황 속에서 맞는 명절이 달갑지 않아도 대목장 구경은 재밌다. 무엇을 사고파는지 보자니 누구나 계란 한 판은 들여간다. 평소에도 쟁여놓고 먹지만 명절엔 전도 부치고, 떡국 고명으로 얹으려면 계란은 필수. 평소엔 떡국 국물에 계란을 풀어도 명절 티를 내자면 특별히 지단을 부쳐 떡국에 올리면 비로소 명절 같다. 밥상이 너무 헐하다 싶어 계란 한 알 부치면 그럭저럭 밥상도 들어차는 고마운 계란. 2021년 농촌진흥청이 낸 <축산물소비트렌드>에서 보면 소고기는 소득 300만원 이하의 가구와 6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취식빈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계란만큼은 형편에 따라 너무 크게 벌어지지 않고 골고루 먹을 수 있는 평등한 단백질이자 민중의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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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트가 아니라 사람이 쉬었다 ‘국룰’은 아녀도 웬만하면 지키자는 문화가 있다. 일요일에 결혼식 날짜를 잡지 않는 것, 업무 전화나 메시지도 가급적 피한다는 것. 주말에 급한 용건으로 연락을 하면 “주말에 쉬시는데 죄송합니다”라고 당연히 양해를 구한다. 그래서 ‘주말장사’에 매달리는 자영업이 괴로운 것이다. 남들 쉴 때 일을 한다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된지는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도 근래 일요일에 문을 닫는 식당과 소매점들도 속속 늘어난다. 단골 식당 사장님도 일요일 손님도 적고, 운영비 부담만 커서 차라리 휴무를 갖기로 하셨다. 그리고 교회도 다시 나가신다며. 일요일에는 다음날 출근에 대비해 웬만하면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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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농업 문제라 쓰고 농협 문제라 읽는다 “농협계좌로 부탁합니다.” 농업 단체에 강의비나 고료를 받을 때 받는 부탁이다. 농촌 구석까지 있는 금융기관이 농협이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스쿨뱅킹 계좌도 대부분 농협이다. 다른 은행으로 금융업무를 처리하려면 학교에서 수수료를 내야 해서 가급적 농협으로 한다. 농민들은 농산물 출하대금과 농업정책자금을 수령하려면 농협계좌 보유는 필수다. 금융사고도 많은 금융기관이지만 ‘곧 죽어도 농협’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농협계좌 하나씩 트게 되어 농협은 금융정보의 핵을 거저 쥔다. 정부의 주요 금융파트너이자 ‘민족은행’이라는 명분을 내건 농협의 정식명칭은 ‘농업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조와 복지 증진이 설립 목적이다. 농민조합원의 농산물 생산과 수매를 돕고,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홍보, 판매하는 역할이 핵심이다. 이를 ‘경제사업’이라 한다. 하지만 농협이 비판받아온 것은 ‘돈놀이’, 즉 돈을 대출하고 이자 받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신용사업’에 몰두해서다. 오죽하면 농민들이 농업 문제는 곧 농협 문제라고 말할까. 농협만 제정신 차리면 이렇게까지 한국 농업이 구석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올해처럼 쌀값이 폭락하면 정부에 적극적으로 쌀값을 보장하라고 농민 조합원의 민의를 전하는 것이 본령이건만, 정부가 터준 계좌를 유지하고 점점 더 늘어나는 횡령과 금융사고 수습조차 못해 정부한테 찍소리 못하는 신세라며 핏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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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존재로서의 쌀 식구들 모이는 날은 콩이나 보리를 넣어 잡곡밥을 주로 하지만 이맘때는 ‘쌀밥주간’이다. 햅쌀밥에 명란을 얹어 먹는 건 나의 호사, 햄구이 한 조각 얹는 것은 아이들의 호사지만 햅쌀의 차진 밥맛에 바치는 헌사로 잠시나마 세대 통일을 이룬다. 수확철을 맞아 자못 다복한 식사 풍경이 연출되었으나 우리 쌀의 처지는 몰릴 대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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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어제보다 나은 농사 9월24일 곳곳에서 오롯이 기후위기 문제 하나로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기후의 문제가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은 피할 길이 없다. 살림하는 입장에서는 농산물값과 품위 문제로 다가온다. 올해 흔한 여름 반찬이던 오이와 가지를 들었다 놓았다 한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친환경농산물 소비의 요체인 생활협동조합에서도 농산물 갖추기가 어려워 툭하면 ‘품절’ 표시가 내도록 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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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컨트리클럽에 농촌이 없다 80년대 ‘공일(휴일)’ 특유의 풍경이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땡!’ 소리에 박장대소를 한다든가 권투와 씨름 생중계를 보는 풍경이 아련하다. 아버지는 텔레비전 화면에 대고 “잽잽! 어퍼컷!”을 외치며 훈수를 두곤 했지만, 이제 권투경기는 올림픽 때나 볼까 말까다. 대체로 소득이 올라가면 스포츠도 큰 자본이 얽힌 종목이 인기를 끌고, 골프도 그중 하나여서 생중계도 이루어진다. 스타 골프선수들도 많은 데다 특권층만의 스포츠가 아닌 대중스포츠의 면모를 갖추었다고도 할 수 있다. 