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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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새 민주주의는 차별금지법으로 6월3일이 지나면 제21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이번 조기 대선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 광장에 나왔던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광장의 시민들은 탄핵을 넘어 무엇을 요구해 왔는가. 광장에서 시민대행진을 주최해 왔던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2월10일부터 약 석 달간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왔다. 그 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바라는 사회 변화 중 가장 높았던 것이 차별금지, 성평등, 소수자의 인권 보장이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남성성의 정치가 폭주한 말로와, 혐오 선동으로 성장한 극우 세력의 준동을 목도한 시민들이 차별 없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열망이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정치인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열망을 실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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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너무나도 오래 기다려왔던 그 주문이 선언되는 순간 광장은 환호와 눈물로 뒤덮였다. 내란의 밤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윤석열은 파면됐다. 추운 겨울을 지나 햇살이 비치는 따스한 날에 시민들은 드디어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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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수많은 ‘유독’의 순간을 넘어 지난 8일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던 윤석열이 제 발로 걸어 나온 것이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고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며 이루어진 일이었다. 당시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있으며 주변의 허탈감과 분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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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성별이 다양하다는 사실 2018년 미국에서 1600여명의 과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경고 서한을 보냈다. 미국 보건사회복지부가 성별을 생물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재정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서한에서 과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분법적 조건으로 성별을 정의하는 것은 과학만이 아니라 윤리적 관행, 인권, 기본적 존엄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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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인권위를 몰락시키는 이들에게 연일 뉴스를 보며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2020년대에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국회에 군인이 난입하는 모습을 전 시민이 지켜봐야 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뒤를 이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선별 임명 등 대통령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내란수괴는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부정하며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다. 지금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인 ‘법과 원칙’이 말 그대로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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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인권이 무시되는 만행을 막기 위해 지난 12월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76년이 되는 날이었다. 1948년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것은 두 차례의 전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등을 겪으며 인권이야말로 이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장치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언문의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인류의 양심을 격분시키는 만행을 초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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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11월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독일 성별 스스로 결정… 한 달간 1만5000명 신청.” 최근 나온 기사들의 헤드라인이다. 독일에서 어떠한 조건도 없이 등기소에 신고만 하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러한 법률이 성범죄자에 의해 악용되어 여성,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스포츠의 공정성도 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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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성소수자가 먹고살아 가는 모습들 지난 수요일 재·보궐선거를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니 담당자가 선거인명부 대조 전표를 주면서 투표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했다. 전표에는 등재번호와 함께 이름, 성별을 적도록 되어 있었고 내가 받은 전표에는 성별란에 ‘여’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표를 들고 투표장에서 다시 한 번 선거인명부와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보니 이름과 성별을 적게 되어 있는 선거인명부에는 내 이름 옆에 ‘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조 전표의 성별과 명부의 성별이 다른 상황, 혹시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요구받거나 안 좋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잠시 긴장하던 순간, 문제없이 투표용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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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인권위의 위기, 구조를 바꾸자 활동을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인권위에 기대는 일이 줄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인권침해를 하거나 차별이 발생했을 때, 인권위 진정을 생각했다가 그만두는 일이 많다. 인권위가 제대로 사건을 조사·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2024년 6월 기준으로 인권위 진정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사건 처리 건수는 21.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권고 건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경찰 관련 사건 진정에 대한 권고는 16건으로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검찰사건의 경우엔 아예 권고 건수가 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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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학생인권법, 모두의 인권을 위한 법 가끔 학교에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특강을 나갈 때가 있다. 강의가 끝났을 때 조용히 한 학생이 찾아와서 자신도 성소수자 당사자라고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어렵게 찾아준 그 용기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이러한 자리를 빌려서야 비밀리에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그 학생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일까. 또 다른 감동을 받은 일도 있다. 한번은 강의 때 알려준 주소로 한 학생이 e메일을 보내왔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로 인해 막연히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직 성소수자를 완전히 지지하긴 어렵긴 해도 좀 더 노력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번의 교육이 어떻게 개인을 바꿀 수 있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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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사랑이 이겼고 또 이길 것이다 7월18일, 긴장된 마음으로 대법원 대법정에서 선고를 듣기 시작했다. 대법원장이 이유 요지를 읽기 시작하고 몇분 뒤, 동성 동반자를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가 떠올랐다. 이겼다. 판결 선고가 끝나고 모두가 웃고 울면서 함께 법정을 나온 뒤, 한마음으로 외쳤다. 사랑이 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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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두 차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인권위원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각각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권위원에 대해서는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어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여 왔다.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후보 추천위원을 맡으면서 과연 내가 이러한 자격을 갖춘 인권위원 후보를 제대로 살펴보고 추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받아본 후보자 면면 중엔 다소 실망스러운 이들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한 후보가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그는 진중한 태도로 앞으로 경청하며 배워나가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이충상 상임위원으로 인해 인권위 안에서 여러 문제들이 있던 상황에서, 나름 기대도 갖게 해주었다. 그러한 기대가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바로 지금 여러 언론에서 오르내리는 김용원 상임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