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내게 맞춰 조립한다…기아가 CES에서 선보인 ‘목적기반자동차’, 내년 출시

이재덕 기자
레고처럼 내게 맞춰 조립한다…기아가 CES에서 선보인 ‘목적기반자동차’, 내년 출시
레고처럼 내게 맞춰 조립한다…기아가 CES에서 선보인 ‘목적기반자동차’, 내년 출시

중형 ‘PV5’, 우버에도 공급 예정
운전석·차대 뺀 뒷부분 교체 가능
호출·배달 차량으로 동시 활용도

현대차, 승용차 플랫폼 개발 중
GM·도요타도 PBV 뛰어들어

우버 같은 호출형(헤일링) 차량은 승객에 따라 좌석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승객이 휠체어 장애인이라면, 2·3열 좌석을 뒤로 밀어 휠체어 공간을 만든다. 2열과 3열 좌석을 마주 보게 할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차량 내부 패널도 바꿀 수 있다. 차량을 픽업트럭 등 다른 용도로 쓰고 싶다면? 2·3열 좌석이 있는 후면 모듈을 적재공간이 있는 픽업트럭 모듈로 교체하면 된다.

지난 12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기아가 소개한 목적기반자동차(PBV)의 모습이다. 먼 미래에 내놓는 차량이 아니다. 기아는 내년 중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PBV인 ‘PV5’를 선보이기로 했다. 중형 PBV로, 우버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b>좌석 밀고 돌리고</b> 기아가 내년 내놓을 첫 번째 목적기반자동차(PBV) PV5의 내부. 탑승자에 따라 좌석 위치 등을 바꿀 수 있다. 사진 크게보기

좌석 밀고 돌리고 기아가 내년 내놓을 첫 번째 목적기반자동차(PBV) PV5의 내부. 탑승자에 따라 좌석 위치 등을 바꿀 수 있다.

<b>좌석 빼고 짐칸 넣고</b> PV5는 좌석이 있는 후면 모듈을 적재함이 있는 트럭 모듈로 교체할 수 있다. 사진 크게보기

좌석 빼고 짐칸 넣고 PV5는 좌석이 있는 후면 모듈을 적재함이 있는 트럭 모듈로 교체할 수 있다.

차대가 평평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PV1 플랫폼. 기아 제공

차대가 평평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PV1 플랫폼. 기아 제공

헤일링 서비스에 적합한 PV5는 차량을 호출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좌석 위치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슬라이딩 양방향 시트, 휠체어의 원활한 승하차를 위한 리프트 등 교통약자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과 기능이 적용된다.

PV5는 ‘섀시 캡(Chassis-Cab)’ 트럭처럼 운전석(캡)과 차대(섀시)만 남기고 뒷부분을 바꿔 달 수도 있다. 운전석을 제외한 후면 변동부(모듈)를 교체하는 ‘이지스왑’ 기술이 적용돼 1대의 차량이 필요에 따라 다양한 차량으로 모습을 바꾼다. 설비와 모듈을 구매하면 낮에는 우버 같은 호출형 차량으로, 밤에는 쿠팡 배달 차량 등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차량 천장에는 투명 태양전지를 달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발전효율이 높고 색채 조절이 가능한 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다만 기아가 CES에서 공개한 PBV의 비전이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등장할 1세대 PV5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PBV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아는 화물 전용 PBV인 ‘PV7’과 ‘PV1’도 준비 중이다. PV7이 장거리 물류 운송에 적합하게끔 넓은 공간과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대형 모델이라면, PV1은 단거리 물류 운송을 위한 소형 모델이다.

특히 PV1에는 좁은 공간에서도 민첩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회전 반경을 최소화하는 드라이빙 모듈이 장착된다. 바퀴마다 모터와 서스펜션, 조향장치 등을 넣어 제자리 회전, 직각 운행, 사선 주행 등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기아는 이들 차량의 출시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바퀴에 모터·조향장치 등을 넣는 기술의 난도가 높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의 형태와 구조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이다. 구동 모터와 배터리 등이 배치된 ‘기본 틀’로, 현대차그룹은 ‘E-GMP’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아이오닉 5·6(현대차), EV 6·9(기아) 등을 생산한다.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기차보다 내부 공간이 넓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을 목표로 승용차 플랫폼인 ‘eM’과 PBV 전용 플랫폼 ‘eS’ 등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특히 eS 플랫폼은 스케이트보드처럼 평평한 판에 바퀴가 달린 형태다. 플랫폼이 평평하다 보니 그 위에 올리는 좌석·적재 공간 등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아가 이번 CES에서 다양한 모습의 PBV를 선보인 건 ‘eS 플랫폼’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PBV는 사용자 목적에 따라 형태를 달리해 제작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다.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위해 100여년 전 포드자동차가 처음 선보인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는 PBV 생산이 어렵다는 얘기다.

기아는 지난해 4월부터 경기 화성 공장 내 9만9000㎡ 부지에 세계 최초의 PBV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년부터 연 최대 15만대 규모의 중형 PBV가 생산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스마트공장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현대차 울산공장이 500만㎡ 부지에서 연간 140만대를 생산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큰 공장은 아니다.

기아는 PBV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해 ‘다이내믹 하이브리드’ 기술도 개발했다. 프레스·용접 등의 공정 없이도 단순 조립을 통해 다양한 크기의 차량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기아 관계자는 “단순 조립 방식은 대규모의 생산 설비가 필요없다”며 “다이내믹 하이브리드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 초소형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PBV에 주목하는 건 기아만이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상용차 부문 자회사인 ‘브라이트드롭’은 PBV로 개발한 ‘제보(Zevo) 600’ 등을 페덱스와 월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도 최근 화물차·셔틀버스·이동식 매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박스형 PBV인 ‘카요이바코’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이 될 전망”이라며 “이동형 병원, 식당, 택시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PBV의 쓰임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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