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여줄까, 우리 미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2008년 10월, 창경궁 옆 당시 국립과학관 앞엔 긴 줄이 혜화동 로터리까지 이어졌다. 뉴욕자연사박물관이 전 세계 10개 기관과 함께 ‘기후변화 특별전시’를 동시에 개최하였고, 환경재단이 아시아 파트너로 선정되어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는 기후변화 단어 뜻부터 설명이 필요한 때였고, 박물관 측 데이터가 상당해 딱 봐도 ‘과학’하게 기획되었다. 그러나 우리 눈엔 성에 차지 않았다. 기후변화를 어떻게 나의 문제로 체험하게 할까. 전시장 입구엔 물에 잠긴 서울 시청 지하철역을 만들었고, 비바람 몰아치는 복도를 돌아 들어오면 남산 한옥마을이 아슬아슬하게 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엔 과장이 심하다 했지만 그때 전시모형이 장난감으로 느껴질 만큼 기후현실은 파괴적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지난 8월6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의 엄중한 경고를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요약하자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050년까지 1.5도 이상 안 오르게 막아야 하고, 남은 시간도 30년이라 알고 있었는데, 최근 기후변화 속도가 심각하게 빨라져 10년 내로 1.5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 즉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하기도 하였으나, 백만 번을 말한다 한들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코로나19보다 더 파괴적이며 백신도 없는 기후재난 문제에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의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시베리아가 한반도 넓이만큼 불타고 있다 해도 남의 일이다. 나의 건강, 내 자식의 앞날, 내 재산과 관련성을 알고 싶어도 알기가 어렵다. 기후변화 관련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저장소 내지는 나침반도 없다. 기상청을 포함해 국책연구기관, 기업의 연구소들도 많은데 정보가 공유되는지, 공유하는 방법은 있는지 알 수 없다. 초·중·고 환경 교사와 과목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국가고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소위 우리 사회 고위층은 어린 시절부터 배워본 적 없는 기후환경 이슈가 낯설 뿐이다.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니 언론도 무관심하다. 최근에야 빈도가 높아졌지만, 주요 환경뉴스는 외신을 인용, 보도한다. 우리도 전문가가 있고, 환경단체도 있는데 남극 빙하가 녹으면 뉴욕시가 5㎝ 물에 잠기고, 태평양 섬나라가 사라진다는 건 알게 되어도, 지금 여기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심층분석이 없다. 뉴욕 증시가 한국 주가에 영향을 주는 건 따지면서, 유럽 폭염이나 캘리포니아 산불은 해외토픽처럼 다룬다. 2006년 가디언의 분석처럼 한반도 서해안 50%가 물에 잠긴다는 예측이 현실이 되면,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요즘 대선 주자들의 토론이 한창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일까. 기후위기에 대한 준비가 안 보인다. 하긴 기후재난을 벼락치기로 익힐 자료가 없어 그럴지도 모른다. 평소 기후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인 후보도 극히 드물다. 아니다, 과도한 걱정이겠지. 후보들은 다 ‘계획’이 있을 거다. 그래서 관훈토론회처럼 대선 주자들과 기후환경 토론회를 해보고 싶다. 비전(Vision)의 어원은 보여주다(To see)이다. 누가 보여줄까, 우리 미래.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