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덕
경향신문 기자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촌과 공동체, 뉴미디어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신기사
-
신간 상식을 뒤집은 농부들 농업 고수 가나이 마키 지음·정영희 옮김·상추쌈·1만6000원 감귤 농가들은 가지치기할 때 하늘로 뻗은 위쪽 가지를 미리 쳐낸다. 위쪽 가지가 만드는 그늘을 없애야 나무 전체에 햇볕이 골고루 들고, 그래야 귤의 당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상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도호 마사노리는 일본 농협 직원으로, 감귤 농가에 가지치기 기술을 가르쳐왔다. 교육 때마다 밭과 나무를 바꾼 탓에 농부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 그가 정석대로 가지치기한 나무는 이듬해 해거리를 하기 일쑤였다. 이를 모르는 농부들은 “역시 도호는 기술이 좋아”라고 칭찬했지만, 그는 자신의 기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 가지치기 방식, 농협이 권장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
신간 기술과 혁신, 그보다 중요한 것 MIT가 MIT가 되기까지 데이비드 카이저 엮음·노태복 옮김·빨간소금·2만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전 세계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모델이다. 이론 지식과 실천적 기술의 결합을 뜻하는 ‘멘스 엣 마누스(Mens et Manus·정신과 손)’를 모토로, 순수과학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에서 1861년 출발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직업학교나 기술전문학교처럼 여겨졌다. -
시설 밖에서 ‘이웃으로 산다’는 것…탈시설은 어떻게 ‘집’이 되는가 뇌병변 장애인 김현수씨(50)의 취미는 캠핑이다. 지난 4월 28일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빌라, 그의 집 거실 벽에는 전국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지도의 길을 따라 전국을 다닌다. 4월 초에는 장애인 친구들과 휠체어가 들어가는 차량을 빌려 2박3일 강원 삼척에 다녀왔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평소에는 그를 돕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매일 2시간씩 동네 산책을 즐긴다. -
신간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이방인의 삶 다음 리카에게 김이향 지음·민음사·1만5000원 ‘자이니치(在日)’라는 단어를 접하면 사람들은 흔히 ‘일본에서 차별받는 동포’,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재일한국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한·일 언론이 주로 부각해온 이미지일 뿐, 자이니치 3세인 저자 긴리카가 말하는 자이니치는 이와 다른 결을 지닌다. 한국 성씨 ‘긴(金)’을 쓰는 그는 어린 시절 일본식 성을 쓰는 친척들을 부러워했고, 귀화를 원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는 “네가 귀화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내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는 국적을 짐처럼 견디면서도 끝내 내려놓지 못했던 자이니치 2세의 복잡한 감정이 스며 있다. -
물린 돈 260억, 회사를 통째로 사기로 했다…‘초록마을’ 구출작전 4월 2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점 ‘초록마을’ 매장. 단골 주모씨(41)가 매장에 진열된 메추리알 장조림을 집어들었다. “어머니, 그거 1팩에 6500원인데, 지금 25% 할인 행사 중이라서, 4850원이에요.” 주씨는 점원 말을 듣고는 2팩을 더 챙겼다. 이날 그는 메추리알 장조림 3팩(1만4550원), 초란 10알(5300원), 찹쌀 핫도그 1팩(9900원), 두부 반모(1800원) 등 총 3만1500원어치를 샀다. 모두 국산 유기농 제품이다. -
물린 돈 260억, 회사를 통째로 사기로 했다…‘초록마을’ 구출작전 [주간경향] 4월 2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점 ‘초록마을’ 매장. 단골 주모씨(41)가 매장에 진열된 메추리알 장조림을 집어들었다. “어머니, 그거 1팩에 6500원인데, 지금 25% 할인 행사 중이라서, 4850원이에요.” 주씨는 점원 말을 듣고는 2팩을 더 챙겼다. 이날 그는 메추리알 장조림 3팩(1만4550원), 초란 10알(5300원), 찹쌀 핫도그 1팩(9900원), 두부 반모(1800원) 등 총 3만1500원어치를 샀다. 모두 국산 유기농 제품이다. -
