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원
젠더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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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된장녀와 탱크데이 스타벅스라는 상표가 의미하는 바가 20년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커피전문점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던 2000년대 초반, 녹색 스타벅스 커피컵은 이른바 ‘된장녀’의 상징이었다.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두고 굳이 커피전문점까지 가서 밥값을 훌쩍 넘는 비싼 커피를 마시다니 저 사치스러운 된장녀를 우리 사회가 응징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소비 주체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기,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남성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는 젊은 여성에 대한 젠더 불안감의 집단적 표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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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한 정주행 ‘21세기 대군부인’ 세계관 속 ‘신분제’와 함께 남은 것 [플랫] 입헌군주제와 신분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설정의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첫 회. 주인공 성희주가 대표로 있는 회사 캐슬뷰티의 임원회의 장면에 앉아있는 임원은 압도적 다수가 남성이다. 발언을 하는 주요 인물들은 전원 남성. 대군의 혼례를 논하는 자리에 참여한 왕실 인사들도 전원 남성. 30대 남성인 현직 국무총리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은 3대째 총리’라는 점에서 유추해 보면 아직까지 여성 총리도 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현실의 대한민국보다 처참하고 유리천장도 단단해 보인다. -
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야근하는 선생님을 지켜보며 7세인 아이는 집 근처 사립유치원에 다닌다. 지난해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키면서 드디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공교육 체계에 학부모로서 진입했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하곤 했는데, 양육 당사자로서 겪는 교육은 기자로서 취재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정책 기사로 쓰기만 했던 모순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매주 두세 번은 오후 7시30분쯤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알람이 울린다. 주간교육계획안이나 부모교육자료 같은 공지일 때도 있고, 그날의 활동 사진일 때도 있다. 오전 8시쯤 출근하는 담임선생님이 그 시간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늦은 시간 아이를 하원시킨 뒤 다음날 출근길에 다시 등원시키는 길에 유치원 입구 장식이 계절과 행사에 맞게 바뀌어 있는 걸 목격할 때도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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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님 용기 기억할게요”…‘미투’ 여성 죽음에 줄잇는 애도 주말 부고 알려지며 기억 재소환“성폭력 피해자들에 희망 안겨줘”“짧지만 뜨거웠던 삶 잊지 않겠다”빈소도 여성 추모객 발길 이어져 2016년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당시 시인 박진성씨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했던 김현진씨의 부고가 알려지면서 추모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김씨를 추모하는 이들은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인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
가해자와 맞서고, 피해자와 연대했던… 98년생 김현진씨 세상 떠나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단죄와 연대에 앞장섰던 김현진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고인의 변호를 맡았던 이은의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았지만 빛나고 뜨거웠던 98년생 김현진님의 작별을 전한다”며 김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김현진씨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이자 자신의 재판 승소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던 2016년, 박진성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익명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박씨는 김씨가 돈을 노리고 ‘허위 미투’를 하는 것이라고 몰아갔고, 김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반복해서 공개하기도 했다. ‘98년생 김현진’이라는 호칭은 박씨가 온라인상에서 그를 무고범으로 몰아붙이고 언론과 누리꾼들이 2차 가해에 동조할 때 붙인 것이기도 하다. -
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통제하라 비상용 스마트워치. 살인 같은 강력범죄 신고자,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의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위치확인 장치다. 긴급호출 버튼을 누르면 경찰과 연결되고, 경찰이 실시간으로 대상자 위치를 확인해 출동한다. 스마트워치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핵심 축이다.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중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112시스템 등록, 맞춤형 순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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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시간 ‘친밀한 살인자’에게 죽는 여자들,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밤길이 뭐가 무섭다는 거냐. 한국 밤길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 여성살해와 여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반론입니다. 하지만 사실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은 밤길이 아니라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이나 애인과의 내밀한 공간입니다. 202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애인 등 파트너에게서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 통제 피해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 성인 여성 비율은 19.2%로, 5명 중 1명꼴이라고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3·8 여성의 날 발표하는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137명에 달하죠. -
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바뀐 것과 그대로인 것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11년 발표한 ‘본 디스 웨이’에서 성소수자와 소수인종을 호명하며 “나는 내 방식대로 아름다워, 신은 실수하지 않으니까.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라고 노래했다. 이듬해 그는 월드투어 첫 공연을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었는데, 일부 개신교 단체가 이 공연에 반발했다. ‘하나님이 동성애자를 창조했다’는 가사가 성경 가르침과 다르고,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기독교의 동성애 치유 노력’을 좌절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공연장 앞에서는 기도회와 집회가 열렸다. 이 공연은 결국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이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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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F 여성에게 쏠린 재생산의 책임과 돌봄 공백, ‘플랫폼의 이윤’이 됐다 늦은 밤 퇴근했더니 아이가 갑자기 내일 학교에 챙겨가야 할 준비물이 있다고 말한다. 동네 상권이 붕괴되고 소규모 자영업자가 사라지며 동네 문구점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대형마트는 운전해서 가야 한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을 결제한 뒤 새벽배송을 받는 것이다. 이처럼 가사노동과 돌봄, 재생산노동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많은 시간을 쿠팡은 획기적으로 감축시켰다. 그렇다면 준비물을 해결할 수 있으니 아무 문제는 없는 걸까. -
다시, 차별금지법 혐오의 시대 ‘차별 기준’ 될 차별금지법…더 험난해진 입법 논의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로 19년간 발의와 폐기·철회만을 반복해온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입법예고 종료를 앞두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와 논의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교섭단체 진보정당들을 위주로 발의안이 나왔고 반발도 이전보다 거세다. 혐오 관련 입법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별의 기준’을 잡는 역할을 할 차별금지법이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컨트롤+F 신상 털고 ‘이상한 사람’ 만들기… 반복되는 언론의 2차 가해 [플랫]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와 전 연구원 A씨 사이 스토킹·강제추행 등에 대한 사실관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선정적 속보경쟁이 이어지면서 A씨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등 언론 보도가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8일 A씨를 대리하는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혜석)가 낸 입장문을 보면, 최근 MBC <실화탐사대>와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모자이크된 A씨의 사진을 보도하면서 A씨는 출신 학교 커뮤니티에서 신상정보가 특정된 상태다. 이 사진의 원본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태라 보도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실화탐사대>는 여기에 더해 A씨의 출신대학과 학과, 현재 재학중인 대학원까지 공개하면서 사실상 신원을 노출시켰다. 박 변호사는 “A씨가 이 보도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
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AI 시대의 성범죄 일론 머스크의 xAI가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최근 전 세계적 논란을 만들고 있다. 이 기능은 지난달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엑스에 기본으로 탑재됐는데, 엑스에 사진을 올리면서 그록 계정인 @grok을 태그하고 사진을 특정한 형태로 바꿔달라고 적기만 하면 AI로 합성된 이미지가 즉시 멘션으로 날아온다. 얼마 전 산타클로스가 하늘을 날아가는 이미지나 만들어볼까 하고 이 계정 태그를 클릭했다가 경악해서 뒤로가기 버튼을 연타한 일이 있었다. 몇초에 한 장씩 쏟아지는 합성사진의 대부분이 나체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성적인 자세를 한 여성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인물일 것이며, 자신의 사진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편집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시되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