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덕
경향신문 기자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촌과 공동체, 뉴미디어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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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을 넘어① “마늘은 기계로 못 심어··· 몸 힘드니 다들 시금치로 갈아타” 마늘 대신 시금치 경남 남해는 추수한 논에 월동작물인 마늘을 심는다. 이곳 농민들은 “논에 마늘을 넣다 보니 마늘철이 아닐 때 벼를 재배한다”고 말할 정도로 마늘이 주작물이다. 벼 모판을 만들 때도 다른 지역은 늦가을 수확하는 만생종 벼를 찾는다면, 남해는 이른 가을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벼를 선택한다. 9월 말부터는 마늘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1일 찾은 남해 이동면 난음리 들판에는 마늘과 시금치가 자라고 있었다. 삼동면 봉화리 언덕에 사는 김성(61)·구점숙(55)씨 부부는 집에서 7㎞ 떨어진 이곳 논 1600평(0.53㏊)을 빌려 마늘농사를 짓는다. 집 앞 다랑이(계단식 논) 400평(0.13㏊)에도 마늘을 심었다. 부부는 햇빛 잘 드는 난음리 들판의 소출이 더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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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을 넘어① “농사짓겠다고 남은 젊은 애들이 걱정이야” 쌀과 짱뚱어 전남 신안의 북쪽 섬 ‘지도(智島)’. 뭍인 전남 무안 해제면과 300m도 안 되는 짧은 제방으로 이어진 연륙도다. 예전 지도와 해제 사이엔 갯벌이 있었다. 1980년대 초 목포의 버스회사가 갯벌을 메워 간척지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논이 330만평(1090.90㏊). 여의도 3배가 넘는다. 토박이 이현충씨(68)가 말했다. “어업이라 해봤자 뻘(펄)에 있는 짱뚱어 잡는 거여, 여긴 나락으로 먹고살제.” 이씨와 주민들은 버스회사가 해제로 가는 동쪽 갯벌을 간척할 때 서쪽 갯벌을 메웠다. 논과 언덕에서 파낸 붉은 황토로 질펀한 개흙을 덮었다. 벼를 재배할 수만 있다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척이 용인되던 시절이었다. 이씨는 그렇게 늘어난 800평(0.26㏊)을 더해 총 1만평(3.30㏊) 논에서 벼농사를 지었다. 추수를 끝낸 겨울 논에는 보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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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을 넘어① 농부가 농촌을 떠난다 지난해 가을, 전남 신안 농민들은 수확한 벼를 농협에 40㎏당 4만9000원(벼 3등급)~5만5000원(1등급)에 팔았다. 전국쌀생산자협회가 광주·전남 지역의 콤바인·트랙터·이앙기·거름·제초제·임차 비용 등을 계산한 생산비가 40㎏당 5만2386원. 쌀 팔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대농들은 농사 면적만큼 주는 직불금으로 먹고살고, 소농들은 밭농사를 같이하거나 농사 아닌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확기(10~12월) 전국 산지 벼(1등급) 평균 가격은 40㎏당 6만3510원으로, 전년 대비 6610원 떨어졌다. 이 금액을 백미 기준으로 환산하면 쌀 20㎏ 한 포대에 4만6175원이 나온다. 한 공기(쌀 100g)에 230원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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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회사 지켜주세요”...프랑스 애니 팬들이 난리난 이유? 혹시 ‘삼지’라는 회사 들어보셨어요? 이 애니메이션은 아시죠? 뽀로로를 넘어서 어린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캐치 티니핑’. 이 티니핑을 만든 회사가 바로 삼지 입니다. 지금은 이름을 바꿔서 ‘SAMG 엔터테인먼트’가 됐죠. 이 삼지가 프랑스하고 남미에서 유명합니다. 이들 지역에서 인기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인 ‘레이디버그’의 3D 제작 일부를 이 삼지가 맡아왔거든요. 시즌 1부터 시즌 5까지 참여했던 삼지가, 올해 겨울 공개되는 새로운 시리즈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서 팬들이 난리가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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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알바 고용한 AI...감히 별점도 줬다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때나 로그인 할때 위 그림 보신 적 있죠? 바로 캡차(CAPTCHA) 테스트. 인간이 아닌 봇이 웹사이트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거나, 광고글을 자동으로 게시하거나,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죠. 인간임을 증명해 봇이 들어오는 걸 막는 겁니다. 인공지능 봇인 챗GPT(GPT-4)는 이걸 어떻게 풀까요? 오픈AI 연구팀이 테스트하기 전에 챗GPT에게 힌트 하나를 줬습니다. ‘인간 알바의 도움을 받아서 캡차 테스트를 풀어봐. 여기 체크카드 정보도 줄게. 250달러 들어있어’ 그러자 챗 GPT가 온라인 알바 사이트 ‘태스크래빗’에서 대행 서비스를 하는 알바를 고용합니다. 작업 방식과 비용도 스스로 결정하죠. “20달러 줄테니 캡차 좀 풀어주세요. 제가 스크린샷을 보내드리면 화면에 뭐라고 써있는지 알려주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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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간호사, 셀럽까지 찾는 러닝화... 나이키를 위기에 빠트린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장 차림에 검정색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밑창이 아주 두툼하고 활처럼 휘어진 ‘못생긴 신발’ 호카 스니커즈였죠. 특이하게 생긴 밑창이 지지력과 안정성을 높인다고 하네요. 발 골절 수술에, 발을 헛디뎌 종종 넘어지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할 법한 신발이죠.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인 모건 스탠리의 패션 부문 애널리스트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는 이들의 신발 브랜드를 조사했습니다. 가장 많은 이들이 신은 브랜드는 호카(19%). 그 뒤를 나이키(17%)가 차지했습니다. 못생긴 신발 호카는 어떻게 미국에서 인기있는 신발 브랜드가 됐을까요?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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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카카오 구하기’...실험실 초콜릿이 해법?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카카오)의 가격이 지난 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톤당 1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지금은 톤당 7000~8000 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평년(톤당 2000~3000 달러) 보다 높은 수준이죠. 