신간 구별의 과학 넘어 포용의 과학으로 다민족 과학 현재환 지음·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국내 유전학계는 2000년대 초 이중의 과제에 직면했다. 단일민족 신화를 과학적으로 반박해 ‘다문화 정책’의 흐름에 부응하는 동시에 고구려를 중국 소수민족인 만주족의 역사와 연결하려는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와 한국인의 연속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구려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 연구팀은 한국인의 기원이 ‘북방계와 남방계라는 이질적인 두 집단의 혼합’이면서도, ‘오랜 혼혈 과정을 통해 주변 민족과 구별되는 고유한 유전적 특성을 형성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한국인을 규명하는 유전학 연구는 혼합 기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인을 구별 가능한 존재로 인식했고, 이는 생의학 연구와 범죄 수사, 공중보건 정책 등 국가의 핵심 통치 영역에서 과학적 근거로 동원됐다. -
“세금 꼬박꼬박 내는데 투명인간 취급”…중국동포 유권자들이 보는 6·3지방선거 중국 지린성 옌볜 출신으로 2008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지체장애인 김모씨(56).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자리 잡은 지 18년째이지만, 재외동포(F-4) 비자를 갖고 있는 외국인 신분으로 그의 삶은 여전히 행정 체계의 바깥에 놓여 있다. 김씨는 장애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영등포구의 한 구립 사회복지관을 찾았다가 휠체어를 돌려야 했다. 복지관에서 무료 급식을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수인데, 이때 ‘장애인 등록증’과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했다. 한국에 온 지 5년째 되던 2013년, 재외동포와 영주권자(F-5) 등에게도 장애인 등록을 허용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김씨 역시 ‘장애인 등록증’을 받게 됐지만, 문제는 주민등록등본이었다. 중국 국적의 김씨에게 주민등록등본이 있을 리 없다. 김씨는 복지관에 주민등록을 대신하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세금 꼬박꼬박 내는데 투명인간 취급”…중국동포 유권자들이 보는 6·3지방선거 [주간경향] 중국 지린성 옌볜 출신으로 2008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지체장애인 김모씨(56).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자리 잡은 지 18년째이지만, 재외동포(F-4) 비자를 갖고 있는 외국인 신분으로 그의 삶은 여전히 행정 체계의 바깥에 놓여 있다. 김씨는 장애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영등포구의 한 구립 사회복지관을 찾았다가 휠체어를 돌려야 했다. 복지관에서 무료 급식을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수인데, 이때 ‘장애인 등록증’과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했다. 한국에 온 지 5년째 되던 2013년, 재외동포와 영주권자(F-5) 등에게도 장애인 등록을 허용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김씨 역시 ‘장애인 등록증’을 받게 됐지만, 문제는 주민등록등본이었다. 중국 국적의 김씨에게 주민등록등본이 있을 리 없다. 김씨는 복지관에 주민등록을 대신하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취재 후 숨겨진 청구서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해온 장인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기계에 넣는 석유계 용제를 격주로 구입하는데, 전쟁 전인 2월 말 한통(18ℓ)당 4만3000원이던 가격이 3월 중순 4만5000원, 4월 초 6만3000원으로 뛰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 싶어 일주일 만에 또 샀는데, 이번(4월 둘째 주)엔 7만3000원이 됐어. 겁 날 정도네.” 세탁된 옷에 씌우는 비닐도 300장 기준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랐단다. -
신간 우리가 달보다 더 모르는 바닷속 지구의 완전한 지도 로라 트레더웨이 지음·박희원 옮김·눌와·2만2000원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 우주인들이 달 뒷면 비행 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달 전체를 비교적 정밀하게 담은 지도를 갖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0년 1대 500만 축척의 달 통합 지질도를 공개했고, 2024년에는 중국과학원(CAS)도 1대 250만 축척의 달 지질 지도집을 내놓았다. -
“한국은행 꿈 접고 신용불량자 됐다”…취준생 끌어들인 대형 보험대리점의 다단계 착취 보험 판매를 넘어 대출 중개와 불법 대부업까지. 취업준비생인 20대 청년들을 보험설계사로 모집해 다단계식 불법 금융영업에 동원한 보험대리점 조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과 위험은 설계사 개인에게 집중됐고, 퇴사한 뒤에도 선지급된 수수료에 대한 환수 조치로 빚까지 떠안았다. 반면 본사와 대리점은 손실을 피했다. 다수의 대리점을 관리하며 보험설계사들을 늘려 영업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산업의 구조적 빈틈이 만들어낸 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