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소방관의 죽음

이명희 논설위원
경북 문경 신기동 한 공장에서 지난달 31일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문경 신기동 한 공장에서 지난달 31일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31일 저녁,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퇴로를 찾지 못한 소방대원 2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다가 당한 참변이다. 이들과 함께 들어간 2명의 다른 소방관은 갑자기 불이 커지자 1층에서 창문을 깨고 빠져나왔다.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2명은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으나 내려오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일 새벽 두 구조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숨진 대원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김수광 소방교(27)와 박수훈 소방사(35)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임용된 6년차 소방관이다. 그는 지난해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김 소방교는 비번 날엔 서울 맛집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친구”로 기억한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임용됐다. 미혼인 박 소방사는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할 만큼 소방 일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박 소방사가 세상에 남긴 페이스북에는 ‘경북소방’이 찍힌 특수복을 입고 ‘허잇챠’라고 외치며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동영상이 있다.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이 말은 소방관들이 신조처럼 새기는 문구다. 김 소방교 등도 건물에 사람이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인데도 주저 없이 내부 진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불길 속에서 누군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참으로 황망하고 모두의 가슴을 울리며 젊은 소방관들이 세상을 떠났다.

정치권은 이날 비통함을 전하면서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명 구조만큼 소방관의 안전도 소중하다. 우리가 이들의 헌신을 한껏 치켜세우기만 하고, 위험 속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두 대원은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돼 국립묘지로 간다. 말 그대로 순직한 두 청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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