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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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 5월이 되면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가정’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가정,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이 많아 5월은 가정의달이라고 불린다. 5월15일은 국제 가정의날이기도 하다. 한편 5월은 성소수자에게도 의미 있는 달이다.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제외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그보다 앞서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동성애를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서 삭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동성애가 그 자체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미국정신의학회는 고용, 주택, 공공장소, 자격증 등에서 동성애자에 대해 행해지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차별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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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재난참사 피해자의 존엄 회복을 위해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는 요즘이지만 매년 4월16일이 오면 어느덧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나를 느끼곤 한다. 누구도 잊지 못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의 시간이 흘렀다. 9년의 시간 동안 누구나 안전하게 살고 일하며 만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가족과 피해자, 시민들은 계속해서 ‘기억, 약속, 책임’을 이야기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라는 또 다른 재난참사의 고통을 마주하고 있다. 한편 개인적으론 2015년 4월16일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추모제에 참여했다.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광화문 분향소로 이동했으나 그때 마주한 것은 경찰의 펜스와 차벽이었다. 경찰의 벽을 뚫고 어찌어찌 광화문에 왔으나, 그 후 모든 출입구가 막혀 광화문광장에서 수시간 갇혀 있어야 했다. 그렇게 이른바 ‘불법집회’를 막겠다는 경찰의 조치에 진실을 요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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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왜 그곳에서 집회를 하면 안 되는가 2020년 경찰이 심야 주거지역에서의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고하였다. 당시 제시한 야간 소음기준은 55㏈로 일상대화보다도 낮은 음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사실상 우회적으로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함께 활동하는 단체에서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관련된 외국의 사례나 기본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해갔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 나온 질문들은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었다. 특히 한 위원은 반복적으로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왜 굳이 밤중에 집회를 해야 하는가. 위 질문에 굳이 답을 해보자면 밤에 집회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시간대에 특별히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고, 참가자들의 다수가 일과 시간 후에 참여 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이유가 정확한 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 시간, 장소,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권 역시 제한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일률적으로 제한을 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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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학생인권조례, 폐지 아닌 확대돼야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6곳에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하나이며, 최초로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법령이기도 하다. 2017년에는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그런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현재 폐지 또는 개악될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 조례 청구를 수리했다. 지난해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이 낸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서울시의회는 수리일부터 30일 이내에 주민청구 조례안, 즉 조례 폐지안을 발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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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동권 보장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지난주 월요일 새벽 재난문자 알림에 잠을 깼다. 강화도 인근 지진을 알리는 문자를 보며 강화에 사는 친구가 생각났다. 다행히 함께 있는 단체채팅방에서 괜찮다는 글이 올라왔고, 안심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난문자에 익숙해진 지 오래이다. 확산 초기에는 감염인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알리는 등 감염병 예방과 무관한 정보들이 마구 오는 것에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행정안전부에서는 2021년 4월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을 마련하여 발송 근거와 체계를 정비하였다. 그럼에도 시시때때로 울리는 알람을 볼 때면 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지침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내서는 안 되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 바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재난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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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문제의 교육과정, 재검토가 맞다 지난 14일 국가교육위원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했다.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항의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통과시킨 교육과정의 내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성소수자, 성평등, 성·생식 건강과 권리는 성 건강 및 권리로 수정됐다. 심지어 완전한 성인을 뜻하는 ‘전성(全性)적 존재’라는 용어는 “성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항의를 받아 삭제되었다. 9월26일, ‘2022 교육과정, 성평등으로 나아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공청회에서 예상되는 성소수자, 성평등을 지우려는 혐오 앞에 흔들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공청회 때 온갖 혐오발언이 나오고 폭력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지만, 다행히 교육과정 연구진은 기존 시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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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두 재판, 한 마음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 내가 종교기관을 상대로 한두 건의 재판을 대리한 것은 아직 좀 어색한 일이다. 한 사건은 2019년 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절차에 회부된 교회재판이다. 목사로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것이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서 징계사유로 규정한 ‘동성애 찬성·동조’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소 이유였다. 3년간의 긴 재판을 거쳐 지난 10월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징계를 내렸다. 다른 한 사건은 2018년 5월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학교 측은 학칙을 무리하게 적용해 학생들을 징계했고, 징계무효확인판결도 내려졌지만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손해배상 소송까지 한 끝에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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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형벌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 다음달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과 제25조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수많은 감염병 중에서도 유독 HIV/AIDS의 경우에만 존재하는 이 처벌 조항을 보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를 통해 시민들은 이전에 비해 감염병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었다. 이제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는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필요한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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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2022 교육과정, 성평등으로 나아가라 지난 19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 7860건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8월30일 교육과정 시안을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하여 2주간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다. 이 중 도덕(1078건)과 보건(619건)에 많은 의견이 달렸는데, 그 주요 내용은 대부분 성평등, 젠더, 성소수자와 관련한 의견이었다. 공개된 시안들을 살펴보면 아주 특별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는 않다. 가령 고등학교 보건 과목은 다양한 성 개념과 섹슈얼리티 담론,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지식·이해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도덕 과목은 평가의 방향으로 ‘특정 집단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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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사람 중심의 방역이 필요하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가 418명을 기록했던 지난 11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이 주최한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 상황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다. 지난 4월, 거리 두기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고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면서 유행이 종식될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확진자가 매일 10만명이 넘고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고통이 큰 사람들이 위중증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유가족일 것이다. 이에 시민인권단체들은 7일 격리 해제 후 강제 전원조치, 개인에게 가해지는 치료비 부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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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타투, 범죄화가 답이 아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이 아니고는 타투시술(문신시술)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처벌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동일한 결론이다. 4개월의 간격을 두고 이어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여전히 국내의 수많은 타투이스트는 범죄화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은 1992년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서이다. 당시 대법원은 타투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며, “문신시술 행위가 의사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써 시행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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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차별 없는 광장을 열어라 지난 5월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낸 서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해 열린광장시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2019년 서울시 인권위원회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또다시 발생한 수리 지연이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위원회는 신체 과다 노출과 유해 음란물 판매를 하지 않는 ‘조건부’로 광장 사용을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어찌되었든 광장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문제없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서울광장은 ‘허가제’로 운영되던 것을 주민들의 힘으로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신고제’로 바꾸어낸 곳이다. 그럼에도 특정 집회의 내용을 판단해 광장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무엇보다 퀴어문화축제에 노출과 음란의 꼬리표가 붙으며 성소수자 혐오가 확산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원회의 결정은 광장 사용에 있어 차별을 금지한 헌법과 법령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