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녹색운동’의 가능성은 없을까

김종목 기자

녹색운동 신간 2권

<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알렙)은 생태철학 연구자 신승철의 유고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이사장일 때 조합 연구자이자 공저자인 정유진, 최소연과 함께 글을 쓰던 중 작고했다.

저자들은 “거대 세력에 맞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즉각적 대전환을 추구하는 ‘근본파(근본주의적 생태주의)’와 기성 정치와 타협하며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나아가려는 ‘현실파(현실주의적 환경주의)’로 양분”된 생태 운동 전선 구도 속에서 ‘새로운 녹색 운동’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책이 규정한 거대 세력은 사회 핵심 의제를 늘 경제 성장으로 환원하려는 정치·경제 관료들, 핵발전소만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핵 마피아들, 전력(電力) 대부분을 독점하면서도 그것을 가장 저렴한 형태로 유지하려는 산업 자본가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기업 경영진 등이다.

저자들은 “탄소 중립을 이뤄내기 위한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개혁과 일자리를 보존하면서 산업적 전환을 이뤄내려는 노력이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탄소 중립’을 이념적으로 외칠 때, 무수히 많은 탄소와 유해 물질을 내뿜는 산업체들 안에는 자본주의 모순에 더해 또 다른 형태의 모순에 직면하는 여러 형태의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노동자,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노동자, 광산 노동자, 물류 운송 노동자 등이 일자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 정치의 장에서 정당 간 연합을 통해 정책적으로 실행가능한 대안을 직접 관철하려는 현실파와 독립적인 정파를 추구하거나 현실 정치에의 개입이 유효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근본파는 갈등하거나 대립하게 된다.

현실파는 풀뿌리 민주주의, 생명중심주의, 소농 중심 농업으로의 재편, 탈성장 전환 사회 등 목표를 현실정치의 여러 현안에 휩쓸리기 쉬울 수 있다. 근본파는 대대적인 변혁과 전환이란 목표를 조금도 현실화하지 못할 수 있다.

‘새로운 녹색운동’의 가능성은 없을까

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은 1980년대 독일과 프랑스의 녹색당 내부에서도 진행됐다. 저자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녹색 정치는 이러한 막다른 골목에서 배타적인 양자택일적 선택지로 갈라져 그 이상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정체된 상황”이라며 “양분화된 근본파·현실파 문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녹색 운동’을 도모할 수는 없을까?”라고 묻는다.

신승철은 근본파와 현실파가 아니라 생태민주주의와 에코파시즘으로 구분하며 생명 민회, 추첨제 민주주의, 협치, 생태 시민성 등 생태민주주의적인 해법을 찾는 과정을 제시한다.

텔레비전, 육식, 자동차, 아파트, 일회용품 등 ‘탄소 중독적 문명’, 주식, 개발, 부동산 투기, 주식 투기, 벤처 등 ‘성장주의 문명’, 마트, 백화점, 편의점, 쇼핑몰 등 ‘소비주의 문명’, 젠트리피케이션, 대기업 골목 상권 진출, 집단지성의 점취, 분리 차별, 플랫폼 자본주의 등 ‘공동체를 착취하는 문명’을 극복 대상으로 제시한다.

책은 “좌도 우도 아닌 녹색이라는 근본파의 입장을 견지하는 녹색당 활동가”이자 “녹색당과 사회당의 연정을 주장하는 현실파”였던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 철학도 살핀다.

<모두를 위한 녹색정치>(열매하나)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녹색당원인 김인건, 박상준, 손어진이 쓴 책이다. 부제는 ‘정책으로 본 독일 녹색당’. 1980년 창당부터 1986년 도입한 여성할당제, 2021년 역사상 최고 득표율(14.8%)을 기록한 연방총선 결과 등을 다룬다. “독일 제도권 정치의 원심력 속”에서 현실주의 분파와 근본주의 분파 간의 격렬한 갈등도 분석했다.

책은 “양대 정당들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에 몰두하고, 경제 성장과 부동산 이익 등을 위한 대동소이한 성장지상주의 정책만을 이야기”하는 한국 현실도 언급한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유명무실해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문제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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