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특성 ‘프로파일링’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의 관상 품평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방외지사들에 따르면 관상은 무리의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무리의 생존이 우두머리의 판단에 달렸기에 인물의 형상을 동물의 상에 비추어 추론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비과학적으로 들리는 관상에 의지할 것도 없이, 분명한 점은 국가나 기업을 포함하여 어느 무리든 그것의 미래는 지도자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폭염·가뭄·폭우·대형산불 같은 온갖 기후재앙을 한 달 사이 다 겪을 정도로 기후멀미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어떤가. 바이러스 변이가 확산되면서 세계가 대유행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국가지도자 선발에 공을 들여야 할 때다. 무엇을 어떻게 살펴봐야 할까?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미혼인 후배들이 종종 묻는다. 어떻게 해야 좋은 짝을 만나는지, 뭘 기준으로 따져봐야 하는지 어려운 질문을 하곤 한다.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눈여겨보는 면이 있는데, 바로 문제해결 방식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에게는 잘 안 바뀌는 게 있는데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돌파하는 해결 패턴이다.

심리학자로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더 쉽게 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한다. 소위 자기 나름대로 키워온 인지적 지름길(heuristics)을 활용하고 생각에 힘을 덜 들이는 판단을 하게 되며, 이것은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의 이런 특성을 활용하여 수사 일선에서는 범행 패턴을 프로파일링(Profiling)하며 범인을 추론한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전 국민이 학습한 프로파일링 기법을 대선 후보들에게도 적용해보았으면 한다. 프로파일링이란 결국 개인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측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알다시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고도로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이 많다. 경제나 부동산 문제도 유기체처럼 얽힌 넝쿨이 한둘이 아니다. 쾌도난마라는 건 사전에만 있을 뿐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재난 문제는 하나의 정당이나 정권이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확고한 비전하에 끝없는 인내와 설득이 필요한 과제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우는 것과 이행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반발과 누군가의 희생이 놓여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서부터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가 펼쳐지고 있다. 숨가쁜 난제들 앞에서 회피적인 리더십은 오히려 장애물이다.

어떤 지도자에게 우리 미래를 맡길 것인가. 선거는 미래를 놓고 하는 경쟁이지만 후보들의 미래는 과거 행적의 연장선에 있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 대통령 선거는 과목과 범위가 정해진 시험이 아니다. 초치기로 넘어갈 중간고사도 아니다. 기후재난은 사지선다형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 거품인기, 소위 누구누구 ‘빠’들의 준동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까지 살아온 패턴을 프로파일링하자.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