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웅
편의점 및 IT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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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몸 누일 곳 없는 불안 주거불안이야말로 저출생, 노인 빈곤, 청년 자살과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제로, 안정적인 주거제도 없이는 미래를 설계하고 삶을 확장해 나가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폭등한 주택 가격 때문에 주거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각종 대출상품과 국가지원 제도 등이 너무 복잡해서 집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주택 매수의 경우 대출비율과 금리, 주택가격, 투기과열지구, 국가 지원 제도 등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지레 겁이 날 정도다. 매수와 달리 전세는 이제 막 사회생활과 가정을 꾸려나가는 이들에게 주거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제도였다. 그러나 갈수록 고도화된 사기수법, 높아진 전세대금, 복잡한 대출제도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전세를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심지어 전세를 구하는 이들의 전세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평생을 바친 중요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을 악용하여 이익을 편취하는 사태가 늘고 있으며, 전세보증보험과 같은 대책으로는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전세 관련 범죄 피해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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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참기름과 참깨 고소한 참기름을 만드는 것은 긴 수고를 필요로 한다. 참깨를 파종하고, 정성 들여 농사를 짓는다. 피땀 어린 시간이 지나고 수확한 참깨를 잘 말려야 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고루 잘 마를 수 있게 이리저리 돌리고 뒤집어줘야 한다. 중간에 습기가 차거나 비라도 맞으면 금세 썩으니 신경 쓸 일이 많다. 잘 마른 참깨를 수확할 때에도 며칠에 걸쳐 몇 번을 털어낸다. 한 번에 참깨가 잘 쏟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참깨를 솥에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도록 볶아가며 불순물을 걷어내고 기름기를 올라오게 만든다. 볶은 참깨를 착유기에 넣고 꽉 짜내면 한 솥의 참깨에서 고작 작은 병 하나를 채우는 기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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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시민의 신뢰 좀먹는 정치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콘텐츠인 만큼 한국에서도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필자는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뜨끔거렸다. 때로는 순진하고 때로는 비겁한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면서도,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을 그린 드라마 안에서 그들이 어렵게 선택하는 것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들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거 저신뢰사회라 표현한 한국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신뢰가 높은 사회라고 평했다. 혹자는 한국의 신뢰는 사적 신뢰와 공적 신뢰로 나눠지며 사적 신뢰는 높고 공적 신뢰는 낮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의 공통점은 한국사회의 시민들이 기본적인 도덕, 예의, 법규, 제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규범을 적극적으로 지키려 하는 편이라는 부분에 집중한다. 개인의 자유보다 사회 규범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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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혁신에 상생을 더하라 최근 IT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주춤하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 산업의 부작용이 새로 조명되며 독과점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과거와는 달리 플랫폼 서비스의 공격적 확장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당에서는 대형 플랫폼 서비스 그룹의 골목시장 침해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천명했다. IT 플랫폼 기업의 혁신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이자 차세대 먹거리, 혁신으로 조명된 플랫폼기업들은 이제까지 끊임없이 달려왔다. 그 덕분에 국내에는 굴지의 IT 기업들과 유니콘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혁신의 부작용이 사소하게 다뤄져 왔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결제, 금융, 증권, 보험을 한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일이다. 이렇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위험성이 있는 상황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무마하거나,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에서 과도한 가이드라인과 높은 수수료율을 통해 소상공인이나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는 현상은 이미 사회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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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쓰레기봉투를 묶으며 프로그래밍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기법 중 하나로 객체지향이라는 것이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요구사항을 추상화하여 작은 부품들을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이다. 작은 부품들은 객체라고 부르며, 객체들은 각각의 내부적인 복잡성을 은닉하고 사용자에게는 단순명료한 사용법을 제시하여 간결하고 편리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바퀴나 핸들, 엔진, 차의 프레임 등은 모두 객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엔진이 어떤 에너지와 원리로 작동하는지, 기어, 바퀴, 핸들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몰라도 된다. 그저 면허를 딸 정도의 활용법만 알면 운전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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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꾸준함의 가치 소셜믹스라는 말을 아는가? 계층이 다른 사람들끼리 섞이는 것을 뜻한다. 부유한 사람들과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 주거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코웃음이 났다. 한쪽은 언제든 필요하면 호텔 VIP라운지로, 하와이의 해변가로 놀러갈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은 아무리 거지같아도 주거지원 정책에 목을 매달고 살아야 한다. 이들이 서로의 생활상 속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까. 부유한 자와 빈곤한 자의 삶은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극과 극에 있다. 그러나 부유한 이가 빈곤한 이를 이해하는 것과, 빈곤한 이가 부유한 이를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부유한 이의 이해는 유희에 가까운 것으로, 가난은 다 이유가 있다며 스스로의 부를 정당화하는 도구와 우월감을 느낄 재료로나 안 쓰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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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안전한 일터를 위해 인생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라면, 노동은 배의 노를 젓는 일일 것이다. 망망대해의 풍랑에 흔들리고 부딪힐지언정 우리는 각자의 노를 저으며 있는 힘껏 삶의 조타수로 살아간다. 