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사태에 완성차기업 비상···“장기화 땐 유럽 수출 등 차질 불가피”

이재덕 기자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현대자동차 제공.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현대자동차 제공.

홍해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로 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수에즈 운하가 사실상 막히면서 유럽으로 가는 국산 자동차 수출 선박이 아프리카까지 돌아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국내 자동차 수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유럽 수출 등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유럽에 승용차를 수출하는 국내 4개 완성차회사는 지난달부터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약 9600㎞를 더 항해해야 해 유럽 주요 항구 도착 일정이 10일가량 늦어진다. 2022년 기준 국산 자동차 수출량(204만대)의 28%인 57만3600대가 유럽으로 수출될 정도로, 국내 완성차업체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체코·터키 공장(현대차)과 슬로바키아 공장(기아) 등 현지 생산라인이 있지만, 대부분 소형 해치백 차량만 생산한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전기차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부분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대글로비스 선박을 통해 유럽으로 실어 나른다. 현지 공장과 애프터서비스(AS) 센터 등에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은 현대모비스가 운송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물량을 운송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미리 실어나르는 것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차량 인도 시점이 늦어진다거나, 현지 AS센터·공장 등에서 자동차 부품이 부족하다는 등의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홍해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의 유럽 수출 물량도 우회 항로를 이용한다. 외부 해운사와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당장 늘어나는 물류비는 해운사가 부담하지만, 다음 계약에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제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 컨테이너 화물지수(SCFI)’는 지난 12일 2206.03포인트로, 한달 전 1093.52포인트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한편 유럽에 생산공장이 있는 테슬라와 볼보 등은 홍해 사태로 아시아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을 들여오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 공장이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볼보 역시 벨기에 헨트 공장이 기어박스 배송 지연 등으로 당분간 자동차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자동차업계는 홍해 사태의 조기 안정화를 바라고 있지만,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미·영 연합군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이 반격을 예고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홍해 사태가 중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의 유럽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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