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에서 동성애를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시에 성명을 통해 “동성애가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동성애자에 대해 행해지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차별에 개탄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1990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제10판에서 역시 동성애를 정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그 어떠한 정신의학 진단 기준에서도 동성애는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다른 모든 학문도 그러하지만 의학 역시 학계의 공식적 입장은 수많은 관찰, 실험, 검증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나아가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만이 아닌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제에서의 축적된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때때로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2001년 동성애자를 치료할 수 있다며 학술지에 기고를 했던 로버트 L 스피처 박사가 2013년 자신의 연구방법이 잘못되었다면서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한 사례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이미 이렇게 학문적으로 끝난 논쟁이 최근 교회재판에서 재현되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축복하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출교 처분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에 대한 총회재판이다. 지난 2월19일 이루어진 2차 재판기일에서 피고인 이동환 목사 측 증인으로 나온 김승섭 교수는 위와 같은 동성애에 대한 현재 의학계의 공통된 입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동성애는 질병도 아니고 강제로 이성애로 바꿀 수도 없기에 동성애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마땅한 태도임을 말하였다.

이에 대해 이동환 목사에 대한 고발인 측 증인으로 나온 민성길 명예교수 역시 동성애가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민 교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진단기준 등 의학계의 공식적 입장이 동성애 단체 및 인권단체들의 압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973년부터 50년 넘게 학계를 압박하여 반대 논의를 막을 수 있는 힘이 동성애자들에게 있었다면 지금의 차별과 혐오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정신의학 교과서까지 저술한 이로서 민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학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렇게 무리한 주장까지 해야 할 만큼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감리회 재판을 통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학적 사실 앞에서 교회는 뭘 해야 하는가. 동성애를 잘못된 것으로 여기고 존재를 부정하며 고통을 안겨준 역사 앞에, 환대와 사랑을 실천해 온 그리스도인이자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목회자는 성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했어야 하는가. 이번 재판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답을 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교회재판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것이 1633년 교황청의 갈릴레이 갈릴레오에 대한 재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해당 재판은 지동설이라는 과학에 대한 종교의 탄압으로 단순히 이야기될 것은 아니다. 당시 교회 지도부 내에서도 갈릴레이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았고, 갈릴레이가 징계를 받은 이유 역시 이단이 아니라 지시에 대한 불복종이었다.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고 교회만의 독자적 논리를 주장하며 개인을 단죄하는 것은 400여년 전에도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한편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346년 만에 갈릴레이 재판에 대해 사과한 것은 한 공동체 내에서의 잘못된 판단이 사후 얼마나 뒤집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부디 감리회가 그러한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동환 목사에 대한 선고는 4일 오전 11시 이루어진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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