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문장

“인류라는 추상물 이야기는 그만두자”

김종목 기자
[금요일의 문장] “인류라는 추상물 이야기는 그만두자”
우리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상품의 세계에 흡수되지 않은 모든 조직 형태를 (지역적 차원에서) 삶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모든 삶의 형태를 위험에 빠뜨린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다른 삶의 형태는 우리에게 가능한 것으로 주어졌던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삶의 형태에 따라 공동 책임의 의미를 발전시켰다. 그것은 우리가 주변 존재자 모두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 장소에 대한 우리의 공동 책임을 뜻한다. 우리가 존속시켰던 어떤 추상물, 다른 모든 존재자를 배제하는 유일한 인류라는 추상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런 추상물로서의 인류는 강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그 강이 우리의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오월의봄) 중에서


브라질 크레나키 원주민 운동가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2000~3000년에 걸쳐 ‘우리’가 구축한 인류라는 관념을 문제 삼는다. “역사에 등장한 그토록 많은 폭력의 사용을 정당화했던 나쁜 선택의 기원에 그 인류라는 관념이 있지 않은가.”

그는 폭력과 생태학살의 식민화 과정이 유럽 백인 남성, 즉 “개명한 인류”가 “야생의 어둠에 남겨진 인류”를 만나 빛을 비춰주려 했던 원칙을 따랐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원주민들은 노동력과 근대화라는 명목 아래 “소속 집단과 고향에서 뿌리째 뽑혀 ‘인류’라는 이름의 분쇄기 안으로 내던져”진다.

‘크레(kre)’는 ‘머리’, ‘나키(nak)’는 ‘땅’이다. ‘땅의 머리’는 “땅과의 깊숙한 일치”다. 인용문 취지와도 이어지는 말이다. 크레나키의 강연문과 옮긴이 박이대승·박수경의 글 등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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