골프 치는 예능프로그램도 많아지면서 더욱 친근해졌고, 이제 회식 뒤에 노래방 코스 대신에 ‘스크린골프’ 문화도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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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늘꽃도 못 보고 짓는 마늘농사 하루종일 밭을 매고 와서도 꽃에 물을 주는 농촌의 할머니들을 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여성농민에게 식물 기르는 일이 지겹지도 않냐 물었더니 “이쁘잖아. 촌에서 꽃을 볼 일이 없어”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건네신다. 기실 농사라는 것은 꽃과의 싸움이다. 굵고 단단한 소출을 내기 위해서 꽃은 적절하게 쳐내거나 아예 꽃 볼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농사다. 과수농사에서 꽃을 솎는 적화작업이 일 년의 농사를 결정하듯, 마늘은 아예 꽃대가 올라오지 못하게 끊어버리는 농사다. 봄 한철 맛있게 볶아먹고 장아찌도 담그는 그 마늘종이 마늘 꽃대다. 영양을 마늘로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꽃을 길러내는 마늘종은 그냥 둘 수가 없다. 마늘종을 그대로 두면 마늘꽃이 피는데 아기 주먹만 한 동그란 꽃이 보랏빛으로 피어 퍽 예쁜 꽃이다. 고급 꽃품종인 ‘알리움’이 마늘꽃이지만 꽃 보자고 짓는 농사가 아닌지라 농촌에서 보기 힘든 꽃도 마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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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창의 의로운 닭싸움 부안의 고등학교에서 강의 의뢰가 왔다. 1년 전 본지에 ‘고창의 외로운 닭싸움’이라는 글에서 부안에 있는 동우팜테이블 자회사 ‘참프레’ 도계장에서 날아오는 악취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해도 지역 문제에 관심을 두었다는 인연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2020년 4월, 부안군과 갯벌을 나누고 있는 인근 고창군에도 같은 회사의 닭, 오리 가공 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으로 고창군은 발칵 뒤집혔다. 고창일반산업단지에 입주 계획을 밝힌 동우팜테이블 도축장은 부안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하루에 84만 마리의 닭, 오리를 잡을 수 있는 규모였고, 만약에 세워졌다면 아시아 최대의 가금류 도축시설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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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제철꾸러미, 지역 선순환으로 되살리자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붙는 연구 논문의 주제도 유행을 탄다. 저 ‘○○’에 들어가려면 연구자의 관심도도 중요하고 사례가 풍부해 현장 접근도 쉬워야 한다. 사회과학 논문에서 활발하게 다뤄지던 사례가 ‘로컬푸드’ 테마였다. 비슷한 연구방식에 지역만 살짝 바꾼 논문들이 수두룩하다. 논문 검색 포털에 검색어로 ‘로컬푸드’를 넣으면 500편이 넘는 논문이 나온다. 로컬푸드 하면 으레 농협 하나로마트 한편에 설치되어 있는 편백나무 매대를 떠올리지만, 10년 전만 해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례는 ‘제철꾸러미’ 방식이었다. 로컬푸드 유형 중에서는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도 있지만, 제철꾸러미는 제철에 나오는 다양한 농산물과 장아찌나 김치와 같은 소박한 가공식품으로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격주로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택배로 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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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더러운 빵’ 거부한 임종린의 굶는 몸 케이크 살 일이 많을 때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이름 붙은 날도 많아서다. 지인들끼리 케이크와 커피 기프티콘이 유독 5월에는 오고 갈 일도 많다.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낼 경우에는 아무래도 매장이 많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파리바게뜨도 그중 하나다. 우리 동네에도 파리바게뜨 매장이 세 군데나 된다. 이제 케이크는 특별한 날 아니어도 디저트로도 먹는 음식이지만 여전히 케이크를 들고 가는 누군가를 보면 축하할 일이 있겠구나 싶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파리바게뜨의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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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건희 대표, 사회적기업 대표로 변신할까? 1970년대 ‘영애’로 불렸던 박근혜씨의 본명이 ‘박영애’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영부인’이라는 권위주의적인 호칭 대신 ‘여사’라는 말을 쓰지만, 이 글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배우자를 ‘김건희 대표’라 호명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얼마 전 김건희 대표가 일하는 대통령 부인의 상을 제시하며 자신이 운영하던 전시 홍보 회사 ‘코바나컨텐츠’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여 이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업체가 사회적기업으로 갈지, 휴업으로 갈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가 여전히 ‘질 바이든 교수’의 삶을 사는 것처럼 김건희 여사 이전에 ‘김건희 대표’로 호명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