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 별세···“예술은 사회의 꿈”

백승찬 선임기자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1942~2024).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1942~2024). 마스트미디어 제공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코리에레 델레 세라 등 현지 매체들은 폴리니가 북부 도시 밀라노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아내 말리사, 아들 다니엘레가 임종을 지켰다고 한다.

폴리니는 건축가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태어나 5세부터 피아노를 쳤다. 1960년 18세의 나이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심사위원장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저 소년이 우리 누구보다도 피아노를 잘 친다”고 극찬했다. 폴리니는 콩쿠르 우승 이후에도 수년간 대외적으로 콘서트를 하기보다는 연주 실력을 연마하며 미래의 거장이 될 준비를 했다.

폴리니는 베토벤, 슈만, 쇤베르크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남겼지만 무엇보다 쇼팽 연주에 탁월했다. 그의 에튀드와 폴로네즈는 쇼팽 연주의 교과서와도 같이 호평받았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폴리니의 연주를 두고 “음악에 대한 고도의 윤리적 존중”이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선 폴리니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해석이 “시적이지도 미묘하지도 않다”(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고 비판하기도 했다.

폴리니는 정치적으로는 좌파였다. 오랜 친구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라스칼라 극장에서 학생과 노동자를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탈리아 공산당에도 가입했다. 폴리니는 생전 가디언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용적 측면에서 볼 때 무용하다 하더라도, 훌륭한 예술은 사회에 필요한 진보적 측면을 갖고 있다. 어떤 면에서 예술은 사회의 꿈과 같다. 얼핏 불필요해 보일지라도 잠과 꿈은 인간에게 매우 필수적이다. 예술이 사회에 필수적인 것과 같다.”

폴리니는 2022년, 2023년 내한 공연을 계획했으나 모두 건강상의 문제로 취소했다. 당시 기획사 마스트미디어 관계자는 “폴리니는 연주하고 싶단 의지가 강했지만 주치의가 장거리 비행을 권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라스칼라 극장은 “폴리니는 연주자로서 위대했을 뿐 아니라, 문화와 시민 생활의 핵심 요소이자 사회를 움직이는 도구로서 음악이 가진 역할을 정확히 증언했다”며 애도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라스칼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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