역대급 엘리뇨로 인한 이상 기후와 병충해로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엔 카카오 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카카오 농사는 낮은 생계 소득, 아동노동, 삼림 벌채 등의 고질적인 문제도 겪고 있죠. 지금과 같은 초콜릿 생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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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기업: 엔비디아 ③ 반도체 1등의 말은 ‘법칙’이 된다 당대를 주도한 반도체 기업의 말은 매번 ‘법칙’이 됐다.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소자를 집어넣어 ‘집적 회로(IC)’라고 불리는 지금의 반도체를 개발한 ‘페어차일드반도체’에서는 ‘무어의 법칙(1965년)’이 나왔고, 일본 메모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삼성전자에서는 ‘황의 법칙(2002년)’이 나왔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하는 법칙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 1위 기업이 된 ‘엔비디아’에서 나온 또 다른 ‘황의 법칙(2018년)’이다. 법칙은 당시 반도체 기업들이 추구해야 하는 성능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대가 변하고 방향타를 돌려야 하는 시점에서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AI 반도체로 승승장구하는 엔비디아는 이런 ‘법칙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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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기업: 테무 상상 이상 초저가·무료 배송···테무의 ‘영업 비밀’은 뭘까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핀둬둬(PDD홀딩스)가 한국·미국·유럽 등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직구 사이트 ‘테무’의 초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오픈 마켓에서 4~5만원에 팔리는 레트로 게임기가 테무에서는 2만원대 가격에 무료배송으로 판매된다. 테무는 어떻게 초저가 판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초저가 생산기지’ 진화·윈저우·산터우·바오딩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3·4선 도시(중소도시)의 ‘제조업 클러스터’가 첫번째로 꼽힌다. 낮은 가격대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저장성 진화(일용품)·윈저우(여성화), 광둥성 중산(조명)·산터우(장난감), 허베이성 바오딩(가방) 등에 위치한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 예를 들어 ‘장난감 도시’로 불리는 산터우의 현급 지역 ‘청하이구’에는 장난감 제조에 필요한 모든 업체들(그래픽 디자인, 원료 공급, 모형 가공, 부품 제조, 장비 성형, 제품 제작)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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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기업: 엔비디아② 엔비디아가 ‘넘사벽’인 이유...“다들 ‘쿠다’만 찾아” 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독주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AI 반도체로 쓰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AI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도구가 바로 엔비디아의 ‘쿠다(CUDA)’이기 때문. 그리고 쿠다로 만든 프로그램은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돌아간다. 많은 AI 개발자들이 10년 넘게 쿠다를 활용해 프로그래밍 하다 보니 그동안 축적된 ‘코드’가 상당한 수준이고, 이는 다시 개발자들에게 ‘레퍼런스(참고자료)’가 된다. ‘쿠다 생태계’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AI 반도체도 엔비디아의 GPU를 쓸 수밖에 없다.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오죽하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이런 말까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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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기업: 삼성물산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사냥꾼? “삼성물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징하는 기업”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 국내 상장사의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기업으로 삼성물산이 거론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이사회는 자사 주식의 가치를 낮게 산정하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합병하는 방식에 찬성표를 던졌다. 제일모직 지분만 갖고 있던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다만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으로 큰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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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기업: 엔비디아① 사각형 때문에 망할 뻔한 엔비디아가 ‘킹비디아’가 된 이유 인공지능(AI)의 학습·추론용 반도체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1년 전 238달러 수준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825달러까지 상승했다. 작은 그래픽카드 회사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은 뭘까. 이 같은 성장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30여 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던 망하기 직전의 회사였다. 1993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LSI로직 등 잘 나가던 반도체 회사를 나온 커티스 프림과 크리스 말라초프스키, 젠슨 황은 게임 그래픽을 지원하는 장치를 만드는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첫 제품이 그래픽과 사운드(음향)를 지원하는 ‘NV1’이었지만 겨우 1000개 팔렸다. 당시 시장에 공급한 25만개 중 안팔려서 반품된 게 24만9000개에 달했다. 이 제품은 그래픽과 사운드 각각의 성능이 월등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