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상생을 더하라

박진웅 IT 노동자

최근 IT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주춤하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 산업의 부작용이 새로 조명되며 독과점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과거와는 달리 플랫폼 서비스의 공격적 확장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당에서는 대형 플랫폼 서비스 그룹의 골목시장 침해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천명했다. IT 플랫폼 기업의 혁신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진웅 IT 노동자

박진웅 IT 노동자

4차 산업혁명의 선두이자 차세대 먹거리, 혁신으로 조명된 플랫폼기업들은 이제까지 끊임없이 달려왔다. 그 덕분에 국내에는 굴지의 IT 기업들과 유니콘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혁신의 부작용이 사소하게 다뤄져 왔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결제, 금융, 증권, 보험을 한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일이다. 이렇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위험성이 있는 상황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무마하거나,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에서 과도한 가이드라인과 높은 수수료율을 통해 소상공인이나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는 현상은 이미 사회적 문제다.

플랫폼 서비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중개하는 것은 분명한 혁신이다. 배달 플랫폼의 경우 초기에는 요식업자들의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서비스라는 비판을 받곤 했다. 그러나 배달 앱 없이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기존 전화배달로는 달성할 수 없던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이나 판매이력에 대한 간편한 관리, 매장 운영에 대한 데이터 제공과 같은 부분들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수수료 정책과 가맹 정책이 실현된다는 전제하에 배달 서비스 플랫폼은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이 윈·윈 체계를 달성해 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내포한다. 사람들은 IT 서비스가 당연하게 안정적으로 서비스되는 것을 기대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분 단위로 수만, 수십만의 사용자 요청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저장된 수억, 수십억의 데이터를 초 단위로 빠르게 제공하는 일은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은 한 번 개발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비즈니스 요구사항은 끊임없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장비의 결함이나 자연재해에 의한 장애, 사람의 실수에 따른 보수작업도 늘 발생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품질을 유지해도 시장 장악력을 잃으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산업 특성상 안정적이고 좋은 품질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위험 부담이 상당히 큰 셈이다.

따라서 세간의 인식처럼 플랫폼 서비스가 한 번 만들어 둔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부당이익을 취득한다는 시선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그러나 플랫폼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비효율을 줄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할 때 존재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도 혁신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서비스들은 다수의 사용자를 무기로 소상공인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강제하거나,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관리를 위해 서비스 제공자의 자유를 과하게 간섭하는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독과점이 만드는 폐해를 답습한다면 시민들은 금세 등을 돌릴 것이다.

플랫폼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보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강한 지위에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상생의 가치다. 상생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길이기에 혁신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플랫폼기업들은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에 과감히 도전할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생과 혁신의 공존을 이루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화려하게 박수받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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