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위협하는 킥보드

박진웅 편의점 및 IT 노동자

얼마 전, 배달오토바이가 크게 늘어나며 도로 여기저기서 운전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급히 배달해야 하는 오토바이들이 차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사고의 위험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도에서는 오토바이가 차 사이를 마구 지나다니는 것이 문제라면, 보행자들에게는 전동 킥보드가 인도의 사람들 사이를 쌩쌩 지나다니는 것이 문제다.

박진웅 편의점 및 IT 노동자

박진웅 편의점 및 IT 노동자

초등학교 시절, 몇날 며칠을 떼를 써 킥보드를 샀다. 발로 쭉쭉 밀면서 씽씽 거리를 쏘다니던 즐거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마냥 좋다는 생각만 했다. “근데 나는 저게 뒤에서 옆으로 쌩 하고 지나갈 때면 좀 무서워.” 어느 날, 거리에서 친구가 멀어져 가는 전동 킥보드를 보며 이야기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한 청년의 입장에서야, 인도에서든 도로에서든 달려드는 전동 킥보드를 피하는 일은 별일 아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비하면 부피도 작으니까. 그러나 거리에는 건강한 청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발력과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장년층이나 보행이 불편한 사람, 시각이 불편한 사람, 혹은 어린아이들까지도 모두 거리를 걷는다. 전동 킥보드가 이들 모두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흔히 보는 것과는 달리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것은 불법이다. 심지어 헬멧을 꼭 써야 하고, 일정 속도 이상의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다. 즉 전동 킥보드는 이미 현행법에 의해 인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탈것인 셈이다. 그러나 많은 젊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다. 당연히 헬멧 따윈 없다. 당장 이 글을 쓰는 오늘만도 몇 명을 봤는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현행법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한다. 특히 이런 간소화된 이동수단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뤄낸 새로운 산업이며, 조심해서 사용한다면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준다는 주장도 꽤 많다. 규제가 산업을 죽인다는 전동 킥보드 업계의 볼멘소리도 커서, 작년 초여름에는 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전동 킥보드가 안전한 탈것일까? 전동 킥보드 사고는 무척 빈번히 일어난다. 한번은 어떤 아이를 킥보드로 치고도 뺑소니를 쳐 크게 문제가 됐다. 차라는 인식이 없어서 사람을 치고도 뺑소니처럼 가해자가 자리를 떠나버린 것이다. 게다가, 전동 킥보드의 대부분이 자기 소유보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유해서 사용하다 보니 길거리 여기저기 널브러진 킥보드가 보행자들에게 위험한 장애물이 될 때도 있다. 그제는 지하철역 근처에서 널브러진 킥보드에 걸려 한 할머니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 상처를 여러 바늘 꿰매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는 기사가 났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조차 사고로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너무 많은 것을 보면, 전동 킥보드는 사용자와 행인 모두에게 위협적인 탈것인 셈이다.

새로운 산업의 확대로 이익을 얻을 자유, 기술의 발달을 누릴 자유, 나의 편리를 추구할 자유는 무척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함과 욕심에 속아 기본적인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거리를 걷는 이들에게 전동 킥보드는 큰 위협이다. 보행자들에게 안전은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 전동 킥보드 업계와 사용자들은 이 새로운 탈것이 그저 멋지고 편리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위험한 물건임을 인지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규제는 최소한의 책임이며, 안전을 위한 사용자의 주의는 최소한의 의무이다. 책임과 의무 없이는 자유도 없다. 더 이상 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전동 킥보드의 사용이 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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