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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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예의를 지켜야 할 자는 누구인가 내일 31일을 끝으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마무리된다.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 못지않게 열심히 움직였던 이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지유세를 하는 현장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친 여러 활동가들이다. 그다지 특별한 행동은 없었다. 피켓, 현수막을 들고 차별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또다시 지방선거를 이유로 법 제정을 미뤄서는 안 됨을 이야기했다. 예의를 지켜라. 후보와 의원들이 우리의 행동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가운데, 현장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다. 무엇이 예의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예의의 뜻에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시민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세 차례 발의한 다수당 의원들을 향해 제정을 요구하는 것과, 국회의원으로서의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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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오래된 혐오, 이젠 바로잡아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대법원도 ‘동성애는 부도덕하다’고 확인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헌법과 법률은 결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법인설립을 불허하면서 성소수자 인권보장이 헌법에 반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이 역시 얼토당토않은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바로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대한 2008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해당 판결은 병사의 성기를 때리고 양 젖꼭지를 중대장이 비튼 군형법 추행죄로 기소된 사건이다. 명백한 강제추행 사건이었음에도 대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군형법 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은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비정상적 성적 만족 행위인데, 위 중대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했으므로 그러한 비정상적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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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 지난 1일 정부는 이르면 18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수칙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이 엔데믹으로 이행하는 첫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언제면 끝이 날까. 지난 2년간 가족, 지인들과 만나면 항상 주고받던 말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생명의 위험과 방역조치로 인한 여러 제약들이 끝나는 것은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발표와 관련 정책들을 보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지점이 있다. 바로 지금도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지만 일상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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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성별 표시 지우면 안 될까요 얼마 전 일이다. 아침부터 콧물이 나더니 저녁 무렵에는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서둘러 근처 선별진료소를 찾아갔고 신속항원검사 창구로 안내받았다. 검사신청서에 이름,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 내려가던 중 성별란에서 펜이 멈췄다. 짧게 고민했으나 빨리 검사받는 것이 중요하니 그냥 법적 성별인 ‘남’에 체크했다.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을 건네자 예상했지만 익숙한 반응이 다가왔다. 신청서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내 얼굴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신분증을 확인. 성별정정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며 수없이 겪었던 일이기에 나의 대응도 정해져 있다.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있기. 본인인지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할 준비하기. 다행이라 해야 할지 신원을 재차 확인받는 일은 없었다. 검사 후 받은 음성확인서에는 역시 성별 ‘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선별검사소를 떠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성별에 따라 검사방식이 다른 것도 아닌데 왜 성별을 검사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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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청년 성소수자 요구에 귀 기울여야 지난 3일 국회에서는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에서 실시한 ‘2021 청년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토론회가 진행됐다. 19~34세의 청년 성소수자 3911명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결혼에 관한 욕구이다. 성소수자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1위로 꼽은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60.3%)’이고, 그다음이 ‘동성커플에 대한 법적 결혼 인정(42.5%)’이었다. 특히 레즈비언 응답자의 경우는 법적 결혼 인정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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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성소수자의 삶 온전히 존중되길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음 해로 미룬 그날 저녁,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2021 송년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무지개빛으로 국회 앞을 수놓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2021년은 나를 비롯한 성소수자에게 어떤 해였는가, 그리고 2022년은 어떤 해이길 바라는가. 몇 년 전 생애사 인터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트랜스젠더와 그 주변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획이었다. 그런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내가 이야기한 내용들이 소위 ‘전형적인 트랜스젠더의 경험’과 너무 동떨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기서 전형적이라 함은 어릴 때부터 줄곧 성별정체성으로 괴로워했고 주변으로부터도 소외를 겪었으며, 외모 등을 성별정체성에 맞게 전환한 후에 비로소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로 인해 고통을 받는 그런 삶의 경험을 말한다. 이는 트랜스젠더를 다룬 여러 매체들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서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1인에 불과한 나의 이야기가 혹시 누군가에게는 혼란을 줄까 하여 이대로 인터뷰가 나가도 괜찮을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인터뷰어의 답은 이러했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다른 트랜스젠더가 다 같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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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국법과 정치만이 알지 못하는 것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주최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평등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토론회의 취지가 무색하게 반대측 토론자들은 여러 차례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를 정당화해온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토론회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한편으로 익숙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조장해 에이즈(AIDS)가 전파된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치과의사라는 의학적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라는 사실에 더욱 한숨이 나왔다. AIDS 환자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981년이다. 그 후 40년이 지나는 동안 이와 관련한 의학적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1986년 AIDS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발견되었고, 1995년부터는 표준치료로 확립된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의 개발과 보급으로 인해 HIV/AIDS로 인한 사망률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HIV는 하루에 1알의 약만 먹으면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지 오래이며, 최근의 연구는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이 비감염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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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열린 공간으로서의 국회를 꿈꾼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호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여기에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포함된다. 이 중 집회의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집회는 시민들이 모이고 말하는 자리이며, 따라서 그 말을 들어줄 대상이 있는 곳에서 이루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는 2003년 이렇게 판결하였다.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회의사당은 집회의 장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유는 제각각이라도 시민들의 항의 대상으로서 국회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십년간 국회는 집회가 가능한 공간이 아니었다. 1962년 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국회의사당 200m 이내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1989년 100m로 범위가 축소되었지만 절대적 금지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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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더 나아가야 할 ‘성별정체성 논의’ “아들이야, 딸이야?” “몰라, 아직 그 애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미국의 성소수자 운동가 케이트 본스타인의 <젠더무법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 말처럼 신생아는 자신의 성별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없고, 그래서 진정한 성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신분체계에 편입되기 위해 어떻게든 성별은 정해져야 한다. 그 결과 태어난 아이의 성별은 주로 외부 성기를 기준으로 판정되고 그에 따라 출생신고가 되며, 그렇게 하여 우리가 매일 신분증을 통해 확인하는 법적 성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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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평등 여정’에 동참 안 하실래요 21대 국회에 4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내용이 있다. 증명책임의 배분이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가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비해 차별 관련 소송에서는 원고는 성별 등을 이유로 불이익한 대우가 있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고, 이러한 대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은 피고가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증명책임의 배분을 두고 주장만 하면 차별이 인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별 등을 이유로 불이익한 대우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차별의 가해자부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른 이유를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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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집회 금지가 만능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8월6일자로 수도권 4단계, 전국 3단계의 거리 두기 조치도 연장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수도권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을 때도 그러하지만 지금의 거리 두기 단계하에서 집회는 1인 시위를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집회를 2인 이상의 목적을 가진 모임이라고 정의한 것을 고려하면, 수도권 내의 집회는 사실상 전면 금지된 것이다.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방역을 위해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는 일은 일정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집회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집회는 정부의 거리 두기 조치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으며 사실상 집회 자체가 금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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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트랜스젠더 선수’ 논의의 장 필요 도쿄 올림픽은 역사상 최초로 개최가 연기되었고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올림픽이다. 나아가 또 하나의 최초가 존재한다. 바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라는 점이다. 지난 6월 국제랭킹 7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뉴질랜드의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가 그러하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 스포츠 선수가 있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경기 참여가 스포츠의 가치인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비트랜스젠더 여성에 비해 운동능력에서 명백히 이점을 보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