때로는 틀어진 방향에 배의 키를 꺾기도 하고, 느려진 속도에 몸이 으깨져라 노를 젓기도 하지만 그렇게 파도를 헤쳐 나가는 과정 덕에 삶은 한층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성인이 되어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대부분 일터일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이란 이렇게 노동과 삶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애써 찬미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 만큼 오랜 시간을 노동에 파묻혀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의 숙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각자의 노동으로 채우며 살아남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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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노동의 가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지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 사람들이 근면하게 일하는 사회가 더 부유하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주장이야말로 국부론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사회 발전을 이끈 것은 근면·성실하게 일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피땀이라 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더 나은 삶을 일구고, 나아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시대정신처럼 이어졌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1890년대,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위해 유럽에 떠돌던 유령의 이름이 공산주의였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 떠도는 노동자의 해방을 위한 유령은 재테크라는 이름이 아닐까. 투자하세요,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입니다! 부동산, 주식, 심지어 가상통화까지! 일해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노동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묘한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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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거리를 위협하는 킥보드 얼마 전, 배달오토바이가 크게 늘어나며 도로 여기저기서 운전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급히 배달해야 하는 오토바이들이 차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사고의 위험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도에서는 오토바이가 차 사이를 마구 지나다니는 것이 문제라면, 보행자들에게는 전동 킥보드가 인도의 사람들 사이를 쌩쌩 지나다니는 것이 문제다. 초등학교 시절, 몇날 며칠을 떼를 써 킥보드를 샀다. 발로 쭉쭉 밀면서 씽씽 거리를 쏘다니던 즐거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마냥 좋다는 생각만 했다. “근데 나는 저게 뒤에서 옆으로 쌩 하고 지나갈 때면 좀 무서워.” 어느 날, 거리에서 친구가 멀어져 가는 전동 킥보드를 보며 이야기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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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통제·처벌만으론 학교폭력 못 끊는다 학생들의 세계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란 일종의 실패이자, 견뎌야 할 굴레처럼 여겨진다.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당할 만하니까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도 느낀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고,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의 대상이 아니길 바라는 희망은 피해 학생이 더욱 오랫동안 고통을 받게 만든다. 특히 학생들의 폭력은 외부 사회와 단절된 채 일어나 폭력의 정도가 심해져도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피해 학생은 점점 가혹한 상황을 겪게 된다. 고2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매를 드는 것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분이었다. 당시 한 친구가 약간의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선생님은 가해 학생을 불러내 한 시간 내내 체벌을 했다. 보는 이가 무서울 만큼의 폭력으로 다스린 그 교실에서, 학교폭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중3 때의 선생님은 학교폭력을 아이들의 실수라고 여기는 편이었다. 혼을 내고 타일렀으며 때때로 체벌도 했으나 어떻게든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 가해 학생들은 선생님의 기대보다 영악했고, 그들은 장난이라는 거짓 뒤에 숨어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혔다. 학기 초에는 장난인지 폭력인지 애매했던 것들이, 학년이 끝날 때쯤에는 명백하게 폭력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나 역시 교실 뒤편에서 몇 번 두들겨 맞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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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책임지는 정치를 보여달라 초등학교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금 모으기 운동을 하러 주택은행에 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신 금 모으기 운동으로 화제였고, 나는 국가를 위해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다. 그러나 IMF를 극복하기 위해 통과된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 활성화와 같은 일들은 국난 극복을 위해 금 모으던 많은 시민들을 배신했다. IMF는 끝났으나 사라진 일자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나는 금 모으기 운동의 패물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군인은 군인대로, 공익은 공익대로 사회에서 편리하게 쓰였다. 값싸고 젊은 인력들은 제대로 된 대우도 없이 사회에서 기피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고는 했다. 현역 군인들은 재해만 일어나면 수시로 동원되는 자원이었으며, 공익들은 현역 근무에 부적합한 신체적·정신적 조건을 가졌음에도 정신병원, 하수처리장, 지하철, 구급대, 복지원, 지자체, 학교 등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웠다. 의무라는 이름으로 공짜나 다름없이 2년여를 희생하는 일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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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개발자로 살아남는다는 건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에서 개발자가 되는 방법을 묻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아무래도 비대면 사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다보니 위기감을 느껴 커리어 전환이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는 듯하다. 비전공자로 이쪽 업계에 들어온 입장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도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IT 업계는 여러 분야에서 계속 산업이 성장하며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이다. 도전은 쉽지만, 개발자로 살아남는 일은 어렵다. 처음 이 업계에 들어올 때 관계자들이 묻는 것 중 하나는 개발이 좋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질문이 싫었다. 일을 어떻게 좋아만 할 수 있는가. 돈을 번다는 책임감이 더 큰 것 아닌가. 그러나 지금은 납득이 간다. 좋아하지 않으면 꾸준히 노력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개발자로서 돈을 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개발을 잘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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